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북측 방송 통해 김정일 위원장 사망 소식 알아

2011년 12월 갑작스럽게 <조선중앙TV>를 통해 김정일 위원장 사망 소식이 방송되었다. 남측 방송도 신속히 이를 보도했다. 북측 보도가 있기 전까지 국정원은 그 소식을 알지 못했다.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측의 방송 이후 그 소속을 알았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때론 국정원보다 북측 방송이 남측 시민들에게 더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주고 있다. 물론 북측 방송이 체제를 찬양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고, 북측의 현실을 좋은 면만 부각해 보여줄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남측 시민들에게 북측 방송을 자유롭게 볼 수 있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북측 방송 개방에 대한 찬반론

반대하는 측에서는 북측 방송에는 남측을 허위 비방하는 거짓 정보가 포함되어 있어, 허용한다면 그런 정보가 무분별하게 유포될 위험이 있고, 그 결과 남남갈등이 유발되고, 국론분열이 격화될 수 있다고 염려하고 있다. 또 북측은 개방하지 않는데, 남측만 개방하면 비대칭적이고, 상호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찬성하는 측에서는 남북 사이에 민족간 사회문화적 동질성을 회복하고, 심지어 북맹타파를 주장하기도 한다. 잘못된 북한 뉴스로 오히려 남북 갈등이 유발된다는 취지다. 방송 시청과 청취(‘시청취’)는 유엔과 미국의 제재 대상에도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이미 북측과의 체제경쟁은 끝났고, 촛불 시민들이 북측의 선전과 허위 정보에 현혹될 가능성이 없다고 한다.

남한은 KBS ‘한민족방송’을 통해, 미국은 ‘미국의소리’ 방송을 통해 각각 북측에 방송을 송출하면서, 북측 방송을 차단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도 있다. 유튜브 등 인터넷과 SNS가 발달한 현대에는 기술적으로 북측 방송을 차단할 수 없다는 무용론도 대두된다.

찬성론은 동서독 방송교류가 민족의 동질성 회복과 통일에 기여했던 독일 사례를 들고 있다. 서독은 분단 이후부터 통일이 될 때까지 동독의 방송을 시청취를 금지한 적이 없고, 동독은 1960년대에 서독 방송을 시청취하는 것을 금지하고, 전파방해를 했다가 1973년에 서독 방송을 시청취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 결과 1970년대 말에는 동독 주민의 70% 이상이 서독 방송을 시청취했다고 한다. 상대방의 방송 시청취를 통해 동서독 주민들이 상호 정치, 사회, 경제, 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고 한다.

남측에서 북측 방송 시청취 제한 현황

그럼 현재 남측에서 북측 방송을 시청취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 현재 지상파와 종편방송은 <조선중앙TV>의 프로그램 중 일부를 편집하여 방송한 사례는 있지만 프로그램 전체를 재전송한 적이 없다.

유튜브에서는 북측 당국으로 보이는 채널에서 <조선중앙TV> 실시간 스트리밍 또는 특정 프로그램을 전송하고 남한에서 접속이 가능하다. SBS, 연합뉴스TV, TV조선 등 일부 방송사는 남북, 북미, 북러 정상회담을 보도한 북측 방송을 그대로 유튜브에 전송한 적이 있다.

그 외에 북측 방송과 신문기사를 전송하는 인터넷 사이트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접속을 차단하고 있지만, 유튜브와 구글에서 접속이 가능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15년 이후 매년 1천 건 이상 국가보안법 위반정보에 대해 시정요구를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6년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미국인 기자가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인 노스코리아테크(northkoreatech.org)에 접속차단을 명령하였다. 이 홈페이지는 북측과 관련된 여러 정보를 게시하면서 그 중 일부가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그대로 전제하거나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주소를 링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 홈페이지 운영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서울행정법원 2016구합62993)을 제기했고(관련기사 통일뉴스, 2017. 4. 25.자 법원, <노스코리아테크> 접속차단 처분 ‘위법’ 판결을 선고했다. 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20571), 법원은 그 웹사이트에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정보에 해당하는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가 모두 있으므로, 개별 게시글별 URL 차단방식이 아니라 그 웹사이트 전체에 대한 접속차단 처분은 최소규제의 원칙을 위반하여 위법하다는 이유로 취소판결을 선고하였다.

김대중 정부 당시 북측 방송 단계적 개방 시도

지금은 생소하지만 김대중 정부 당시에 북측 방송을 단계적으로 개방할 계획을 수립하였다. 국민의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편입된 그 정책은 1999년에 북측 위성TV를 일반인이 시청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통일부 내에 설치된 자료센터에서 북측 방송을 일반인이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2002년에는 상호 방송교류를 넓혀가기 위하여 남북이 방송교류협력을 위한 합의서를 체결하였다.

하지만, 참여정부 이후부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북측 위성TV 시청이 일반에 허용되는지조차 잊혀져갔다. 현 정부 들어서는 올해 6월에 통일부가 북측 방송에 대한 접속 차단을 해제할 계획이라는 세계일보의 보도가 있었으나 통일부는 즉각 부인하고 나섰다.

