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북미실무협상이 시작되려는가 보다. 하노이 노딜(no deal) 이후 7개월, 6.30 판문점 회동 이후 2~3주라던 실무회담이 3개월 만에 열리게 된 것이다.

북한은 10월 1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담화를 통해 “조미 쌍방은 오는 10월4일 예비접촉에 이어 10월5일 실무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보도했다. 정상회담도 아니고 실무회담 개최를 위해 그간 북미 간 접촉이 없었던 것도 아닐 터인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10월 5일 실무협상 하루 전 예비접촉을 갖는다고 하고, 실무회담 개최 장소는 오리무중이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인 10월 2일 아침 북한은 강원도 원산 북방 일대에서 동해 방향으로 미상 발사체를 발사했다. 밤새 짧은 설렘과 기대감은 사라지고 불안감이 엄습한다. 아직 북미 간에 실무회담 조차 쉬 개최하기 어려울 정도로 여전히 이견이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하루 전 예비접촉에서 틀어지면서 실무회담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불길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북미실무회담이 10월에야 열리는 까닭은?

6월 판문점 회동으로 북미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가 커졌지만 북한과 미국의 말잔치만 풍성했다. 북한은 이미 4월 김정은 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에 올 연말까지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라며 시한부 협상을 요구했다. 미국도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북한이 먼저 비핵화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가시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와 대남 비난과 ‘소외론’ 보도가 지속되면서 여전히 한반도 비핵평화에 대한 낙관론보다 비관론이 우세한 상황이 지속되어왔다.

지금까지 외형적으로는 미국이 지속적으로 실무회담 개시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호응하지 않고 딴죽을 걸고 있는 것처럼 보여 진다. 이를 두고 북한이 협상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시간끌기이자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상응조치를 얻어내기 위한 몽니 정도로 평가하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협상전술이 미국에 먹힐 리가 없다. 북한이 미국의 양보를 기대하고 압박차원에서 실무회담 개최를 지연시킨 것이라면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에서 한수 아래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판문점 회동 속에 북한에게 북미대화를 7월에 재개하겠다는 것 자체가 애당초 현실적이지 못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하노이 트라우마로 통치력에 내상을 입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이를 치유할 시간적 여유가 필요했을 것이다.

특히 2018년 한해 방치해 둔 군사분야 현지지도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동요와 군 사기 문제 등 안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 이는 판문점 상봉 이전인 4월 군비행장 방문과 5월에 두 차례 포병훈련, 신형잠수함 공개에 이어 7월 이후에만 8차례 신형무기 시험발사로 이어졌다.

이 기간 중 실시된 한미연합훈련은 북한이 북미실무회담을 거부하고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명분을 제공했다. 북한에게 군사훈련 중에 대화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미연합훈련이 종료되고 북한 역시 신형무기 시험발사를 어느 정도 마무리한 상황임에도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북미 간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의미 있는 움직임은 8월말 이후에나 비로소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고 본다. 북한이 이미 지난달 9일 최선희 제1부상 담화를 통해 9월말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북미실무대화 개최 가능성을 예고했다는 점에서 실무회담 개최는 기정사실화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9월 16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담화, 20일에는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담화를 내고 수석대표 자격으로 북미 실무협상을 총괄한다는 사실을 국제 외교 무대에서 공식화했다. 27일엔 김계관 외무성 고문의 담화까지 더해지면서 북미대화에 대한 북한의 기대와 우려를 반복해서 미국에게 전달하고 있다.

겉으로는 북한이 미국에게 변화된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라는 압박처럼 보이지만 북한이 얼마나 마음을 졸이고 있는지가 엿보인다. 미국이 명확한 상응조치를 밝히지 않으면서 실무회담에 나와서 협의하자고 요구하고 있다면 여전히 강자의 굴복의 유혹 하에 강요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북한은 하노이 노딜 이후 받은 충격을 교훈삼아 어느 정도의 성과가 명확하게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협상테이블에 나가지 않으려는 신중함일 가능성이 많다. 북한에게 더 많은 경제적 지원과 양보도 중요할 수 있겠지만 지금 북한에게 필요한 것은 북한 주민들이 경제에 매진할 수 있도록 보여주고 안심시켜줄 수 있는 확실한 체제안정보장의 여건에 관련된 상응조치이다. 이것이 보장되는지 심사숙고하고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마음으로 확인 재확인을 하다 보니 북미실무회담이 10월에야 열리게 된 것이 아닐까 한다.

북한이 동해로 미사일을 쏜 까닭은?

어제 오후 최선희 제1부상의 담화로 북미실무회담 개최가 발표되고 오늘(10.2) 아침, 북한이 강원도 원산 북방 일대에서 동해 방향으로 미상 발사체를 발사했다. 지난번 9월 9일 밤에도 최선희 제1부상의 담화로 9월말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북미실무대화가 개최될 것이라는 발표 직후 10일 아침 초대형방사포를 쏘았다. 이번에 무엇을 쏘았는지는 내일이면 북한이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쏘았는가 보다 왜 이 시점에 쏘았는지 이다.

이번 발사를 최근 우리 국회에서 북한의 미사일발사를 9.19 합의 위반이라고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한 반발로도 해석할 수 있다. 또 우리 국군의 날 행사에서 F-35 등 신형무기 공개와 연결시켜 볼 수도 있다. 북한의 무모함인지 당당함인지는 모르겠으나 북미대화와는 무관하게 눈치 보지 않고 자신들의 계획표대로 무기현대화 등 약속한 것, 이미 언급한 일은 한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북미협상 시작 전 무기 현대화에 필요한 시험발사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발사한 후에 실무협상을 발표했다면 협상 시작 전 마무리를 위한 시험일 수도 있겠지만 순서로 보면 다분히 의도적이다. 협상을 앞두고 이미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최근 신형무기의 시험발사에 대해 면죄부(?)를 받은 상황에서 우회적으로 대미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상상해 본다.

과거 베트남전에서 폭격을 하며 평화협상을 요구한 미국에 대해 베트남은 협상을 거부했다. 북한 역시 대화를 하자면서 한미연합 훈련을 지속하고 또 제재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미국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폼페오의 “모든 나라가 자기방어 주권을 가진다”는 말처럼 비핵화 협상과 자위적 국방력 강화는 별개이니 그렇다면 북한도 무기 현대화하면서 북미 대화해도 괜찮겠지 하는 화두를 던진 것일 수 있다.

미국은 가만히 있는데 북한이 서둘러 최선희 제1부장의 담화를 통해 북미실무회담의 날짜만을 박아 발표하고 바로 미상의 발사체를 쏘아 올린 것은 결국 북한이 시간을 끄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미적거리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북한은 미사일을 계속 쏘아대고, 미국은 한미연합훈련과 제재를 지속하면서 북미대화가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이제 미국이 실무대화에 나와 대답해야 할 때이다.

 

 

해군사관학교 경영과학 학사(OR)

국방대학교 국제관계 석사(안전보장학)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학박사(군사안보전공)

현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및 정외과 조교수(박사주임교수), 북한연구학회 이사,

한반도평화포럼 안보센터장, 국방부/통일부/연합사 자문위원,

예) 해군중령 (2011년 8월 19일 전역 / 군 근무20년)
- 국방부 북핵WMD담당, 대북정책기획담당, 대북협력정책담당
- 남북군사회담 10여회 참가(2007~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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