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제 더 이상 새벽잠 설치는 일 없도록 해주겠다던 약속을 더 이상 지키지 않고 있다. 사상 첫 남북미 판문점 회동 이후 뭔가 일어날 것 같았던 시간도 한 달이 훌쩍 지났다.

북한은 6월 30일 판문점 회동 이후에만 4차례나 미사일이 되었건 방사포가 되었건 계속해서 발사했다. 한반도의 시계는 2017년 11월 29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하기 전으로 돌아간 것일까?

미사일 혹은 방사포

북한은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지금까지 총 6차례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쏘아 올렸다. 5월 4일을 시작으로 5월 9일과 7월 25일, 그리고 8월 6일에 발사한 것은 모두 동일한 소위 이스칸데르급 단거리탄도미사일로 보인다. 반면 7월 31일과 8월 2일 발사한 것에 대해서는 북한 스스로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라고 부르고 있고, 공개한 사진 역시 여러 개의 발사관을 가진 방사포 형태의 무기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북한의 무기개발 속도가 믿겨지지 않을 정도이지만 더 믿을 수 없는 것은 우리 군의 태도이다. 5월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에 대해서는 탄도미사일이라 부르지 못하고 머뭇거리더니 이번에는 장사정포 형태의 발사체에 대해서는 탄도미사일이라고 우기고 있다. 미사일이든 방사포든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고 어찌 대응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에 미사일인지 방사포인지를 두고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사실 올해 북한의 미사일과 방사포 발사는 7차례이다. 앞서 4월 17일에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국방과학원이 진행한 신형전술유도무기사격시험을 참관 지도하였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날 발사거리가 20km밖에 나오지 않아 국방부나 일부 전문가들이 대전차용 미사일과 같은 지상전투용 무기 정도로 보고 무시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 무기체계의 개발완성은 인민군대의 전투력강화에서 매우 커다란 의미를 가지는 사변”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은 5월 4일 발사 시에는 전술유도무기라고만 했다. 7월 25일과 8월 6일에서야 전술유도탄이라 칭하며 최종 전력화를 완료하고 실전배치와 양산화를 앞둔 완성된 또 하나의 새로운 주체무기를 탄생시켰다.

우리 군의 주장대로 7월 31일과 8월 2일 발사한 것은 다른 유형의 탄도미사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유사한 사거리의 탄도미사일을 동시에 개발하는 일은 흔치않다. 북한처럼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는 더더욱 그렇다. 기술 발전으로 방사포와 단거리 미사일의 경계가 모호해진 만큼 방사포와 유사한 발사체계를 가진 새로운 탄도미사일이라고 이야기하면 해결될 일이다. 그러나 이것이 이스칸데르급 미사일과 동일한 것처럼 한 번 내뱉은 말을 무슨 이유 때문인지 거두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그간 발사한 6차례가 동일한 것이라면 걱정거리는 한 가지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탄도미사일이고 다른 한 가지는 전혀 다른 방사포라면 두 가지 대응방안을 마련해야한다. 우리 군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궁금하다. 국민의 불안감 때문인지 아니면 조직과 개인의 불안감 때문인지 군복 입은 사람들이 가져야할 책무와 용기가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안보를 책임지는 사람은 솔직해야 한다.

대미 압박과 대남 위협이라는 모순

최근 북한의 미사일과 방사포 발사 의도에 대해 다양한 분석과 평가가 존재한다. 그 중 북미 실무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미국을 압박해 양보를 얻어내고 자신의 몸값을 올리려는 협상카드이자 대외용 메시지로 보는, 틀에 박힌 시각이 주류이다.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분석임엔 틀림없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뭔가 이상하다. 내가 아는 한 그렇게 한다고 변할 미국도 아니고, 미국이 변할 것을 기대할 만큼 북한도 바보가 아니다.

북한의 관련 보도를 보더라도 미국 때문이라거나 미국을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 거의 없다. 오히려 5월 발사 시에는 미사일이라는 용어도 사용하지 않았고 발언 수위를 조절하고 있어 제재를 염두에 두고 북미대화 재개에 부정적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노력한 모습이 역력하다. 만약 6월 30일 판문점 상봉이 없었고 북미 실무회담 논의가 없었다고 해도 북한은 이번 7,8월에 군사적 행동을 보였을 것이란 점에서 대미 압박이라는 분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외메시지라면 “굴복하지 않아. 내 길을 갈 거야”라는 당당함 정도의 전달이면 충분해 보인다.

