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은 왜 우리의 몫인가?

지난 9월 23일부터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문재인대통령의 연설은 비겁하고, 동문서답으로 일관했다.

2018년 P4G(녹색성장글로벌목표 2030을 위한 연대) 개최국이었던 덴마크와의 만찬에서 덴마크 프레데릭센 총리가 2030년까지 덴마크는 75%의 탄소절감을 할 것이라고 이야기할 때 문재인 대통령은 그저 덴마크의 결정에 경의를 표할뿐 탄소절감에 대한 한국정부의 수치를 이야기 하지 못했다.

파리기후협정에 따르면 2030년까지 각국이 어떻게 온실가스를 줄일 것인지 2020년 초에 발표를 해야 하는데 손에 쥔 것이 없다. 그러니 P4G 2차 대회 개최나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세계 푸른하늘의 날 제정’이라는 변죽만 울릴 뿐이다.

부끄러움은 또다시 우리몫이 되었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있으면 안돼요. 저는 대서양 건너 학교에 있어야 해요. 여러분은 헛된 말로 저의 꿈과 어린시절을 빼앗았습니다”라는 그레타 툰베리의 격정적인 질타를 받고 나서도 독일, 뉴질랜드, 덴마크 등 유럽국가들을 제외하고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등 추상적인 언사로 뉴욕으로 쏠린 세계의 툰베리들을 분노케 했다.

2015년 지구온도 1.5℃를 넘지 말자고 세계정상들이 약속한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툰베리의 연설에 ‘밝고 멋진 미래를 고대하는 행복한 소녀’라고 조롱했다. 참 못난 어른이다. 지난 100년 동안 지구온도가 1℃올라 겨우 0.5℃ 남았을 뿐인데도 아직 한가한 말장난이나 치고 있다.

거짓말

‘대한민국은 파리협약 이행을 잘하고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은 첫마디부터 틀렸다. 4기의 석탄발전소를 폐쇄했고, 2022년까지 6기의 석탄발전소 문 닫겠다는 이야기만 했다. 폐쇄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용량의 2배 이상 되는 석탄발전소 5기가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이야기는 쏙 뺐다.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한 거짓말이다.

툰베리는 연설에서 탄소배출 제로를 강조했다. “지금 인기를 얻고 있는 10년 안에 탄소를 반만 절감하자는 의견은 지구온도 상승폭을 1.5℃ 아래로 제한할 수 있는 가능성을 50%만 줄이자는 것이고 50%의 책임을 미래세대에게 전가하는 비겁한 일”이라고 일갈한다.

1992년~2017년 사이 영국 탄소배출량은 4억t에서 2억t으로 줄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탄소배출량은 3억t에서 7억t으로 늘었다. 1인당 탄소배출량은 이미 10년 전 영국, 독일, 일본을 따라잡아 세계 1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30년까지 5억3천만t까지만 줄이겠다는 안일한 계획을 내놓고 있다.

2016년 한국은 기후악당국가 선두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기후악당국가는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무책임하고 게으른 국가를 말한다. 매년 32개국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가의 ‘감축행동’을 발표하는 기후변화 전문 온라인 언론 CLIMATE HOME은 기후행동추적 분석결과를 인용 ‘한국 2016 기후악당 목록의 맨 앞자리에 서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탄소배출량의 가파른 증가속도와 함께 기후악당국가에 이름을 올린 주요이유는 석탄화력발전소 수출에 대한 재정지원이다. 세계야생기금(WWF)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약 7.7조의 재정을 석탄관련 프로젝트에 제공함으로써 일본에 이은 세계 2번째 석탄투자국이다.

지난 8월 2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자와섬 주민들이 석탄화력발전소를 지으려는 한국기업에 금융지원을 하지 말아달라며 한국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산업은행을 상대로 인도네시아 석탄화력발전소 9, 10호기 수주를 받은 두산중공업에 한국의 공적자금을 지원하지 말라는 ‘무역보험 계약체결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발전소 예정지 자와섬은 이미 들어서 있는 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한 환경오염이 심화돼 심각한 사회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며, “수많은 주민들이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고 섬주변의 소금채취, 농어업 생산량 감소로 건강과 생계 모두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국에 짓지 않는 것은 인도네시아에도 짓지 말아달라’는 주민들의 주장은 명료하다.

툰베리들의 분노

"어떻게 감히 여러분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하나도 바꾸지 않고 몇몇 기술적인 해결책만으로 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척할 수 있습니까?“

툰베리의 분노다. 8살 때 기후변화를 알게 되면서 “왜 사람들은 행동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에 갇혀 말을 잃고, 밥을 먹지 않았던 툰베리는 자폐증의 일종인 아스파커 증후군 진단을 받는다. 툰베리로 인해 유럽에서 유명한 오페라 가수였던 엄마는 비행기로 이동하는 일을 줄여야 했고, 아빠는 전기차로 바꾸고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가족의 삶을 바꾸던 16세 소녀가 기후위기에 빠진 세상을 바꾸고 있다.

이미 알려진 대로 툰베리는 이번 뉴욕 기후행동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2주간 태양광을 이용한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넜다. “소위 환경운동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비행기와 배를 아무렇지도 않게 타고 다니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툰베리는 평생 새 옷을 사입지 않겠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지금은 말이 아니라 행동할 때임을 분명히 보여주는 툰베리 앞에 우리 모두는 부끄럽다.

죽음

지난 9월 19일 <경향신문> 김종철 칼럼에 이런 이야기가 실렸다.

“지금 서양에서는 무너지는 자연환경을 지키위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기후위기에 둔감한 동료시민들에게 강력한 경고를 하기 위해서 혹은 자기 한사람이라도 사라지면 지구가 그만큼 건강을 되찾을 확률이 높아질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그렇게 결행하는 것이다.”

살기위해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아직도 녹색을 성장과 연결시켜야만 하고, 표를 얻기 위해 기업의 이익을 건드리지 못하는 정치와 경제가 한통속으로 지배하는 한 기후위기는 극복될 수 있을까?

“아마존은 우리(브라질)의 것일 뿐 세계의 허파라든가 인류의 자산이라고 말하는 것은 오류(faiiacy)다.” 지구의 허파인 열대우림을 개발해 브라질 경제성장의 허파로 삼겠다는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의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기조연설에 세계의 비난이 쏟아진다. 아마존 열대우림 60%가 브라질에 속해있다. 야만적인 발언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이 비난에 동참할 수 있을까?

9월 27일 전세계 툰베리들이 기후위기 행동으로 ‘결석시위’를 한다. 결석파업이다. 모든 것을 걸고 행동하는 그들 앞에 우린 아직도 ‘자본’이라는 패를 만지작거린다.

한심하고 부끄럽다.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 자연도 인간도, 우주도...

한낱 인간의 욕망이 지구를 망가뜨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태양과 바람의 나라를 꿈꾼다.

에코아나키스트가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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