북측 방송 시청취를 금지할 법적근거는? 인터넷 게재를 금지하는 법령 제한해석 필요해

그럼 북측 방송의 시청취를 금지할 법적인 근거는 있는가. 방송법에는 북측 방송의 전송을 금지하거나 수신을 금지하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 심의규정에 포함될 사항에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의 유지와 인권존중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을 뿐이다. 전파법에도 북측 방송 전파를 방해하도록 하는 특별한 규정이 없다. 즉, 남측 시민이 북측 방송을 시청취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규정은 위 법률에 없다.

다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에는 명시적으로 북측 방송 관련 정보의 유통을 금지하고 있다. 그 법에서는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정보의 유통을 금지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인터넷망 제공자나 게시판 운영자에게 관련 정보의 처리를 거부하는 등의 명령을 하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러한 정보의 범위에 관하여 게시판 운영자 등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인식이나 목적이 있었는지와 무관하게 정보의 내용이 이적표현물에 해당하면 명령의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런데 국가보안법은 제1조에서 이 법을 해석적용함에 있어 목적달성을 위하여 필요최소한도에 그쳐야하고,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반국가단체등을 찬양·고무·선전·동조할 목적으로 이적표현물을 반포등을 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1990년에 이적표현물 반포등을 금지하는 규정에 관하여 국가의 존립등에 실질적인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되는 것으로 축소해석해야 한다는 한정합헌결정을 내린바 있다. 이와 같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비춰보면, 현재 정보통신망법의 규정을 확대해석하는 대법원의 판결은 헌법에 부합하도록 시정될 필요가 있고, 방송통신위원회도 정보통신망법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

어쨌든 단순히 남측 시민이 정보 취득을 위하여 북측 방송을 시청취하거나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는 행위는 국가의 존립 등에 실질적인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고 볼 수 없고, 사법당국도 단순히 그러한 행위만 하였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한 사례가 없으며, 정보통신망법에서 그 자체를 금지하지 않고 있다. 단순히 컴퓨터나 휴대폰 등으로 인터넷사이트에 접속하여 재생하는 행위는 컴퓨터 등에 접속한 로그기록과 URL만 남아 있어서 이적표현물을 소지 또는 취득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예방적 목적이라고 보더라도 국가보안법 또는 형법 등으로 사후적으로 제재가 가능하고, 국가의 존립등에 실질적인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없으며, 표현과 사상의 자유 아래 논쟁과 경쟁으로 자율적으로 해결될 수 있으므로, 방송통신위원회가 북측 방송, 신문 등 사이트에 접속 또는 전제를 무차별적으로 차단하는 행위는 정보통신망법의 해석 적용함에 있어 과도하다고 할 것이다.

북측 방송 개방을 위한 행정개혁과 법률 정비의 방향

북측 방송 시청취를 위해서 법률의 개정이 필요하지 않고, 행정적 조치로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손쉽게 군과 국가정보원에서 실시하는 북측 방송전파 차단을 위한 방해전파 발사를 중단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실시하는 북측 방송 사이트에 접근 차단을 중단하는 행정조치를 할 수 있다.

향후 제도적으로 남북 상호 방송 교류를 확대하기 위하여 관련 법률이 정비될 필요가 있다. 방송법에 ‘방송이 민족의 동질성 회복에 이바지하고, 남북간의 갈등을 조장하여서는 안된다’는 방송의 공적 책임(제5조 제2항)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하고, 한국방송공사의 공적 책임(제44조 제4항)에 ‘남북의 방송 교류와 개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추가하여야 한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중 방송통신의 공익성·공공성 등 조항(제3조)에 ‘방송통신의 남북협력 및 상호 개방을 통한 민족 동질성 회복’을 추가하고, 남북간 방송통신 교류·협력(제22조) 조항에 정부가 ‘남북측 주민들이 상호 방송에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하여야 한다.

특히 정보통신위원회와 대법원의 확정해석을 제한하기 위하여 실질적 해악성을 추가하고, 북한 방송 등을 그대로 전송하는 행위는 허용하도록 정보통신망법 중 유통을 금지하는 불법정보(제44조의7 7호)에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정보로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정보. 다만, 북측 신문ㆍ방송의 내용을 정보통신망에 그대로 게시하는 정보는 제외한다’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판단은 시민의 몫

일부 종편에서 탈북민들이 출연하여 북측 소식을 전해주고 있다. 그 방송 중에는 북은 여전히 고난의 행군과 같이 헐벗고 굶주리고 있다고 한다. 한편에서는 <조선중앙TV> 보도를 보면 평양에 미래과학자거리가 건설되었고, 서방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평양의 맨하탄이라며 평해튼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북은 ‘고난의 행군’과 ‘평해튼’ 그 사이에 있을 것이다. 따라서 북의 현실에 대해 정부나 언론에서 속단하지 말고, 두 모습을 그대를 볼 수 있도록 하고, 판단은 남측 시민들이 내리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연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연수원(37기)을 수료한 후 법무법인 도담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4대강 공사 취소 행정소송(한강담당)과 천안함 민간조사위원 신상철씨 형사사건 1심을 공동으로 변론했다.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법정에 참여하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통일위원회와 미군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민단체들과 함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 활동을 벌였고, 서촌 궁중족발 사건을 변호하였다.

저서로는 「골목사장 생존법」, 「변호사가 풀어주는 공정거래법 Ⅰ, 하도급편」(개정판)을 공저했다.

 

(수정, 25일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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