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미국과 일본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예상 밖으로 8월 22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고 이튿날 일본에 통보했다. 이 결정이 유지되면 11월 22일에 한일 지소미아는 공식 종료된다.

하지만 이를 되살리려는 미국과 일본, 국내 친미‧친일세력의 공세가 집요하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이낙연 총리와 강경화 외교장관은 일본이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철회하면 지소미아를 재연장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과연 그래도 되는가? 이에 대한 판단을 위해서는 지소미아의 본질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미일 MD 및 동맹, 일본의 집단자위권 날개 달아주는 협정

한일 지소미아는 한마디로 미국과 일본의 패권을 위한 협정이다. 요구도 미국과 일본이 한 것이고, 그 이익도 미국과 일본이 취한다. 한국 정부의 종료 결정에 대해 미국과 일본 정부가 강력히 반대하는 것을 보면 이 협정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알 수 있다. 반면 우리는 이 협정으로 얻는 이익은 없고 미일동맹의 하위 파트너로 편입되어 그들의 전초기지 노릇을 하게 된다.

한일 지소미아는 사드 한국 배치와 함께 북중러를 겨냥한 한미일 삼각 미사일방어체제(MD)와 동맹 구축의 일환이다. “한국의 레이더로 탐지한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의 정보를 한미일 3국이 즉시 공유하는 체계가 필요하다”(수전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 2014.3.14)는 미국 당국자의 말이 그 명확한 근거다.

미국은 한미일 3국이 중국과 북한 등의 미사일 발사 초기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정보공유 트라이앵글을 완성하여 한미일 공동 MD체제와 동맹을 뒷받침할 법적 장치를 구축하려한 것이다.

미국이 2012년의 한일 지소미아 체결 실패와 2014년의 한미일 정보공유약정 체결을 넘어서서, 결국 박근혜 탄핵 국면인 2016년 11월에 밀실에서 한일 지소미아를 집요하게 관철한 이유는 바로 이 같은 패권적 요구 때문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을 제외한 미국 외교안보 관료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실망과 우려’를 표명하고, 최근 쫓겨난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문(재인) 정부가 이번 결정으로 미국의 국가 이익에 피해를 줬다”고 직설적으로 비난한 것도 미국의 패권적 이익의 훼손을 용납하지 않으려는 미국사회 주류의 의지와 정서를 보여주는 것이다.

한일 지소미아는 한미일 MD체제 구축과 함께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에 날개를 달아줘 일본의 남한에 대한 재침탈과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뒷받침해 주는 협정이다. 이와 관련하여 간 나오토 당시 총리는 “유사시 자위대가 한국을 거쳐 북한의 납치 피해자를 구출하러 가는 방안이 있다”, “자위대 비행기로 구출하러 가려고 해도 한일 양국 사이에 룰이 정해져 있지 않다”(2012.12.10)고 말했다.

일본 극우 <산케이 신문>은 노골적으로 “한국군의 배치와 사용 가능한 공항·항만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GSOMIA가 필요했다”는 식의 보도(2016.11.23)를 내기도 했다.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면서 내세웠던 “명나라를 치러 갈테니 길을 빌려 달라(征明假道, 정명가도)”던 임진왜란 때와, “일본인 거류민을 보호하겠다”던 청일전쟁 때의 명분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주장을 일본이 버젓이 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황교안 총리는 이에 화답하여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부득이한 경우 우리나라(정부)가 동의한다면 입국할 수 있다”고 말했다.(2015.10.14) 필요하면 일본의 한반도 재침탈의 길을 터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겐 백해무익한 협정

한일 지소미아 체결 때 정부는 일본의 정보가 북한 미사일 발사 대응에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한반도는 종심거리가 짧아 북한의 미사일이 남한에 도달하는 시간이 매우 짧고 산악지형이 많아 MD가 효용성이 없다. 게다가 한국은 대부분의 정보를 독자적으로 확보할 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다.(국방부, ‘전작권 환수 로드맵’, 2006년) 한미동맹이 유지되는 한 미국의 첨단 자산이 확보한 정보도 활용할 수 있다.

한편, 일본은 한국보다 북한이나 중국보다 멀어 일본이 탐지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초기 정보는 남한을 방어하는 ‘조기경보’의 효용성이 없다. 일본의 정찰위성은 ‘낮에 한 지점 하루 한 번 2분 정도’ 사진촬영이 가능할 정도로 지극히 제한적인 능력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 최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금까지 일본한테서 북한 미사일과 관련해 의미있는 정보를 받아본 적이 없다”, “(일본이 제공한 정보는) 한마디로 효용가치가 없었다”(2019.8.24)고 밝히고 있다.

반면, 한일 지소미아는 한국이 탐지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조기정보를 일본에 제공함으로써 일본 방어에는 도움이 된다.

