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정하면 학생은 학교추천을 받아 지망 대학에 가서 본고사를 치릅니다. 대학들은 보통 입학정원의 5배수 정도의 수험생들을 추천받아 본고사를 치른다네요 …… 북에서 본고사가 있는 날이면 학부모들이 대학 정문 앞에서 무사히 마치기를 기다리며 마음을 졸인다고 하네요.”

멀고도 가까운 북녘을 거대담론부터 소소한 일상까지 소개한 『북 바로알기 100문 100답(1)』(사람과 사상)이 4.27시대연구원에서 나왔다. 지난해 7월 창립한 4.27시대연구원은 명칭 그대로 4.27판문점선언을 계기로 ‘4.27시대의 진전’을 위해 연구하는 진보적 재야연구원이다.

▲ 4.27시대연구원, 『북 바로알기 100문 100답(1)』, 사람과 사상, 2019.7. [자료사진 - 통일뉴스]

이 책은 부제 “이젠 말할 수 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상징하듯 ‘북한’으로 우리들의 관념 속에 구겨져있는 북녘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펼쳐내기 위한 ‘북 바로알기’ 길라잡이를 자임한 것이다.

책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인민생활 △여성, 일과 생활 △교육 △보건의료 △종교 △사상과 정치 △통일방안 △경제산업 △과학기술 △조선인민군 △현대사 사건과 인물 △고대사를 보는 눈으로 구성돼 있다.

저자는 각 주제별로 나누어 4.27시대연구원 연구위원들이 나눠 맡았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한충목 4.27시대연구원 원장은 “북 관련 도서들이 여럿 있지만 북 사회 전 분야에 관해 체계적으로 정리한 건 사실 별로 없다”며 “이번 출판을 계기로 광범위한 북 바로알기, 새 시대 바로열기 사업이 자각적 대중운동, 학술운동으로 입체적으로 진행되기를 기대해 본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책은 그간 일반 북한 소개서들에 비해 북녘 실상을 여러 방면에서 소개하고 있다. 보건의료나 과학기술, 종교나 ‘고대사를 보는 눈’ 등은 기획이 참신하고 그만큼 전문가들이 각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고무적 현상이다.

<통일뉴스>에 방북기를 연재한 바 있는 최재영 목사는 여러 차례 방북과 북녘 종교시설 방문 경험을 담아 북한의 종교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특히 ‘종교의 자유’나 ‘가정교회’와 ‘신학교’의 존재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도 많이 포함돼 있다. 물론 천도교 등 다른 종교들까지 포괄하지 못하고 있는 아쉬움도 있다.

이 책은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나 ‘사상과 정치’ 등은 기존에 정면에서 다루지 않았던 민감한 문제들도 문답형식으로 풀어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예를 들어 ‘3대 세습’ 논란에 김광수 박사를 인용 “후계자는 혈통에 의해 세습되는 것이 아니라 수령로서의 자질과 인품이 있느냐에 따라 인민에 의해 ‘추대’되고 수령에 의해 ‘낙점’되는 것이라는 원리”라고 설명하는가 하면, “김정은 위원장이 후계자로서 자질이 주목받은 때는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재학시절(2002~2006년)로 짐작된다”고 소개하고 있다.(32~37쪽)

특히 이 책의 장점인 별도의 박스글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본 주요 외부인사들의 그에 대한 인물평을 소개하고 있고,(46~47쪽) 지난 6월 30일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사진까지 생생한 칼라사진들도 곁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의 특징을 꼽으라면 무엇보다도 북녘 사회를 ‘내재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조선인민군’을 소개하는 장은 제목만 보더라도 “항일유격대 전통 잇는 ‘초모제’”, “‘한가마밥 정신’의 병영문화”, “군민일치, 고기는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다”, “너무도 ‘정치적’인 군대”, “항일혁명가 다음으로 ’짱‘인 영예군인”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더해 ‘영화로 좀더 깊이 보기’ 코너를 마련해 ‘조선인민군’ 관련 영화로 <중대는 한가정>(1965), <귀한 손님>(2012), <진심을 바치라>(1997), <중대정치지도원>(1985), <내고향의 처녀들>(1991)을 소개하고 있다. 유튜브 시대의 장점을 살려 제목 그대로 ‘좀더 깊이 보기’를 안내하고 있는 것이다.

북녘에 대한 다방면적 소개와 내재적 접근, 박스글과 영화 소개를 통한 ‘좀더 깊이 보기’ 등을 총동원해 입체적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바로알기를 시도한 셈이다.

그러나 휘어진 잣대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중립의 위치에 세우는 것이 아니라 반대편으로 더 휘게 해야 한다는 법칙 때문일까. 기존의 왜곡된 북녘 사회에 대한 관념을 넘어서려는 시도는 자칫 또다른 왜곡된 관념을 심어놓을 수 있는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책에서 사용하고 있는 북녘 사진들은 대체로 북측의 홍보용 사진으로 거짓은 아니지만 북녘 사회의 일부 긍정적 모습만 도드라지게 부각시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강의 체제 선전수단인 영화로 한 사회의 이해를 시도하는 것 역시 약간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동저자들의 글 곳곳에도 북측의 공식 발표와 남측의 일부 연구 결과에 의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현실과 동떨어진 대목들도 거슬리는 대목이다.

예를 들어 남측 일부 연구 결과를 인용해 “2014년 기준 북의 식량 총공급량을 1142만6700톤, 총수요량은 903만8300톤으로 추정해 식량자급률을 126%로 봤다. 총식량공급량은 남는다는 애기죠”라고 제시했다.(81쪽) “산간지형으로 논이 적은 사정을 감안해 남쪽과 비교하면 북의 식량자급률은 사실 놀라운 수치”라는 평가 정도라면 몰라도 식량이 ‘공급과잉’이란 결론은 과연 현실적일까?

북한의료지원 활동을 오랫동안 해온 전문활동가가 담당한 ‘보건의료’ 분야의 경우 ‘무상 주치의제’, ‘빈틈 없는 의료봉사망’ 등 북녘의 사회주의 가치체계를 반영한 보건의료 시스템을 소개하는 것은 기존의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약품이나 의료장비, 의료시설이 미비해 보건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는 현 실태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고 있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책 말미에 이정훈 4.27시대연구원 연구위원이 쓴 “‘국가 안보’란 미명 아래 접근금지 딱지가 붙은 지식영역이 북이다. 북의 정치, 경제만이 아니라, 철학과 사상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탄식이 북 바로알기의 필요성을 일깨우고 “근로대중과 청년들의 희망과 대안은 바로 4.27시대의 진전에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필요성은 충분하다.

다만 바로잡기가 지나쳐 반대편으로 휜 잣대를 평범한 이 시대의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수용할 수 있을지는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북 바로알기 100문 100답 (2)』를 기대한다.


(수정,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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