이름없는 애기별들

 

“아저씨 총은 쏘지 마세요”

민주주의 빚낸 어린 용사(勇士)

 

○... 「군인 아저씨! 우리 오빠 누나들에게 총뿌리를 겨누지 말아주세요. 아저씨!」

분류(奔流)치는 4월의 대열엔 본적도 성별도 연륜도 없었다. 그런 것은 조금도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같은 말을 쓰고 같이 흰옷을 사랑하는 핏줄을 이어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든 좋았다. - 그 성난 물결의 아우성속에서도 유독 덜 익은 푸른 과일 같은 관능을 전해주는 목소리가 한결 더 강렬한 냄새를 풍겼었다. 「민주주의」가, 「독재」가 어떤 것인지를 깨닫기엔 너무나 어린 나이로도 그들은 언니가, 형들이, 아줌마가 동족의 손에 쥔 총알에 피를 뿜고 쓰러지는 것을 너무나 똑똑히 봤었다.  

 
○... 어린 입술에서 튀어나온 「애원」-이라느니 차라리 경?하기까지한 기원(祈願)들을 대다수가 농촌의 아들인 병정들은 말없이 고스란히 들어주었었다! 병정들의 가슴속엔 그때 시골에서 종달새를 쫓아 언덕을 넘나들며 곱게 자랑하는 그들의 사랑스런 아들딸과 동생들의 얼굴이 떠올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처럼 곱게 지켜진 「병정과 어린이와의 손맺음 약속」도 병정아닌 다른 무리들이 퍼붓는 총소리 앞에 무참히 짓밟혔다.

쓰러진 언니들과 누나들께 지팡이 삼아 어린 몸을 맡겼던 어린이들의 가슴팍을 찾아 하나 둘 초연이 코를 찌르는 쇳덩어리가 틀어 박혔다.

이래서 너무나 어린 봉오리들이 미처 햇빛도 볼 틈 없이 떨어지고 말았다. 제일 어린 희생자가 경남성남국민학교의 열한살되는 「박점도」군! 다음은 서울수송국민학교의 열세살되는 「전한승」군이었다. 14세가 7명, 15세가 2명, 16세가 7명, 17세가 3명, 18세가 10명, 19세가 17명, 20세가 24명이나 혁명의 제단에 바쳐졌다.

 

○... 또한 여기 덮어 넘길 수 없는 한가지의 숨은 사실이 있다. 그것은 「4・19 희생자」의 명단 속에 「주소, 직업불명, 성명 및 연령불명」으로 씌어져 그 슬기로운 영혼만 남아 있는 「이름없는 아기별들」의 이야기 말이다. 빛나게 죽어서도 이름 석 자 남기지 못한 그들 중에는 한 거리의 구두닦이 어린이들과 그 밖에 날품팔이 어린이들이 태반이라는 것이다. 거리에 쭈그리고 오가는 신사숙녀의 구두를 빛내어 주던 그들은 조국의 「민주주의」를 빛내어 주었다.

 

○... 4월의 그날을 달포 앞둔 시내 수송국민학교의 졸업식장에서도 이 「아기별」의 슬픔을 어르만저 주었다.

혁명의 물결 속에 휩쓸려간 「전한승」군의 어린 영혼에 교장은 「전」군의 졸업장을 자랑스럽고 애닯게 전하는 것이었다. 「전」군과 그 밖에도 수많은 「4월의 꽃」들은 이 땅의 가장 높은 배움 집에서 가장 영예로운 졸업장을 받고도 오히려 남는 것이다.


(사진=「부모형제들에게 총뿌리를 대지 말라」고 외친 어린이들의 데모(上)와 비록 지나가는 사람들의 구두를 닦을 망정 4월혁명때 「이름없는 별들」로 빛을 남긴 거리의 소년들)

▲ 4月이 오네 (8) [민족일보 이미지]

<민족일보> 1961년 3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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