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영준 탄생 100주년 - 봄은 온다’ 서울전시회 개막식이 26일 오후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열렸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황영준 선생의 그림을 시기별로 전시하고 있는 것을 보면, 북한 미술의 발전과정이 바탕에 흐르고 있다. 그것을 유념해 봐 주시기 바란다.”

북녘 화가 화봉((華峯) 황영준(黃榮俊, 1919~2002)의 유작을 만나 볼 수 있는 ‘황영준 탄생 100주년 - 봄은 온다’ 서울전시회 개막식이 26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의 총감독을 맡은 이양재 고려미술연구소 대표는 해외 지인이 “황영준 선생 살아계실 때 황영준 선생으로부터 직접 약 900여점이 넘는 작품을 입수했다”며 “전시를 위해서 220여점 이상을 국내에 빌려왔다”고 소개하고 이같이 주문했다.

충남 계룡면에서 태어나 남쪽에서 활동하다 1950년 한국전쟁시 월북해 2002년 생애 마지막까지 화필을 잡았던 황 화백은 수묵화부터 채색 조선화까지 북녘 ‘조선화’의 전개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 대표적인 화가로 꼽힌다.

▲ 이양재 전시회 총감독이 개막인사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전주희 큐레이터.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개막식 장면.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양재 대표는 “북에서 정영만이나 정창모가 황영준 선생의 제자”라며 “북에 60년대에 배출했던 많은 미술가들을 직접 가르쳤고, 북에서의 조선화 발전에 1960년대 초반에는 아주 중추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전주희 큐레이터는 “황영준 선생은 1919년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에 태어나셨고, 얼마 전인 2002년에 이산가족 상봉을 눈앞에 두고 몸이 안 좋으셔서 차마 남한의 가족을 보지 못하시고 눈을 감으셨다 한다”고 전하고 “이때까지 많은 월북작가들의 전시가 있었지만 이렇게 대규모로 월북작가의 작품을 개인전 형식으로 전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개막식을 가진 서울전시회는 30일까지 진행되며, 인천전시회는 내년 1월 10일부터 18일까지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200여점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인천전시회 개막식은 1월 10일 오후 4시에 열리며, 16일에는 ‘조선화 알고 보기: 근대 한국화와 조선화’를 주제로 콜로키움이 예정돼 있다.

전주희 큐레이터는 “화봉 황영준 선생의 필법을 보면, 정선(謙齋 鄭敾, 1676~1759) 이후로 조선화에서 선묘화가 좀 나오게 됐는데, 그 선묘나 점묘의 화법을 더욱더 성숙시켜 완숙한 경지에 이른 작품들이 많이 보인다”며 “특히 직접적인 관찰과 사실적인 묘사, 그리고 세심한 필력으로 그가 완성한 북녘의 산천들은, 여러분들이 지금은 바로 가지 못하지만 화봉 황영준 선생의 그림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나마 북녘 산하를 볼 수가 있는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전시장 구성에 대해 “5개의 섹션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황영준 선생님이 항상 희망과 함께 기다리셨던 봄으로 다시 끝나고 있다”며 “월북작가이지만 정치적인 색을 조금 배제를 하고 인간적인 화가 황영준에 좀 다가서려고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 이양재 총감독이 대표작 <백두산 천지>(1990)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화봉 황영준 화백의 다양한 낙관. 득의작에는  ‘줄기줄기 피어린 자욱’, ‘불요불굴’이라는 낙관을 사용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개막식 직후 대표작 <백두산 천지>(1990)에 대해 이양재 총감독은 “백두산을 많이 그렸다”며 “본인의 득의작, 마음에 드는 작품에는 ‘줄기줄기 피어린 자욱’, ‘불요불굴’이라는 낙관을 찍었다”고 설명하고 <백두의 성지 푸름을 자랑한다>(1983)에 대해서는 “북에서 그려진 또는 남에서 그려진 그 많은 백두산 가운데 오직 한 점만 내리닫이(세로)로 길게 그려져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낙관에 새긴 문구 ‘줄기줄기 피어린 자욱’은 <김일성 장군의 노래> 중 "장백산 줄기줄기 피어린 자욱 / 압록강 굽이굽이 피어린 자욱..."에서 따온 것이다,

전주희 큐레이터는 “일상에서 노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 모습이다. 산림으로 벌목을 하러 간다든지, 리명수발전소를 건설하는 모습들을 아주 다이나믹한 구도로 화면 속에 담고 있다”며 “특히 노동에서만큼 역동적인 구도를 펼치는 것은 없다. 노동화와 풍경화들이 구도적으로도 조금 다른 특이점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전주희 큐페이터가 전시관을 돌며 안내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화봉 황영준 작가의 인물화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전시를 둘러본 한 전문가는 “황영준 작가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아직은 미진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며 “인물화에서는 이당(以堂) 김은호(金殷鎬, 1892~1979) 화백의 영향이 느껴지는데, 남쪽 출신이자 친일파의 제자라는 굴레가 아마도 하방(下放)된 이유일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이후 북쪽의 민족주의론과 조선화의 변천과정을 충실히 수용한 흐름을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이번 전시는 ‘조선화가 아카이브’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경인일보>가 주최하고 고려미술연구소와 금강기획, 씨씨오씨가 주관하며, 문화체육관광부와 인천광역시, 인천광역시교육청이 후원하고 있다.

이날 개막식 테이프 커팅은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영재 경인일보 사장,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조성우 겨레하나 이사장, 이양재 총감독 등이 나섰다.

▲ 노동 장면을 담은 역동적인 화폭 <신재봉 천리마 작업반 기수들>(1961). [자료사진 - 통일뉴스]
▲ 화봉 황영준 화백의 그림 소재로 가장 많이 등장하 것은 금강산이다. 10폭 병풍에는 금강산 풍경이 아닌 한폭이 숨은 그림찾기 처럼 숨어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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