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29년 『별건곤』으로 본 서울 [사진제공-서울역사박물관]

1929년 조선박람회가 열린 경성의 모습을 일제가 아닌 천도교단이 발행한 잡지를 통해 볼 수 있도록 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역사박물관(관장 송인호)은 2일 1929년 특별기획된 『별건곤』 '대경성 특집호'를 소개하는 무료 전시를 오는 28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 1층 로비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별천지라는 뜻의 『별건곤』(別乾坤) 은 당시 천도교단이 세운 출판사인 개벽사에서 '대중의 취미 진작'을 위해 만든 잡지.

1929년 일제가 시정 20주년을 기념한다는 명목으로 식민통치 결과를 홍보하는'조선박람회'를 열자,  『별건곤』은 서울로 올라오는 이들을 위해 100여 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일종의 '경성 안내서'가 되는 '대경성 특집호'를 발행했다.

이번 전시에서는『별건곤』이 추천하고 보여준 당시 경성의 중요 지점들에 대한 사진과 자료들이 소개되고 있다.

'1929년 조선박람회'와 '경성사람들의 경성', '경성을 구경하는 두가지 방법' 등 '대경성 특집호'에 실린 내용을 중심으로 1926년부터 1934년까지 발간된 『별건곤』에 소개된 경성 탐사기사들을 모아 '도시, 새로운 구경거리의 탄생'이라는 제목으로 전시된다. 

▲ 『별건곤』이 추천한 서울 유람 코스와 총독부의 조선박람회 코스. [사진제공-서울역사박물관]

일제는 조선박람회를 통해 식민 통치 20년을 통해 달성한 '근대화'의 성과를 압도적인 물량으로 보여주려고 한 반면, 『별건곤』은 '조선인들 스스로의 힘에 의해 진보하는 근대도시 경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2일 동안 서울 구경 골고로 하는 법'이라는 기사에서는 첫째날 '경성역-중국촌-정동 일대-경성방송국-동아일보사-안동6거리-조선소년총연맹-조선일보사-점심(전동식당)-근우회-대동인쇄소-중앙기독교청년회관-탑골공원-신간회-천도교당-물산장려회관-경성도서관 종로분관-연극 관람-선술집'을 돌아보고 둘째날은 '안동6거리-직업소개소-토막촌-경성운동장-독립문-서대문감옥-제생원-한강구경'을 추천했다.

학교와 언론사, 사회운동기관, 그리고 서대문감옥을 돌아보도록 권하면서 "시세를 잘 살피어서 우리의 앞길을 개척하는 것이 제일의 양책일 것이다. 살피는데도 우리의 쇠퇴 현상만 보고 비관할 것이 아니라 청년의 활동, 학생의 원기발랄한 것을 잘 보아서 우리 미래를 낙관할 것이다. 즉 쇠퇴의 경성만 보지 말고 신생명이 잠재한 경성을 잘 살필 것이다. 우리의 살길이 어디에 있는지!"라고 호소했다.

소설가 염상섭은 당시 박람회 취재기사에서 '이름이 조선박람회인 이곳에 조선의 것이 없으며, 경제적으로도 조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했다. "이 박람회야말로 '조선을 잃은 조선'을 축소하고 함축해 놓은 것"이라고 박람회의 본질을 꿰뚫었다. 

전시관람은 무료이며,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 토․일․공휴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다. 문의는 서울역사박물관(02-724-0274)

(수정-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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