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 이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GSOMIA)의 연장에 대해서 논란이 뜨겁다. 그 논의의 주된 쟁점은 군사적 실효성과 한미관계, 태생적 절차적 한계에 맞춰져 있다. 여기에 더해 법률적 쟁점도 살펴봐야 한다.

우선 실효성 관련해서 우리 안보를 위해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 꼭 필요한지, 일본으로부터 제공받는 군사정보가 유용한지, 교환되는 군사정보가 균형적인지가 문제된다.

정보의 양으로 보더라도 가장 많았던 해인 2017년에 19건을 제외하고는 연간 1, 2건에 불과했다. 제공된 정보도 북한과의 지리적 근접성과 남한의 정보자산의 수준이 많이 향상된 점, 정찰자산이 더 뛰어난 미국으로부터 정보를 제공받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으로부터 받는 군사정보가 현재 일본이 취한 화이트리스트 조치를 감내할 만큼 유용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리고, 남한이 갖고 있는 휴민트 정보와 감청정보 등 일본이 수집한 정보보다 더 유용한 정보를 넘겨주게 되어 비대칭적인 문제도 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연장을 주장하는 입장에서도 한미동맹에 대한 악영향을 가할지 모른다는 막연한 우려 이외에 군사정보의 효용성에 대해 명쾌한 반론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한미관계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서 이 협정을 연장하지 않으면 한미관계가 파탄날 것인지, 미국의 심기를 건드릴 수 없을 정도로 한미동맹은 불평등하고 건강하지 않은지, 한미일 삼각동맹은 우리에게 종합적으로 이익인지가 문제된다.

이 협정을 연장하지 않는다고 해서 한미관계는 파탄나지 않는다. 한미상호안보체제는 한국전쟁 종전 후부터 현재까지 존속하는 뿌리 깊은 관계이고, 아직도 개선할 점이 많지만 불평등성이 개선되면서 건강성을 찾아가고 있으며, 미국도 군사·정치지정학적 요충지인 남한과의 동맹관계가 핵심적 이익에 속하고, 특히 현재 벌어지는 미중 경제전쟁 이후 발생할지 모르는 군사적 갈등을 고려할 때 포기할 수 없는 관계이다.

과거 경험을 보더라도 이 협정은 미국이 오랫동안 남한에 요구했지만, 이명박 정부 당시 체결 막바지에 가서 실패했을 때를 보면, 그 이후 이 협정이 체결된 박근혜 정부까지 미국은 그에 대한 보복을 하지 않았고 한미관계는 파탄나지 않았다. 미국은 이 협정에 관심이 높지만, 우리의 주권을 존중해왔다.

이 협정이 파기되고 나면 미국만 화를 낼 상황이라며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도 있으나 한반도를 침탈했던 일본과의 현 갈등 국면에서 한가한 소리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 협정이 한미일 삼각동맹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최대 교역상대국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이 협정의 유지는 우리의 종합적인 이익에도 배치된다. 앞으로 있을 미국과의 방위비협정 등 여러 협상에서 우리의 협상력을 높이거나 한일관계에서 미국이 중재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카드로도 유용할 수 있다.

절차적 정당성과 합법성에 대한 논란은 이 협정 체결 당시부터 논란이 되었다. 우선 절차적 정당성은 전혀 없다고 본다. 탄핵되기 직전의 박근혜 정부에서 급하게 추진하여 한 달이 안 걸려 협정 재추진 발표에서부터 협상, 가서명, 차관회의, 국무회의, 최종서명까지 완료됐다. 협정 유지론자들 주장과 같이 이 협정이 한미일 3각 동맹의 중핵을 이루는 협정이라면 국론의 수렴 없이 졸속으로 처리한 것은 큰 하자다.

합법성의 논란의 핵심은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만 하느냐인데, 당시 윤병세 당시 외교부장관은 국회동의 절차가 필요 없다고 했다. 아래에서 국회동의가 필요한지 자세히 살펴보자.

