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경남대 초빙 석좌교수)
 

다사다난했던 2019년을 보내면서 아직도 북미 양측의 비핵-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상이한 해법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있어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교착상태에 빠져 있어 유감스럽다. 그러나 2020년 새해에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괄목한 진전을 이뤄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어 한반도에서 따뜻한 봄이 찾아오길 기대하면서 북미 간 협상타결을 위한 새로운 방안을 제언하고자 한다.

스티브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의 서울 방문(12.16-18), 동경 방문 그리고 베이징 방문은 상당한 정치적 함의를 남겼다. 특히 서울에서 비건 대표가 그의 북한 상대역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에게 판문점에서 만나자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답답한 측은 미국인데 북미대화 요청의 태도에 있어 북한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인들의 오만(arrogance)한 태도는 보기가 민망했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유엔 채널이나 3자 채널을 통해 조용하게 북한이 원하는 ‘새로운 계산법’을 준비해서 접촉하면 쉽게 교착된 대화의 문을 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만하게 공개적으로 아무런 새로운 셈법도 제안 없이 대화에 나오라고 하면 북한이 나올 것으로 생각 했다면 오산이고 순진한(naïveté) 생각을 한 것 아닌가? 아니면 의도적으로 북한이 나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 의도적으로 쇼(show) 한 것이라면 미국 측의 협상에 임하는 진정성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12일 시정연설에서 금년(2019) 말까지 미국에게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오라고 요청하였다. 김 위원장의 데드라인을 무시하면 북한은 “새로운 길”(a new way)을 가겠다고 반복하여 강조하였다. 지금 많은 논객들이 ‘새로운 길’에 대한 추론이 무성하다.

현시점에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비핵화를 위한 새로운 셈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김정은 위원장이 제안한 데드라인을 넘기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미국 측은 구체적으로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과연 북한이 많은 논객들이 주장하듯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까? 아니면 평화적 목적을 위해 인공위성을 발사할까? ICBM 발사 든 인공위성 발사 든 유엔 결의를 위반하는 것은 물론이다. 필자는 김정은 위원장이 이런 예측 가능한 도발은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도발은 북한의 생존권과 발전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멸 행위일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북한의 ‘새로운 길’은 극단적인 선택이 아닌 합리적인 선택일 것으로 보인다. 즉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그 동안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대한 좌절감과 실망으로 인해 모든 책임을 미국으로 돌리고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준비할 때까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잠정 중단을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미국과의 대화의 문을 활짝 열어놓으면서 미국이 준비되면 언제든지 북미 간 비핵화 협상테이블에 참석하겠다고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가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고 어려운 난국을 극복할 수 있을까? 북미 양측이 한 발짝 물러서서 양보와 타협을 하다면 한반도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그렇게 될 것 같지 않아 우려스럽다. 그렇다고 제3자가 중재도 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북미 양측이 딜레마에 빠져 있다.  트럼프는 지금 국내정치적으로 탄핵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어 북핵 해법에 신경도 쓸 수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필자는 최근 유엔안보리에서 검토 중인 중국과 러시아가 제출한 안보리 결의안을 지지하고 유엔 안보리에서 일부 제재완화 결의안이 채택되길 제안하고자 한다.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에 있어 진전이 안 보이자 북미 간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직접 나서 북한이 요구해온 일부 대북제재 완화를 위해 12월 1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 초안을 처음으로 제출하였다.

현 시점에서 대북제재 일부 해제/면제의 필요성에 있어 필자는 중·러의 결의안 초안을 지지한다. 중·러의 대북제재 일부 해제 요구 내용을 요약하면 (1)북한의 수산물·섬유·조형물 수출 금지 해제, (2)해외 북한 노동자 송환시한 해제, (3)남북 간 철도·도로 협력사업 제재 면제를 포함하고 있다.

수산물 수출은 지난 2017년 8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2371호에 의해 금지됐고, 섬유제품 금수 조치는 9월 채택된 유엔의 제재결의 2375호에 담겼다. 2017년12월 22일 채택된 유엔 제재결의 2397호에 따라 유엔 회원국들은 자국에 주재하는 북한 노동자들을 2년 내 북한에 송환해야 한다. 그 시한이 2019년 12월 22일이다.

남북 철도·도로 협력사업과 관련하여 남북 경협사업으로 남북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의 연결 및 현대화는 남북 정상이 4·27 판문점 선언에서 제시한 목표이다. 남북은 2018년 12월 판문점역에서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을 개최하였다. 그러나 현재 안보리 제재 결의로 대북 투자 및 합작 사업은 전면 중단 상태이다.

미국 국무부는 "지금은 유엔 안보리가 시기상조인 제재 완화를 제안하는 것을 고려할 때가 아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미국이 선 비핵화 조치를 주장하는 한 중국과 러시아의 결의안이 채택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 동안은 미국은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협상카드로 사용해 왔다. 그러나 북한이 자발적으로 비핵화 선제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보상)를 미국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선 비핵화 조치를 주장하고 북한은 선 상응조치를 주장하여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접점을 도출하는데 실패했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공동으로 유엔안보리 결의안을 제출하게 되었고 남한,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6자 회담의 재개를 제안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북미 간 상호 양보와 타협 없이는 비핵화 협상을 성공으로 이끌 수 없을 것이다. 이제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선제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보상)를 해야 할 시점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중·러가 제출한 유엔안보리 결의안에 미국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함에도 불구하고 이 결의안의 일부분을 수용하여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유인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어 2020년에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기를 기원한다.

 

 
한국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원 석사, 미국 Claremont Graduate University 국제관계학 박사. 전 미국 Eastern Kentucky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전 통일연구원 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켄터키대 명예교수, 경남대 초빙 석좌교수, 한반도미래 전략 연구원 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미주 민주참여포럼(KAPAC)상임고문 등, 경남대 명예정치학 박사 수여(2019),글로벌평화재단이 수여하는 혁신학술연구분야 평화상 수상(2012). 32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300편 이상 출판; 주요저서: 『한반도평화,비핵화 그리고 통일: 어떻게 이룰것인가?』 (통일뉴스, 2019),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공저: 『한반도 평화체제 의 모색』 등; 영문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mail: thkwak3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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