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모았던 ‘코리안 더비’ 남북축구 평양전이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에서 남측과 북측은 0대0으로 비겼습니다. 이번 남북전은 △인기 스포츠인 축구 경기, △월드컵 예선전, △게다가 29년 만에 이뤄진 역사적인 평양전이기에 지대한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런데 당연히 성사되어야 할 경기가 실지로 성사되기까지 몇 가지 긴장과 우려가 있었습니다. 선수단 이동, TV 중계와 취재진 그리고 응원단 파견 등 사전에 해결돼야 할 문제들이 제대로 논의도 안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측이 거부한 것입니다. 사실 지금 교착상태에 있는 남북관계에 축구경기가 활로를 터주길 바라는 일말의 기대도 있었지만 무산된 것입니다.

그 결과 남측 선수단은 직항로가 아닌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평양에 입성했고, 경기는 취재진도, 생중계도, 응원단도 심지어 관중조차 없는 ‘기묘한’ 형태로 치러졌습니다. 이 과정을 살펴본 영국 <BBC>는 경기 전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더비”라고 표현했으며, 경기 후 일부에서 ‘깜깜이’ 경기였다고 평한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게다가 유니폼 교환문제까지 불거졌습니다. 대한축구협회는 선수들이 출국하기 전 경기 후 유니폼을 교환하지 말 것을 주지시켰다고 합니다. 자칫 유니폼 교환이 유엔의 대북제재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 정도라면 정상적인 경기가 불가능한 ‘기묘한’ 상황이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인정하는 국가 간 공식 A매치는 반드시 양측 국기가 게양돼야 하고 국가가 연주돼야 한다고 합니다. 평양에서 온 소식에 따르면, 킥오프에 앞서 양 팀 국가 연주가 관례대로 진행됐으며, 또한 경기장 사진을 보니 양측의 국기가 게양된 것이 확인됩니다.

물론 생중계가 안됐기에 경기의 전모를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두세 개의 소식으로 가늠할 뿐입니다. 이날 아시아축구연맹(AFC)은 경기가 과열돼 불상사가 일어날 것을 우려해 감독관 외에 안전요원을 별도로 배치했다고 합니다. 결국 남북전을 지켜본 AFC는 “양 팀 골키퍼보다 주심이 더 바빴던 경기였다”고 평양발 소식을 전했다고 합니다. 경기가 그만큼 격렬했다는 뜻입니다. 그러기에 양 팀 합쳐 남측 2장, 북측 2장 등 옐로카드가 4장이나 나왔습니다.

이는 1년여 전인 9.19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을 꽉 채운 평양 시민 15만 명 앞에서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5천 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습니다”라고 한 연설을 상기한다면, 역시 ‘기묘한’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렇듯 이번 남북축구 평양전은 흡사 최근 남북관계를 반영하고 있는 듯합니다. 북측은 남측의 취재와 보도, 응원단을 마다했습니다. 지금 남북관계는 순탄치 않습니다. 북측이 남측을 향해 압박을 가하는 형국입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취재단과 응원단을 받지 않은 것일까요?

그런데 한 가지 ‘기묘한’ 점이 눈에 띕니다. 북측이 관중을 입장시키지 않은 점입니다. 5만 명을 수용하는 김일성경기장에 북측 관중이 꽉 차 12번째 선수로 불리는 응원단으로서 북측 선수들을 일방적으로 응원한다면, 그것도 북측 특유의 집단주의로 고함을 지르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면 남측 선수들에겐 위협으로 되고 북측 선수들로서는 편안한 경기를 펼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북한은 자발적으로 무관중 경기를 택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포기한 것이지요. 이 점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무관중 경기를 보면서, 북측이 남측의 중계팀과 취재진 그리고 응원단에게 문을 열지 않은 이유가 선명해졌습니다. 북측은 취재단과 응원단을 평양에 받을 경우 남북관계가 잘 돌아가는 듯한 오해를 줄까봐 삼갔지만, 동시에 남측 응원단을 받지 않은 만큼 ‘무관중’을 택함으로써 북측 응원단의 일방적 응원도 삼간 것입니다. 현실은 현실이고 배려는 배려라는 것입니다.

남북이 평양전에서 비김으로써 같은 조에서 2승 1무로 승점 7점을 기록해 공동 선두로 나섰습니다. 특히 내년 6월 4일에는 남북전이 서울에서 치러질 예정입니다. 내년 남북축구 서울전에서는 남과 북이 각각 응원 및 공동응원을 할 수 있게 되고 또한 남북축구가 계속 선전해 월드컵 최종예선에도 함께 진출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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