한일 지소미아는 일본이 한국에 제공하는 첨단 부품·소재뿐만 아니라 탄도미사일 등 일본이 제공하는 구두, 영상, 전자, 문서, 기술, 장비 등의 정보를 북한 등 제3국 유출을 규제할 수 있는 조항을 담고 있다. 아베 정권은 남북 대결을 이용해 남한에 첨단 소재·부품과 무기체계를 팔아 한국의 대일 경제적 종속과 군사적 의존을 높일 수 있다.

또 한일 지소미아 등을 통해 이들의 북한을 포함한 제3국으로의 유출을 규제하는 한편 사드와 한일 지소미아 등을 매개로 한국을 한일 미사일방어 및 동맹, 한미일 미사일 방어 및 동맹으로 엮으며 한국을 일본의 안보를 위한 방파제로 만들려는 것이다. 한일 지소미아는 결국 대일 경제적 종속과 군사적 의존을 연결시켜 주는 고리인 셈이다.

나아가 북중러를 겨냥한 한미일 MD 및 군사동맹의 일환으로 체결된 한일 지소미아는 동북아에 진영 간 대결을 불러 군사적 불신과 대결을 격화시킴으로써 판문점 선언과 평양 선언, 북미 싱가포르 합의로 형성된 한반도 평화정세에 역행한다.

이처럼 한일 지소미아는 철저히 미국과 일본의 패권적 필요와 요구에 의해 체결된 협정으로서 우리에게는 효용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백해무익한 협정이다.

‘안보 공백’은 허구, ‘다다익선(多多益善)’은 본질 호도

문재인 정부가 한일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자 친미‧친일세력이 ‘안보 공백’을 선동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북핵‧미사일에 대비한 충분한 정보능력을 갖추고 있고 계속 신장하고 있기 때문에 안보 공백은 2016년 협정 체결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것이다.

진보적 안보전문가라는 인사조차 지소미아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면서 한일 지소미아가 문제가 없는 것처럼 대중을 호도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본 것처럼 한일 지소미아는 한미일 MD 및 군사동맹의 일환이고,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뒷받침하는 협정이라는 점에서 다른 수십 개 나라와 맺은 지소미아와는 차원이 다르다. 즉, 한일 지소미아는 그 목적과 주고받는 정보의 성격, 정보보호 수준이 다른 지소미아와 크게 다르다.

한일 지소미아는 북한(장차는 중국까지)을 적으로 상정하고 조약에 의거하는 군사동맹을 지향하는 ‘군사협력’이라는 점에서 가상적을 상정하지 않는 단순한 ‘군사교류’로 한정된 다른 협정과 질적 차이가 있다. 또 특허권, 저작권 또는 기업비밀 등과 같이 구체적이고 강력한 지식재산권 보호조항(6조)을 포함하고 있어서 대일 군사적 의존 가능성을 열고 있다. 이 조항은 한러 협정에는 없고, 한호주 협정에는 일반적으로 언급되어 있을 뿐이다.

지소미아 종료로 대결 말고 평화와 번영, 통일을 택해야

미국과 일본이 한일 지소미아 재연장을 요구하는 것은 한국이 한미일 MD 및 동맹 대열에서 이탈하는 것을 막고 나아가 그들이 주도하는 대중(對中) 군사적, 경제적 봉쇄전략인 인도-태평양전략에 한국을 하위 파트너로 동원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이미 호르무즈 해협과 남중국해 작전 참여와 세계패권전략 수행을 위한 방위비분담금 대폭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한미일 MD 및 동맹, 인도-태평양전략에 복속되면 70여년 만에 열린 평화와 번영, 통일의 새 시대는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채 스러져 버리고 우리 민족의 장래는 기약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동북아 진영 간 대결에 끌려들어갈지, 아니면 남북의 화해와 협력,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아갈지를 규정하는 당면한 고리가 한일 지소미아의 종료 여부에 달려있다. 애초에 체결되면 안 되었던 협정, 하루 빨리 폐기되었어야 할 협정, 앞으로도 다시 체결되어서는 안 되는 협정,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는 어떤 명분이나 이유로도 재연장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점에서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철회하면 지소미아를 재연장할 수 있다는 이 총리와 강 장관의 발언은 명백히 잘못된 것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역설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한일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미국의 파상공세에 대해 “아무리 동맹 관계여도 대한민국의 이익 앞에 그 어떤 것도 우선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일 지소미아 재연장이 바로 우리나라를 희생양으로 만들어 우리의 생존과 장래를 흔들고 국익을 훼손하는 대표적 사안이다.

따라서 9월 하순에 열리는 한미정상회담 자리를 비롯한 미일 등의 모든 압력과 타협책에 휘둘리거나 현혹되지 않고 한일 지소미아 종료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의 결기와 진정성을 확인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11월 22일까지 문재인 정부가 미국과 일본의 압력을 물리치고 한일 지소미아 종료 입장을 고수할 수 있도록 주권 및 국익 수호와 평화통일을 바라는 깨어있는 시민들이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전 애국크리스챤청년연합 부의장
전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사무처장
전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사무처장
전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 정책위원장
전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미군문제팀장

평화.통일연구소 연구위원
대전충청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상임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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