이번 발사한 신형 미사일과 방사포의 비행거리가 200~600km라는 점에서 중국을 향하지 않는 이상 한반도 이상을 목표로 할 수는 없다. 명백히 남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임에는 분명하다. 북한으로서는 이제 더 이상 군사가 아닌 경제를 우선시하면서 핵이 아닌 재래식 무기만으로도 충분한 억지력을 가지기 위해 비용 대 효과 면에서 선별적으로 재래식 무기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과 방사포의 경우 우리의 선제타격과 미사일 방어체계를 무력화하면서도 전갈의 꼬리와 같이 응징보복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판 국방개혁이다.

그러나 이를 대남 위협이나 협박이라고 할 만큼 우리의 군사력이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남과 북 모두 어느 누구도 상대의 공격을 모두 막아 낼 수는 없다. 또 한 번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은 승자가 없는 공멸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고 군사적인 대응은 필요조건일 뿐이다. 쏘는 것을 막는 것도 필요하지만 쏘지 않는 상황, 쏠 필요가 없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평화가 필요충분조건이다.

오히려 북한이 노골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한미연합연습 맞대응과 남한이 F-35 도입과 같은 군비증강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 역시 본질적인 의도나 목적이라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판문점 회동 이후 북한의 ‘남한 소외론’ 보도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과 연결해 북한의 의도를 정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북한의 의도는 통미봉남이나 남한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미국을 설득해 달라는 요구라기보다는 역설적으로 남한이 보다 남북관계에 집중해 주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특히 향후에 북미관계가 원하는 방향으로 진전되지 못해 새로운 길을 선택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중국, 러시아, 국제사회를 설득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유예와 함께 긍정적인 남북관계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통치행위에 대한 해법

북한이 이번 군사행동의 이유를 한미연합연습과 남한의 군비증강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명분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김정은 위원장의 7,8월 군사현지 지도는 하계훈련과 연결되어 북한군의 전비태세 유지 및 군사력 강화의 일환으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지난 2018년 한해를 돌아보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도 없었고 김정은 위원장이 참가한 대규모 군사훈련조차 공개한 적이 없다. 북미대화와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하노이 결렬 이후 김정은 위원장은 대외적으로는 물론 대내적으로도 통치력에 대한 우려가 발생하는 트라우마를 경험했을 것이다. 지난 한 해 아무 것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감이 밀려왔을 지도 모른다.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 이후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과 달리 북미대화나 남북관계에 연연하지 않고 군사와 경제 분야 현지지도를 병행하며 안보와 경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대내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7,8월 미사일과 방사포 발사에 대외적인 의도와 메시지가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외부적으로는 대화의 판을 깨지 않는 수준에서 불만과 자신들은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전달하고자 했을 것이다.

그러나 군사적 행보의 본질은 대내적으로 병진노선을 내려놓고 경제에 올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이 가질 수 있는 안보우려와 군의 사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이제는 대규모 병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훈련이 아닌 콤팩트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훈련을 통해 대내외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핵까지 내려놓는다면 과연 북한은 “소는 누가 키울 것인가?” 스스로를 어떻게 지킬 것인지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질문에 대답을 해야만 한다. 북한도 보도를 통해 “정치적자주권과 경제적자립을 고수”하면서 “인민의 안전을 보위”하는 자위력이 바로 체제안정이자 생존의 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북한의 행동과 김정은 위원장의 선택에 대해 미친 또는 언제나 나쁜 의도란 고정 관념으로 봐서는 안 될 것이다. 지극히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통치행위라고 봐야 해법과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해군사관학교 경영과학 학사(OR)

국방대학교 국제관계 석사(안전보장학)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학박사(군사안보전공)

현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및 정외과 조교수(박사주임교수), 북한연구학회 이사,

한반도평화포럼 안보센터장, 국방부/통일부/연합사 자문위원,

예) 해군중령 (2011년 8월 19일 전역 / 군 근무20년)
- 국방부 북핵WMD담당, 대북정책기획담당, 대북협력정책담당
- 남북군사회담 10여회 참가(2007~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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