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 정치학 박사(북한정치 전공)·<수령국가>저자·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DMZ 북미 ‘깜짝’ 회동으로 확인되어지는 것이 하나있다. 여전히 트럼프의 재선전략과 비핵화의 퍼즐 맞추기가 최종적으로 남아 있기는 하지만, 경향적으로 확인되어지는 것은 조지 로긴 외교안보 분석 전문기자가 <워싱턴포스트>(7/4)를 통해 ‘스몰딜’이 대북협상에서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외교 경로라고 주장했듯이 ‘사실상의’ 단계적 접근법(Step by Step Approach)만이 북미관계를 정상화하는 유일한 길이며 그동안 미국이 고집스럽게 주장해왔던 ‘빅딜’ 또는 ‘선 비핵화’ 주장이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단계적 동시적’ 소리가 미 국무성에서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 그 단적인 예이고, 가장 확실하게는 향후 북미회담 미국 실무팀을 이끌게 될 비건 대표를 통해 ‘동결’을 비핵화의 첫 단계(first step)로 검토하고 있다는 발언이다. 또한 리비아에 적용한 빅딜 방식을 볼튼이 계속 주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차츰 그 주장은 설 땅을 잃어가고 있는 분위기이다(트럼프의 DMZ 방문 때 비건은 그 자리에 있었고, 볼튼은 몽골에 가 있었다. 이것이 상징하는 의미는?).

그래서 필자는 동 매체(<통일뉴스> “북핵 시간이 빨라지는 것이 아니라, ‘북미 새로운 관계’ 수립 시간이 빨라진다(20190701)”라는 글에서 향후 북미회담은 그 성격이 핵무기 보유 국가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전형적인 ‘핵군축’ 회담으로 저울추가 이미 기울어졌다는 점과, 그 연장선상에서 하노이 방식의 대북제재와 대결방식은 접고, 싱가포르의 정신이라 할 수 있는 신뢰관계 회복의 길로 재진입하는 프로세스가 가동되기 시작했음을 지적했다.

물론 그러한 정세판단이 ‘완전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또 그렇게 비판해야 한다. 제비 한 마리가 왔다하여 봄이 온 것은 아니듯이 그러한 경향분석이 소망적 사고 탓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러한 지적과 비판을 수용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이 하나 읽혀지고, 소망적 사고만의 작용으로 보기에는 너무나도 뚜렷한 정치적 의도가 보여줘서 그렇다.  

다름 아닌, 트럼프가 자신의 재선을 위해 ‘하노이’와 ‘싱가포르’의 선택지 중 최종적으로 ‘싱가포르’를 선택했고, 그 이후부터는 비핵화와 관련된 시간이 트럼프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김정은의 시간이기도 해서 그렇다. 

그런데도 향후 전개될 북미 비핵화회담에서 성과 없이 끝난다? 트럼프로서는 최악의 상황인 것이다. 이란, 시리아, 중국, 베네주엘라 등에서의 외교실패와 함께 북미 비핵화회담마저도 성과 없이 끝난다는 것은 트럼프에게 최악 중에서도 가장 최악의 악몽과도 같은 것이다. 제아무리 전통적으로 미국대선에서는 국내이슈가 외교이슈보다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렇다하여 외교이슈 반영률이 제로라는 말은 아니니 마지막 남은 외교카드를 그렇게 망가뜨릴 수는 없는 것이다(마찬가지로 김정은의 입장에서도 ‘한번만 더 기다려 보겠다’했는데 그 ‘한번’만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다? 이 또한 상상할 수 없는 결과인 것이다. 해서 향후의 시간은 트럼프-김정은 공동의 시간이 되는 것이다. 이른바 ‘같은’ 운명공동체의 시간이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북미 비핵화회담은 일시적으로는 이러저러한 난관과 도전, 우여곡절이 일을 수는 있겠지만, 큰 흐름과 방향에서는 ‘호랑이 등에 탄’ 것같이 ‘하노이’로는 결코 되돌아갈 수 없다. 탈‘하노이’가 분명하다는 말이고, 다르게 표현하자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정신과 패턴으로 되돌아갔다는 말이고, 구체적으로는 제재와 압박에 의한 비핵화 프로세스 대신 신뢰와 단계적 접근에 의한 비핵화 프로세스가 재가동되기 시작했음이 분명하다는 말이다.    

그런 만큼, 지금의 정세를 그렇게 읽어야만 예의 그 DMZ ‘깜짝 회동’의 의미를 100% 이해할 수 있고, 그 방향에서 향후 북미 비핵화회담의 큰 흐름도 가늠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문재인 정부)다. 북미관계와는 달리 남북관계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문제가 남아 있어서 그렇다.

