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경남대 초빙 석좌교수)


현 한반도 주변 정세는 너무 급하게 진전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두개 ‘전쟁’을 동시에 치러야 하는 처지라 한반도의 미래가 불투명하여 불안하고 염려스럽다. 한일 갈등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고, 적대적 남북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 우려스럽다. 그리고 북미관계는 대화/협상을 이어가겠다는 김정은-트럼프 두 정상의 강한 의지가 있어 조만간 북미실무 협상이 재개될 것을 기대한다.

동북아 지역에서 미·중 무역 분쟁과 한일 경제 전쟁이 한반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미.중.러 간 군사대결도 심화하는 등 한반도 주변 정세가 전례 없이 위험하고 엄중하다. 특히 북한이 8월 달에만 6번에 걸쳐 단거리 탄도미사일/방사포 발사를 지속하고 있고 한미연합 지휘소연습(8.5-20)을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대 한미정부에 적대적 신호를 보내고 있어 북미 실무협상이 언제 재개될지 오리무중이다.

판문점 북미 정상회동(6.30)에서 합의한 북미 실무협상이 2-3주 내 재개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한미군사연습으로 지연되었고 김정은 위원장이 한미연합훈련 이후 재개 약속도 지키지 않아 너무 실망스럽다. 한미연합훈련은 8월 20일에 끝났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약속한 북미실무협상 재개는 안 보이고 북한은 대미 적대적 신호만 보여주고 있어 우려스럽다. 북한은 서울에 온 스티브 비건 특별대표도 만나주지 않았고 오히려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맹비난하고 8월에 6번째 새 방사포 2발을 8월 24일 발사하는 등 적대적 신호만 보내 답답하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입장을 대변하는 재일 총련 <조선신보>(8.24)는 명백히 북미 실무협상 재개의 새로운 선행조건을 제시하고 있어 북한의 진정한 의도가 뭔지 궁금하다.

북한, 대미 적대적 비난 쏟아

한미군사훈련이 끝난 후에도 북한이 연일 미국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먼저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8.22)를 통해, "군사적 위협을 동반한 대화에는 흥미가 없다"고 밝힌 데 이어 리용호 외무상 담화(8.23)에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최근 '워싱턴 이그재미너'와 인터뷰에서 "난 여전히 김 위원장이 이것(비핵화)을 이행할 것이라는 데 희망적"이러면서도 "그러나 그러지 않을 경우에 우리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계속 유지하고, '그들이 비핵화 하는 게 올바른 일'이라고 김 위원장과 북한 지도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것을 거론하며 폼페이오 장관을 “미국 외교의 독초”라고 맹비난했다.

그리고 리 외무상은 폼페이오 장관에 대해 “폼페이오가 사실을 오도하며 케케묵은 제재 타령을 또다시 늘어놓은 것을 보면 확실히 그는 이성적인 사고와 합리적인 판단력이 결여되어있고 조미(북미)협상의 앞길에 어두운 그늘만 던지는 훼방꾼이 분명하다"고 비난하면서 노골적인 거부감을 드러냈다. 또한 그는 "미국이 대결적 자세를 버리지 않고 제재로 북한과 맞서려고 한다면 오산"이라며 북한은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다" 고 주장했다.

리 외무상이 향후 북미 고위급 회담 협상에서 자신의 상대인 폼페이오 장관을 직접 비난한 것은 미국에 대한 불만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준 것이다. 특히 북한의 대미외교를 총괄하는 리 외무상이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발언에 노골적인 불만을 보임에 따라 북미 실무협상 재개는 향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을 예고한다.

북한이 북미 실무협상의 새로운 선행조건 제안

북한입장을 대변하는 재일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8.24)는 북미 실무협상 재개의 새로운 선행조건을 제시하였다. 미국이 북한의 안보 우려에 대한 해법을 준비해야 실무 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선신보는 "미국의 협상 팀이 우선 풀어야 할 과제는 조선을 핵과 대륙간 탄도로켓 개발로 떠밀었던 요인을 제거하는 방도를 세우는 것"이라며 "예컨대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에 든 적이 없다'고 공언하는 전쟁 연습은 일차적인 고려대상" 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협상 팀이 조미 쌍방의 안보 현안을 다루어 각자의 이해관계에 부합되는 건설적인 해법을 찾는 준비를 해야 판문점에서 합의된 조미 실무협상은 개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북미 실무협상이 미루어진 책임은 미국 측에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지를 약속한 한미합동군사 연습이 강행되었다고 지적하면서 새로운 북미 관계를 수립하고 “조선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로 합의한 6.12 조미 공동성명에 대한 노골적인 무시, 공공연한 위반”이라고 강변했다.

