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정치학(북한정치) 박사/‘수령국가’ 저자/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연말연시를 맞아 분석 글 몇 편을 시리즈로 연재하고자 한다. 

첫째, 12월 연말에는 ① 북이 밝힌 ‘새로운 길’, ‘새롭다’는 그 의미는? ② 한반도 정세, 그 파국을 막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정세인식과 방도

둘째, 2020년 1월 연초에는 북 신년사를 분석해내고자 한다. ① 북 내부문제 ② 남북문제 ③ 북미문제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필독을 권한다. / 필자 주

 

정세 결과가 예측되어지는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근거도 명확하다.

특별한 정치·군사적 변수가 없는 한 트럼프는 이 글 1편에서 밝히고 있듯이 ‘새로운 계산법’을 내놓지 못하게 되고(탄핵 변수 때문에), 그러면 북도 똑같은 이유로-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김정은 위원장이 결심한대로 ‘새로운 길’을 갈 수밖에 없게 된다.

분명 그렇게 다가올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우리가 견지해야 될 ‘옳은’ 시각과 관점이 무엇이어야 하는가? 물어야 한다.

복잡한 셈법 없이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새로운 길’로 가려는 북에게 그 책임을 묻기보다는, 충분한 명분과 시간을 줬음에도 기간 안에 ‘새로운 계산법’을 내놓지 못한 미국에게 더 많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후부터는 우리 모두가 매년 찾아오는 또 하나의 연례행사와 맞닥뜨린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올해는 더 특별히 ‘새로운 길’에 주목해야 된다는 점이다.

온 세계가 북 신년사에 눈과 귀를 집중하고, 해석에 매달리는 열풍이 그것일 텐데, 비례해 자연스럽게 미국의 대응도 갑론을박 될 것이다.

‘새로운 길’ 실체와 미국의 맞대응 말이다. 그러면 어느 한쪽에서는 경탄과 탄복을 금치 못할 것이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비난과 공세수위를 한층 더 높여 ‘한반도 전쟁위기설’로 대한민국의 여론을 장악하려든다.

북의 선의적 행동조치에는 하나도 보상하지 않으면서, 또 자기들이 내놔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하나도 내놓지 않으면서 오직 북에게만 그 원인을 덮어씌우고 ‘의도된’ 군사행동 운운하면서 한반도 정세를 억지로 긴장·고조시키려는, 즉 그렇게 몰아가려는 세력이 누구인지가 명명백백하게 드러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이 글은 경악과 공포, 불안을 느끼게 될 ‘또 다른 한 쪽’이자 한반도 정세를 톤다운 시켜야 할 막중한 헌법적 책무가 있는 문재인 정부가 그러한 정세상황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 혹은 그러한 상황을 맞이하더라도 지금부터 무얼, 어떻게 해야만 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충고와 제언의 문제의식을 담는다.

#1. 정세국면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북미대결 2라운드 정세는 이제 피할 수 없다. 비례해 ‘의도된’ 정세국면도 외면되지 못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얘기-북미대결 2라운드 정세와 ‘의도된’ 정세국면을 얘기하기 전 꼭 짚고 넘어 가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입만 열면 내세우는 문재인 정부의 자랑 얘기이다. 문 대통령 스스로도 지난 국민과의 대화에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로 남북관계 진전과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된 것으로 얘기할 정도였고, 이른바 2017년 전쟁국면이 자신들의 정부가 중재를 잘 서서 지금의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도래됐다는 결과인식이다.

인식을 이렇게 동질적으로 공유하고 있으니, 위 인식을 철회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비례해 큰 용기도 필요하다.

하지만, 정확한 팩트는 스톡홀름 북미회담 결렬 이후 북미관계가 악화일로로만 걸었다는 사실이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고, 그렇다면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문재인 정부의 그 ‘잘못된 시각’을 문제 삼아야한다.

왜냐하면 그 잘못된 시각에서 계속 벗어나려하지 않는다면 문재인 정부는 또다시 이후 조성될 정세에 대해 그렇게만 하면 되는 줄 아는 착각의 늪으로 빠져들게 되고, 그렇게 제자리로 찾아가는 정세인식을 해낼 수 없을 때 문재인 정부는 계속하여 한미동맹체제에 포박되어 민족자주와 자결의 원칙을 지킬 수 없게 된다.

부정되어져야 할 이유가 그렇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럴 때 문재인 정부는 자신의 정권적 기반이 민주당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어디에 기반하고 있어야 하는지가 눈에 들어오고, 같은 실수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게 된다.