이에 대해 필자는 위 같은 글에서 다음과 같이 그 운을 뗐다. “그러면 다음과 같은 것이 보일 것이다. 첫째는, 두 정상이 합의한 ‘민족자주와 자결’의 원칙 의미를 진정으로 되새기는 것이다. 둘째는,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비핵화와 연계시키지 않는 것이다. 셋째는, 한미동맹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민족공조의 관점에서 미국설득에 동참하는 것이다(즉, 한반도 비핵화의 당자가 되어 미국을 북과 함께 설득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규정했다.(“북핵 시간이 빨라지는 것이 아니라, ‘북미 새로운 관계’ 수립 시간이 빨라진다<통일뉴스>, 20190701)”

딱 거기까지였다. 해서 오늘 이 글은 그 후편에 해당한다 할 수 있다. 이름하여 ‘그래 북미관계는 앞으로 순항할 텐데, 그럼 남북관계는?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문재인 정부는 무얼 어떻게 해야 하지?’ 그 물음에 대한 답변의 글에 가깝다는 의미이다.  

그 결과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하노이 ‘합의 불발’까지만 하더라도 한반도 비핵화문제에 있어 문재인 정부는 일정한 중재자 역할로 그 신뢰관계가 북에게 있었지만, ‘합의 불발’ 이후 북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고, 바로 그런 국면 하에서 DMZ ‘깜짝’ 회동과 남북미 정상 만남이 이뤄졌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게는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해야만 하는 상황까지 와있음이다. 

그런데도 발상의 전환을 할 생각은 않고, 기존 관성대로 남북관계를 대한다면 남북관계는 단 0.1mm도 전진하지 못한다, 반드시 Ver.2에 해당할 정도의 새로운 남북관계 신뢰구축 방안이 마련되어져야만 한다, 그렇게 마음 고쳐먹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러한 상황뿐만이 아니라, 북의 시그널도 보다 분명하다. 

북미회담과 남북회담을 선순환 시키되, 북미회담과 남북회담 간에는 철저하게 의제를 분리시키는 전략으로 유턴했음을 분명하게 보여줘서 그렇다. 다시 말하면 비핵화 의제는 북미회담에서, 민족공조 문제는 남북회담 의제로, 이른바 원-트랙에서 투-트랙으로의 이원화이다. 다만, 신중해야 할 것은 완전한 투-트랙이라기보다는 남북관계 진전과 민족공조 복원을 통해 북미관계 정상화와 병행한다는 점에서는 선순환 트랙이라 할 수도 있다.  

그 정도 인식하에 진작 우리(문재인 정부)가 보다 분명하게 확인해야 할 것은 다른데 있다. 비핵화의 경우 과거 문재인 정부에게 걸었던 기대만큼은 아닌 것이 분명해졌다는 사실이다. 실제 의도도 과거에는 비핵화 실무팀이 통일전선부(이하, 통전부)였다면 지금은 외무성이 담당하게 한 것이라든지,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에서만 잔뼈가 굵은 장금철로의 통일전선부 부장 교체는 이후 통전부가 민족문제에 집중할 것임을 예고해준다.

걸맞게 비례적으로 우리도(문재인 정부) 이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이미 통일부장관도, 또 인사재편을 통해 새로운 실무 팀도 구성되어져 있으니, 문제는 인사진용이라기보다는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대북전략을 수립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이 되어있다. (100% 정부의 몫이고, 이를 위해 이 글에서는 다만) 제언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남북 정상회담을 북미 정상회담의 부속회담으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른바 독자적인 위상을 확보해야 한다는 말이다. 

둘째는, 첫째의 연장선상에서 남북 정상회담에 걸 맞는 의제를 선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의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무체계와 지원체계를 집중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비핵화 중심의 의제에서 남북관계 개선 의제 중심으로 이동시켜야 한다는 것이고, 예를 들면 과거정권의 적폐이기도 한 개성공단 문제와 금강산 관광 문제를 비핵화와 연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남북 경협차원과 민족내부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말이다). 또 6.15공동선언 2항; 통일방안 합의에 대한 진전된 실천적 방도들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하는 그런 문제도 다뤄져야 한다. 더해서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재래식 무기 및 병력의 감축문제, 여기에다 민족동질성 재구축을 위한 학술·문화 분야 등에서의 교류협력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등 수없이 많은 의제들이 그 예들이다. 그것도 민족자주와 자결의 원칙에서 다뤄줘야 한다. 