윤병세 당시 외교부장관의 견해는 선례에 부합한다. 정부는 30개 국가 이상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면서 국회의 동의를 받은 전례가 없다. 체결·비준을 함에 있어서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조약에 대해 헌법(제60조 제1항)은 △상호원조조약,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으로 열거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체결국 상호간 자율적으로 군사정보를 교환하고, 교환한 군사정보를 상대방 체결국이 비밀로 보호하기로 하는 약정이라서 위 헌법 규정에서 열거한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상대국이 임진왜란으로 국토를 유린하고, 근세에는 우리 국토에서 청일전쟁, 러일전쟁을 일으키고 국권을 강탈하였던 일본이라고 한다면, 또 이 협정이 반중 포위 조직으로서 한미일 3각 동맹의 근간을 이룬다고 한다면, 이미 협약을 체결한 프랑스 등과 차원이 다른 문제로서,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지는 엄격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우리 헌법은 전문에서 대한민국이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중략) 계승하고”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헌법은 대통령에게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할 책무를 부과하면서(제66조 제2항), 그 영토의 범위를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정하고 있다(제3조). 국군은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한다(헌법 제5조 제2항). 우리 대한민국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였다고 선언함으로써 당시 한반도를 점령하던 일본의 점령을 불법적인 무력 점령임을 명확히 하고 있고,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중략)을 영원히 확보”하기 위하여 경계할 세력으로서 일본을 암시하고 있다.

일본은 한반도에 대한 영토적 야욕을 오래전부터 갖고 있고, 실제 한반도에 대한 침략전쟁을 수차례 감행하였던 역사적 교훈과 일제감점에 대한 사과와 피해배상에 관한 태도를 볼 때, 장래에도 한반도에 대한 영토적 야욕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없다. 일본은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우리 영토인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고, 부당한 주장에서 나아가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 영공 침범에 대해 자국 비행기를 출격시키는 등 군사적 행동을 시도하고 있으며, 동해 공해에서 우리 해군함정에 일본 초계기를 근접 위협 비행을 하고 역으로 자신들이 위협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등 군사적 긴장을 조성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은 군사비 지출액, 함정과 전투기의 수량과 성능 면에서 국군보다 우세하다. 따라서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과 영토의 보전을 수행함에 있어, 또 국군은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에 있어 가장 경계할 세력은 일본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가 주변국으로서 그리고 우리의 동맹국인 미국과의 동맹국으로서 일본과 우호를 유지하고 교류를 활발히 하면서도, 대통령과 국군은 일본의 영토적 야욕에 대해 항상 마음 속 깊이 경계해야 마땅하다.

헌법은 조약 중에서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을 체결·비준에 대해 국회의 동의권을 규정하고 있다. 입법사항이라 함은 우리 헌법이 채택한 국민주권원리, 의회주의에 원칙에 따라 국가공동체와 그 구성원에게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영역은 행정에 맡길 것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 즉 국회가 스스로 그 본질적 사항에 대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는 요구까지 내포하는 것이다.

이 원칙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에 대입해 보면, 국민의 대표인 우리 국회가 일본이 한반도에 대한 영토적 야욕을 완전히 포기했는지, 이 협정으로서 일본의 군대 보유를 인정하는 효과가 없는지, 과거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통해 장래에 세계평화에 위해를 가할 염려가 사라졌는지, 일본과 군사교류를 개시할 절박한 필요성이 있는지, 한미일 삼각동맹을 구축해 대중국 포위전략을 실행하고, 그 실행을 위해 삼각동맹이라는 “중요한 국제조직”에 가입할 것인지 등을 논의하고 결정하여야 한다. 이 문제는 국가공동체와 그 구성원에게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 협정은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 또는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으로서 헌법에 따라 국회의 동의를 요하는 조약이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이 협정은 대한민국의 법적 요건이 충족되어야 효력이 발생한다(협정 제21조 제1항).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협정 체결에 국회의 동의가 없었으므로,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무효라고 할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졸속으로 추진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국회 동의를 받지 못하여 무효이고, 우리 안보를 위한 실효성도 거의 없으며, 효력이 소멸하더라도 한미관계가 파탄날 일이 없다. 100년 전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정부가 협종 종료일 90일 전에 일본에게 무효임을 선언하는 의미로 협정 종료 서면을 보내는 것이 마땅하다.

 

 

연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연수원(37기)을 수료한 후 법무법인 도담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4대강 공사 취소 행정소송(한강담당)과 천안함 민간조사위원 신상철씨 형사사건 1심을 공동으로 변론했다.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법정에 참여하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통일위원회와 미군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민단체들과 함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 활동을 벌였고, 서촌 궁중족발 사건을 변호하였다.

저서로는 「골목사장 생존법」, 「변호사가 풀어주는 공정거래법 Ⅰ, 하도급편」(개정판)을 공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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