뿐만 아니라 상황과 결과인식을 그렇게 할 때만이 문재인 정부는 다시 촛불정부로 되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을 발견할 수가 있다.

① 현 정세국면에 대한 ‘전략적’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가장 먼저는, 동북아 정세가 엄청 요동치고 있다는 측면이다.

아래 ‘#4. 집권 2기 문재인 정부는 무얼 바꿔야 하는가?’에서 충분히 밝혀지겠지만, 북의 국가 핵무력 완성으로 인해 미국의 유일패권 지위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하고, 결과도 동북아에서의 '새로운 판짜기'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다.

어떻게? 미국의 유일패권 지위가 약화되어지는 방향으로. 어렵지 않는 증명이다. 부시의 윈-윈 전략에서 오바마의 아시아회귀정책을 거쳐 지금은(트럼프 정부 하에서는) 인도·태평양전략으로 이어져 오는 일련의 동맹전선 구축 후퇴과정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교훈은 더 이상 무조건적인 한미동맹체제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실제 몰락했으나, 당시 그런 상황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조선왕조의 교훈이 이를 충분히 반면교사 한다. 재조지은(再造之恩)과 병자호란이 갖는 역사적 사실로서 말이다.

다음으로는, 한반도에서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과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중대한 분수령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시간만 남았을 뿐 북미대결 2라운드는 불 보듯 뻔하고, 1라운드에서 이미 분단극복 없는 항구적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얼마나 허구적인지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동시에 정세동반 없는-분단극복 되어가는 과정 없이 문재인 정부가 자임했던 중재자 역할도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가 분명해졌다.

해서 얻어지는 교훈지점이 북미 간의 관계개선과 남북 간의 동반자적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 한 절대 한반도에서의 항구적 평화체제는 구축되지 않고, 역설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왜 남북 정상회담에서 확인한데로 민족자주와 자결의 원칙에 입각해 민족문제와 평화문제, 통일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지가 보다 분명하다.

이름하여 미국의 이해관계가 100% 반영된 ‘선 핵폐기·후 평화체제’로는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 절대 달성될 수 없고, 과감한 정책전환을 역설적으로 비례시킨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정세는 범국민적인 반일 및 미국의 부당한 요구들에 대한 대중적인 반미전선 구축 가능성을 매우 높아놓았다는 점이다.

지소미아 연장결정과 방위비 분담인상 논쟁은 반일·반미의식을 보다 분명하게 고양시켰다. 미국에 대한 본질적 실체를 분명하게 알기 시작했고, 반증은 대중들 스스로가 "미국은 날강도 짓 그만하고 즉시 나가라!"는 투쟁구호를 등장시켰다.

이는 5.18항쟁, 6월항쟁, 촛불항쟁 등을 통해 획득되어진 ‘반미자주화’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 ‘미국반대’가 대중적 공감을 형성했다는 점에서 향후 반미자주화투쟁은 한층 더 높고 성숙한 질적 경로를 통해 발전해 나갈 것임을 예고해줬다.

대중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눈높이에 맞는 ‘미국반대!’ 투쟁을 스스로 구호화해 내었고, 주체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명명백백하다.

보너스 인식: 촛불민심은 미국의 힘과 일본의 간계에 놀아나는 문재인 정부의 형편없음을 맛보았고, 다른 말로는 촛불민의가 촛불정부를 자임했던 문재인 정부에게 고마워해야 할 것이 하나 생겼다는 말과도 같다.

다름 아닌, 문재인 정부는 촛불정부로서의 역할과 사명에 충실하기보다는 지소미아 결과가 이미 말해주고 있듯이 미국과 일본이 원하는 방향에서 연장결정되었고, 방위비 인상문제도 지소미아 연장결정이 함의해준 것에서 추론 받을 수 있듯이 미국의 압박과 압력을 이겨내지 못한 문재인 정부의 완패가 예상된다.

그러니 어찌 촛불민의들이 문재인 정부에게 고맙지 않으며, 말도 되지 않는 논리로 방위비 인상압박을 해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고맙지 않다 하겠는가?

강고한 기득권체제에 포섭되어져 가는 과정을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학습효과와, 그로 인해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이 왜 중요한지가 매우 분명해졌다.