확인받듯이 결코 가볍지 않는 의제들이고 전략의 한 방향이다. 거기다가 기간 문재인 정부가 보여준 정책 스탠스 상 비핵화와 연계된 고리를 끝 는다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분명해야 하는 것은 ‘새로운’ 북미관계에도 걸맞고, 사실상 대북제재와는 상관없는 민족내부의 문제라는 점, 한미동맹의 정상화라는 관점 등에 힘입어 평소 대통령 자신이 자주 사용하는 ‘담대한’ 지혜와 용기가 여느 때보다도 필요하며, 또 최근에 DMZ에서의 남북미 만남에 대해 (7월) 2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는 “기존의 외교문법 속에서 생각하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상식을 뛰어넘는 놀라운 상상력의 산물(강조, 필자)”이라며, “그 상상력이 세계를 놀라게 했고, 감동시켰으며, 역사를 진전시킬 힘을 만들어 냈다”고 평가했듯 그런 ‘놀라운 상상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특히, 관료들은 더더욱 그러해야 하고 분발해야 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과거의 관성으로는 지금 급변하는 북미관계, 요청되어지는 남북관계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으니 그 어느 시기보다도 ‘담대함’과 ‘놀라운 상상력’이 필요할 때다.  

그 일환으로 우선은, 과거와는 달리 촛불에는 항심하고 시민사회세력은 배척하지 않았으면 한다. 남북관계 문제에 있어 통일운동진영과는 더더욱 그러해야만 한다. 열 명이 있으면 그 중에는 반드시 자신한테 배울 사람이 한 명 이상은 있다고 했는데, 수십 년 동안 오로지 한 우물만 파온 그들에게 왜 배울 지혜가 없겠는가? 범국민 라운드테이블을 반드시 만들어내어야 내고, 개방형 인재 발굴 시스템을 구축해해서 적재적소에 수십 년 동안 남북관계 분야에서 활동해온 통일(남북)전문가들을 채용해야만 한다. 

또 중앙정부는 반드시 지자체에게도 필자가 동 매체에 이미 1년 전에 호소했던 “4.27판문점선언 이후: 도시 차원의 연방·연합제를 상상하자(20180703)”에서와 같이 교류협력사업의 일 담당주체로서의 당당한 지위와 역할을 부여해 주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분담 및 협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그렇게 새로운 남북관계 정형이 확보되고, 또 그래야만 남북관계에 새로운 돌파구가 생겨나게 된다. 

셋째는, 정부는 반드시 정책담론의 재구성을 이뤄내어야만 한다. 이른바 평화담론 중심에서 통일담론과의 병행적 정책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정부가 평화담론 정책을 고집하는 그 이유를 모르지는 않겠으나(통일을 과정으로 이해했을 때는 평화촉진은 그 자체가 통일이기도 하다는 말일 텐데, 그리고 그러하게 인식한다면 괜히 ‘통일’얘기를 꺼내 보수세력으로부터 공격의 빌미 제공을 할 필요가 있느냐 하는 그런 생각을 모르지는 않겠으나 여기에는 그들이; 정책 관여자나 조언그룹들에서 놓친 결정적 오류가 하나 있다. 다름 아닌, 자연운동에는 ‘주체’가 없지만, 모든 사회적 운동에는 ‘주체’가 있다는 그 사실의 간과이다.(강조, 필자) 즉, 과정으로서의 통일인식이 타당하다 해도 그 과정을 촉진하고 어떤 방향으로 안내할 것인가하는 그 문제는 전적으로 그 담당 ‘주체’의 목적성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 했을 때 그 평화가 어느 방향을 가리키고, 어떤 목적을 위해 수행될 것인가 하는 분명한 목적이 없을 때는 반드시 표류하게 된다.), 평화와 통일은 서로 보완재이지 대척점이 결코 아니다. 또한 평화는 그 자체가 목적이기도 하지만, 통일을 이뤄내는데 있어 그 선결과제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두 관계는 수레바퀴의 두 바퀴와 같이 ‘같이’ 굴러가야만 수레가 잘 굴러갈 수 있는 이치와 같다. 이것이 ‘통일’을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그 마지막으로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사항들에 대한 불가역성을 만들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단연코 국회비준 문제가 매우 중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현실적으로 이는 지금의 정치지형과 여야대결 구조에서 본다면 결코 쉽지 않는 문제인 만큼, 우회로 확보를 통해 풀어나가겠다는 전략적 지혜가 확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그 첫 단초가 필자의 “통일에 ‘통일’이 없다: 민간과 정부, 바뀌어야 할 것들 ...<통일뉴스>, 20190624)”에서 제언했듯이 남북 정상회담 이행을 위한 TF팀을 꾸려 이를 민과 관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남북 정상회담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고, 국민적 합의의 산물임을 각인시켜 나가야한다. 이를 위해 민주평통, 민화협, 6.15남측위와 같은 범국민적인 통일기구들을 잘 활용하여 범국민적인 동의를 얻어낼 수 있는 그런 집단이성의 힘을 발동시켜 내는 것이다. 그렇게 ‘사실상의’ 국민적 비준을 받는 것이고, 다시는 가역적 U턴이 없게 해야 한다.  

뉴-버전, 대북정책을 그렇게 기대해본다.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그리고 현재는 부경대 기초교양교육원 외래교수로 출강한다.

주요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자문위원/6.15부산본부 자문위원/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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