조선신보는 북미실무협상 재개의 새로운 선행조건을 제시했다. (1)미국이 북한의 체제 보장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2)향후 한미연합군사 연습을 중단해야 한다. (3)“미국의 협상 팀이 조미쌍방의 안보현안을 다루어 각자의 이해관계에 부합되는 건설적인 해법을 찾는 준비를 해야 판문점에서 합의된 조미 실무협상은 개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요약하면 북한은 북미 실무협상을 재개하기 전 북한 체제의 보장문제에 대한 해결책 마련을 우선하는 새로운 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북미 실무협상의 핵심 쟁점은 뭔가?

향후 비건-김명길 간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되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는 핵심쟁점들을 재정리하였다. 현재 미 국무성이 검토 중인 핵심의제를 공개된 자료를 통해 아래와 같이 요약한다. (1)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와 핵동결 시 미국은 북한의 석탄, 섬유 수출제재를 12-18개월 유예하고 위반 시 스냅 백(snap back) 제자리로 되돌린다. (2)사실상 종전선언인 평화선언(peace declaration)을 검토하였다. (3)북미 간 연락사무소를 워싱턴과 평양에 개설을 검토하였다. (4)비핵화의 최종단계(end state)인 출구론과 핵.미사일 동결을 시작으로 입구론을 포함한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였다. (5)미국은 북한의 핵동결까지는 인도적 지원/연락사무소 개설 등을 검토했다고 알려졌다.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되면 미국이 제안할 핵심 의제와 요구 사항을 요약한다. (1)한반도 비핵화의 개념에 합의, (2)북한이 비핵화의 최종상태(end state) 출구론 수용요구, (3) 영변 핵폐기와 핵물질, 대량살상무기(WMD) 동결(입구론) 수용 요구. (4)비핵화 입구론에서 대북제재 지속. (5)미국이 해외파견 북한 근로자 송환요구 등을 논의하자고 제안할 것이다.

한편, 북한이 제안할 것으로 예상되는 핵심이슈들은 정리한다. (1)“단계적, 동시행동 접근 방식”을 수용하라고 요구, (2)인도적 지원 요청, (3)종전선언이나 평화조약을 통해 북한체제 보장 요구, (4) 남북 경협사업 제재 면제, 특히 금강산 관광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 요청, (5)연락사무소 설치 요구 등을 제안할 것이다.

비건-김명길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되면 반드시 합의되어야 할 핵심쟁점을 검토하였다. 그리고 비핵-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이행 로드맵에 합의해야 한다. [필자의 비핵-평화체제 구축 5단계 이행 로드맵에 관해 아래 칼럼(2019.5.13) 참조] 

한국정부가 당사자 역할을 하기 위해 남북미 3자 회담 개최가 바람직하다. 합의해야 할 핵심내용: (1)남북미 3국간 비핵화/체제보장의 정의와 합의, (2)’포괄적-단계적 이행 로드맵’ 합의(입구론-출구론 합의), (3)북한의 핵무기, 핵물질, 핵시설, 장거리미사일 동결, 단계적 신고/폐기합의, (4)남북미 3자 정상회담 개최, 3자간 종전선언/평양-워싱턴 연락사무소 개설 등을 제안한다.

결론적으로 북한이 요구하는 북미 실무협상의 새로운 선행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먼저 빠른 시일 내에 북미 실무협상을 재개하여 포괄적-단계적 이행 로드맵에 합의를 이룬다면 북한체제 보장을 다자간 평화조약 체결로 이뤄야 한다. 북미 양측이 상호양보와 타협 없이는 한반도 비핵화를 이룰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

 

 

한국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원 석사, 미국 Claremont Graduate University 국제관계학 박사. 전 미국 Eastern Kentucky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전 통일연구원 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켄터키대 명예교수, 경남대 초빙 석좌교수, 한반도미래 전략 연구원 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미주 민주참여포럼(KAPAC)상임고문 등, 경남대 명예정치학 박사 수여(2019),글로벌평화재단이 수여하는 혁신학술연구분야 평화상 수상(2012). 32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300편 이상 출판; 주요저서: 『한반도평화,비핵화 그리고 통일: 어떻게 이룰것인가?』 (통일뉴스, 2019),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공저: 『한반도 평화체제 의 모색』 등; 영문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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