② 과거도 그랬고, 앞으로도 북미대결은 북이 주도하게 되어있고, 그 해결의 키(Key) 또한 북이 쥐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외형적(현상적)으로는 지금까지의 상황이 미국이 북을 세게 압박하고 제재해 북을 굴복시켜 온 것처럼 보이지만, 그 본질은 오히려 북이 미국의 압박을 뚫고 승리해온 과정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근거는 미국이 제재와 압박을 하고자 했던 본질이 북이 핵을 가지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는데, 북이 2017년 11월 29일 국가 핵무력 완성을 통해 핵무장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논리적 인과관계와 정합성이 그렇게 만들어진다고 한다면 그때부터 이후의 북미대결은 북이 이겨가고 있는 시간과의 싸움이 맞는 것이다.

두 번째는 여러 번에 걸쳐 이미 밝히고 있듯이(대표적으로는 “2019년 12월 31일, 미국에게 주어진 마지막 시간”(<다른백년>,2019.12.05.), 또 트럼프의 허세; 트럼프, “김정은이 적대적으로 행동하면 잃을 게 너무 많아(12.8)”와는 달리, 시간과 결과가 북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흘러가게 되어있다는 점 때문이다.

북핵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트럼프 개인에게는 재선실패가, 그리고 미국에게는 핵독점을 전제한 유일패권 지위가 무너져 내린다. 반면, 북은 과거에도 그러했고, 또 김영철 위원장 9일 밝힌 대로 ‘잃을 것이 전혀 없다.’

#2. 예상되는 북미구도의 변화지점

이로부터 우리가 상상해 볼 수 있는 북미대결 2라운드는 북미대결 1라운드 때의 프레임이라 할 수 있는 북핵 비핵화라는 정세국면 대신, 미국의 적대정책 철회라는 프레임으로 북미대결 2라운드 정세국면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칼과 칼자루의 논리로 비교설명하자면 칼자루는 북이, 칼날은 미국이 쥐고 버티는 형국이다.

왜 그렇게 봐야 하고, 근거는 도대체 무엇인가?

간단하다. 먼저는, 구도의 변화 때문이다. 북미대결 1라운드는 싱가포르 합의정신에 의거한 제재해제 프레임이 국면을 지배했다면, 북미대결 2라운드부터는 북이 이미 밝히고 있듯이 ‘새로운 길’에 의한 (미국의) 적대정책 철회 프레임이 지배해서 그렇다. 국면의 완전한 전환이다.

다음으로는, 구도와 국면의 변화가 필연적으로 의제의 변환도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이다. 비핵화 의제중심에서 평화협정(=주한미군철수·한미동맹해체) 체결이라는 의제로 중심이동 된다는 말인데, 근거도 충분하다. 당시 리용호 외무상이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가진 기자회견(3월 1일)에서 "우리가 비핵화 조치를 취해나가는 데서 보다 중요한 문제는 안전담보 문제이지만, 미국이 아직은 군사 분야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라 보고(강조, 필자) 부분적 제재 해제를 상응 조치로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고, 이어 “천재일우의 기회 놓쳐(당시 최선희 부상)”가 증명해준다.

#3. 전쟁은 정말 가능한가?

결론은 ‘절대’ 불가능하다이다. 어떤 상상력을 하든 결론은 변경되지 못한다. 해서 북과 미국이 강 대 강으로 맞붙는다 하더라도 정세가 외형적(현상적)으로는 2017년 정세로 데자-뷰(Deja-vu)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치적으로의 데자-뷰이지 군사적으로의 데자-뷰는 절대 아니다. 두 쪽 나도 명심해야한다.

가설로서 그 증명은 간단하다. 다름 아닌, 1차 북핵위기가 1994년에 발생했고, 그때도 전쟁직전까지 갔다. (그 중간에 이런 상황은 여러 번 있었지만, 가장 최근건만 봤을 때도) 또 트럼프가 입만 열만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오바마 정부 때의 북과의 전쟁설’도 있다. 하지만, 최종결론은 ‘전쟁하지 않았다’이다.

즉, 미국이 북 핵보유 저지를 위해 전쟁을 불사하면서까지 북을 굴복시키고 싶어 했지만, 결국에는 동북아에서의 복잡한 정치적 환경과 북의 응전에 미국이 승리할 수 없다는 결론 때문에 번번이 포기했다. 그렇게 ‘하지 못했다’가 최종 결론이고, 전쟁을 하지 못한 것이 팩트다.

해서 다음과 같은 연동이 가능하다. 핵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의 북과도 전쟁을 하려했지만, 하지 못했다면-지금은 핵을 가지고 있고, 그 핵으로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과 SLBM까지 보유한 북과 전쟁한다? 절대 성립될 수 없는 가설이다.

하여 2017년 정세로의 데자-뷰는 군사적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이다.

드는 의문 하나, 그런데도 왜 우린 이를 걱정해야 하나?

