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언명한 ‘연말 시한’이 다가왔다. 지금 북한과 미국 간 갈등의 첨단에는 ‘새로운’ 것들이 자리 잡고 있다. ‘새로운 관계’, ‘새로운 길’, ‘새로운 계산법’ 그리고 ‘새로운 방법’이 그것이다.

지난해 북미는 싱가포르 성명 1항에서 ‘새로운 관계’ 수립에 합의했다. 한창 비핵화니 그것도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니 하며 북한문제 전문가들과 여론들이 나발을 불었지만, ‘완전한 비핵화’로 간단히 정리됐다. 그것도 성명의 세 번째에 놓인 것으로 만족해야 했고, 그 첫 번째가 바로 ‘새로운 관계’ 수립이었다. 당시 성명은 대체적으로 북한 측의 입장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됐는데, 그렇다면 북한은 미국과 다른 무엇도 아닌 관계 정상화, 그것도 기존의 관계를 타파하고 ‘새로운 관계’를 얼마나 맺고 싶었나 하는 열망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부터 곧바로 양국관계는 부침이 심해졌다. 그러자 북한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제재와 압박을 가한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미 그 당시 미국 측의 분위기를 알아챘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사실상 북미관계의 분수령이 될 2월 말 하노이 정상회담은 ‘노딜’로 끝났다. 다분히 미국이 의도적으로 결렬시킨 것으로 봐야한다. 북한이 도저히 받을 수 없는 ‘리비아 모델’을 요구했으며 또한 같은 시간에 열린 코언 청문회를 덮기 위한 판깨기 요소도 짙었다. 북한은 모처럼 ‘최고 존엄’이 열차를 타고 하노이로 가는 세기적 광경을 보여주었지만 결과는 ‘결렬’이었다. 북한 측의 당혹감은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실망을 넘어 분노마저 일었을 터다.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침묵을 지키던 북한은 4월 시정연설에서 미국을 향해 연말을 시한부로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나오라고 요구했다. 물론 미국 측은 ‘연말 시한’에 대해 북한 측이 일방적으로 정한 시한이지 자기네가 인정한 것도 아니고 또 자기네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항변한다. 올해 12월이 지나도 내년에도 계속 회담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 측은 다르다. 북한의 4월 시정연설은 일종의 출사표인 것이다. 한쪽이 접는데 다른 쪽이 조른들 성사될 리 만무하다.

며칠 안 남았다. 방법이 없을까? 이미 나온 바 있다. 비록 결렬됐지만 지난 10월 초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해임하며 꺼낸 ‘새로운 방법’이 그것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방법’ 언명은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창의적인 방안’으로 개명돼 나타난 듯했으나 북한 측의 ‘새로운 계산법’에 부응하기에는 기대치 이하였던 것 같다. 스톡홀름 실무협상 역시 결렬됐으니까.

‘연말 시한’을 정한 북한은 자신의 일정표대로 착착 진행하고 있다. 북한매체 보도 기준으로 22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3차 확대회의가 진행됐으며, 곧 이어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이대로 가면 내년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이 제시될 것은 요지부동이다. 북한의 ‘새로운 길’ 제시를 막아야 한다. 북한의 ‘새로운 길’ 제시는 북미관계의 파탄과 함께 남북관계 경색과 한반도 정세의 질곡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해법은 없는가?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방법’을 더 다듬고 구체화해야 한다. ‘새로운 방법’에는 당연히 북한이 요구하는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들어가야 한다. 시간적으로 촉박하고 또 미국 내 탄핵 정국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가 협소해 당장 ‘새로운 방법’을 내올 수 없다면, 믿을만한 보증수표를 통해 내년 초 북미 정상회담을 약속해 일단 북한의 ‘새로운 길’ 제시에 제동을 걸 수 있어야 한다.

북미관계 최상의 시나리오는 북한의 ‘새로운 계산법’ 요구에 미국이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 합의를 봄으로써 북한이 ‘새로운 길’로 가지 않고, 결국 북미가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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