몇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미국(트럼프)은 자신의 이해관계 때문에 한반도 전쟁설을 최고조로 끌어올려야 한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문제, 전략자산 전개문제, 군산복합체 이해관계; 최첨단 무기판매문제, 한미동맹체제 강화문제, 일본의 재무장문제 등 이 모든 것들을 위해서라도 매우 분명하게 ‘의도적인’ 전쟁책동이 마치 진짜인양 최고조로 끌어올려져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분단적폐세력들의 좋은 정치적 먹잇감이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분단적폐세력들은 그 생존방식을 한반도체제의 불안정성에서 찾는다. 바로 그런 측면에서 한반도에서의 전쟁설만큼 좋은 정치적 호재는 없다. 거기다가 문재인 정부가 틈만 나면 자랑으로 내세우는 기간 대북정책, 평화정책을 ‘완전’ 실패로 규정할 수 있어 죽자 살자 식으로 덤벼들 수밖에 없고, 그 우군세력들인 적폐언론들도 100% 아니 120% 호응하면서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성을 극도로 조장하니 그렇다.

상황이 충분히 그러한 예측을 가능케 한다. 그런 만큼,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전쟁설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그런 파상적인 정치공세와 군사적 위협에 절대 흔들려서는 안 된다. 흔들리는 순간, 미국과 분단적폐세력들은 벌떼처럼 달려들어 총공세는 한층 더 가열 차게 될 것이고, 가열 차면 가열 찰수록 미국에 대한 종속성과 예속성은 더 깊어지고, (거기에) 기생하는 분단적폐세력들의 권력재집권 가능성은 그만큼 더 높아만 간다.

문재인 정부가 정말 북미대결 1라운드 때보다 정세판단을 더 잘해야 함이 그렇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4. 집권 2기, 문재인 정부는 무얼 바꿔야 하는가?

첫째, 한반도에서의 전쟁억지력은 정부의 중재자 역할에 의해 조성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역설적이게도 북의 국가 핵무력 완성에 의해 담보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 어렵지 않는 증명이다. 핵을 가지지 못한 상태의 북을 상대해서는 절대 정상회담에 응하지 않았던 미국이 정상회담에 응했다는 것 자체가 북의 주도성이 발휘되고 있다는 것이고, 그것보다 더 결정적인 것은 미국이 이라크, 리비아, 이란 등을 상대해서는 무(無)핵화를 관철시켜 내었듯이 북에게도 무(無)핵화하기 위해 미국이 갖고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 압박과 제재를 가해내었지만 결국에는 북이 핵을 보유했고, 마침내 ICBM과 SLBM 개발에 성공했다. 미국에게 이긴 것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둘째, 한미동맹은 국가이익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

논리전개는 이렇다. 북은 문재인 정부의 중재안을 믿고 하노이 회담에 임했다. 결과적으로 결렬되었고, 자신들만 망신당했다고 믿는다. 이후부터 북은 철저하게 통미봉남(通美封南)으로 일관했다. 여기에다 남북 정상회담에 합의한 내용조차 한미 워킹그룹에 의해 이행되지 않자 남북 정상회담의 불필요성을 확고히 했으며, 결정적으로는 변형된 한미 연합훈련 실시와 F-35A 등 도입, (북에 대한 적대를 그 기본으로 하고 있는) 지소미아 연장결정 등은 급기야 문재인 정부가 과연 ‘한반도에서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신뢰를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가 초래한 측면이 크다.

나열해보면 무조건적인 한미동맹 의존이 가져다준 엄청난 패착이었으며, 남북 정상간 합의한 민족문제마저도 한미 워킹그룹에 의해 차단된 것은 두 정상이 합의한 민족자주와 자결원칙에 엄청난 위배였으며, 지소미아문제의 경우만 놓고 보더라도 일본 아베 정부의 패착을 잘 활용해 지소미아 종료선언과 함께, ‘불평등한’ 한미동맹체제에서 탈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으나, 이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또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문제도 논리도 명분도 없는 그런 협상에 질질 끌려 다닐 것이 아니라, 불평등한 한미동맹 체제를 정상화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전혀 그럴 생각도 그러하질 못하고 있다.

촛불정부에 걸맞지 않는 너무나도 무책임하고 ‘못난’ 국정운영 방식이자 스스로 초래한 자업자득이다.

해서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한미동맹은 국가이익과 한반도에서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수단이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님을 명심해야 하고, 절대 수단이 목표를 앞설 수 없다는 측면에서 한미동맹체제는 절대선이 아님도 분명히 해야 한다.

12월 연말은 바로 (또다시) 그 분수령으로 다가온다.

셋째, 지소미아 본질에 대한 인식을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 ‘지소미아 연장결정과 남북관계 개선이 양립할 수 없다’는 그 상관성을 이해하고, 촛불민심을 믿고 지소미아 완전철폐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

넷째, 북의 핵보유와 한반도 평화체제는 ‘사실상의’ 직접연관계가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논리적으로도 명백하다. 북이 핵을 가지지 않았던 7-80년대, 90년대에 오히려 더 적대적 공존체제가 심화되었다는 것은, 그렇다면 북핵의 본질이 한반도 평화체제와 연결되는 것이라기보다는 북미대결을 그 본질로 하고 있다.

하여 ‘선 핵폐기·후 평화체제’ 구축은 적어도 양쪽을 병행하거나 아니면 ‘선 평화체제·후 핵폐기’로 전환시키고, 북이 핵을 가진 상태에서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가능하다는 정책적 상상력을 해내어야만 한다.

다섯째, 남북문제를 접근하는 방식도 확실하게 달라져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약속 이행의지를 확고히 해 민족내부의 문제는 민족내부의 힘으로 풀어가겠다는 민족자주와 자결의 정신으로 반드시 되돌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 미국에 기대 풀려는 그 행태로는 절대 북과 대화를 하지 못하고, 또 절대 이 정부의 트레이드마크인 평화경제체제도 열리지 않는다. 그러니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문제, 철도연결문제, 인도주의적 지원문제 등은 미국핑계 대지 말고, 북과 마주앉아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어야 한다.

여섯째, 앞에서도 잠시 언급하였지만 정치적 논쟁은 엄청나겠으나, 대한민국에서 전쟁이 불가능하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핵무장 혹은 전술핵 재배치는 절대 불가능함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반면, 그 반대는 정쟁에 휘말려 문재인 정부는 이 블랙홀을 감당해낼 수 없고, 감당해 낼 수 없는 것만큼 정책기조의 중심을 잃고 우왕좌왕하게 된다.

그래놓고 이제 그 이유를 한번 설명해보자.

이유는 수도 없이 많으나, 그 중 첫째는 미국의 입장에서 대한민국 핵무장을 절대 수용할 수 없어서 그렇다. 왜냐하면 미국의 유일패권 지위는 미국의 통제 하에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핵독점에 의해 유지되는 체제인데, 이 체제의 균열을 미국이 절대 허용해줄 수 없다.

둘째는 대한민국 스스로가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1991)을 위배해야하기 때문이다.

셋째는 중국과 러시아와의 엄청난 갈등 때문이다. 이는 사드배치 갖고도 중국과 이 난리를 치르고 있는데, 대한민국에 전술핵, 혹은 핵무장이 용인된다면 이는 아마도 국교단절까지 각오해야 하는 엄청난 일인데 이를 감당할 정치세력이 누구란 말인가?

없다면 핵무장, 혹은 전술핵 재배치 또한 실제로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완전 제로상태이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설과 똑같이 너무나도 극단으로 치닫는 정쟁과 (누군가의 필요에 의한) 논쟁도구일 뿐이다.

(문재인 정부에게는) 여느 때보다 혜안이 필요할 때이다.

#5. 결론을 대신하며

결론적으로 지금의 국면에서, 혹은 앞으로 조성되어질 정세국면에서 문재인 정부는 모든 의제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한반도 전쟁설에 대해 그 접근방식을 우선, 한미동맹이 한반도 평화보다 우선하지 않는다는 동맹철학을 분명해야 하고, 다음으로는 미국과 분단적폐세력들이 자신들의 이해와 요구관계에 의해 확장되어질 한반도 전쟁 위기설에 대해 남북공동선언(판문점·평양) 이행실현을 통해 막아낼 수 있는 강단과 의지가 있어야 한다.

더 본질적으로는 ‘북핵문제 해결 없이 평화 없다’가 아니라 ‘북핵문제, 평화를 절대 앞설 수 없다’로 인식 전환해내고, 종국에는 주한미군철수를 전제한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이 다시 짜져야 한다.

다만, 현 정부가 갖는 약점과 한계도 너무나도 분명하기에 완전한 선평화체제로의 정책전환이 이뤄지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북핵문제와 평화체제 구축을 병렬적으로 접근하는 그런 정책전환은 반드시 이뤄내어야 하고, 차기정권으로의 징검다리 역할은 해내어야 한다.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그리고 현재는 부경대 기초교양교육원 외래교수로 출강한다.

주요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자문위원/6.15부산본부 자문위원/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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