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미국 이스턴 켄터키 대 명예교수)

 

금년 2월 말 제2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남북/북미 간 대화가 교착국면에 빠져 있다. 언제 어떤 조건으로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협상이 복원될 것인지에 관해 현재는 불투명한 상태이다. 그러나 북미 간 상호 양보와 타협하려는 의지만 있으면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이 곧 열리게 될 것이다. 그러면 교착된 북미대화를 복원하려면 어떤 조건이 있어야 하는지를 검토하고자 한다.

북미 간 비밀리에 물밑접촉이 이뤄지고 있음이 이미 공개된 것은 기쁜 소식이다.  그리고 현재 남북 간에도 물밑접촉이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북 유럽 3개국 순방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이 6월말 한미 정상회담 개최 이전에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자고 두 차례나 북한에 제의했는데 북한은 무관심인지 침묵을 계속하고 있다.
 
지금 북한은 미국의 새로운 셈법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북한 매체를 통해 "우리 민족끼리" 문제를 풀어나가자고 강조하고 있어 북한이 제시한 북미 정상회담의 조건이 아직은 성숙되지 않아 남북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듯하여 김정은 위원장은 무관심과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면 김정은 위원장에게 어떤 인센티브를 줘야 할 것인가에 대해 아래 분석하고자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 유럽에서 두 차례 연설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비핵화 협상의 장으로 복귀할 것을 거듭 촉구한 데 대해서 김 위원장이 계속 침묵하고 있어 안타깝다. 대신 북한은 매체를 통해 지난해 합의한 4.27/9.19 남북공동 합의를 성실하게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소규모로 한미군사훈련 실시를 문제 삼고 비판하면서 외세 배격과 "우리 민족끼리" 풀어나가자고 선전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왜 계속 침묵하고 있는지에 관해 깊은 연구와 분석이 필요하다. 간략하게 요약하면 김정은 위원장이 이미 미국에 제안한 것인데 북한은 미국이 셈법을 변화할 때까지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고 미국의 태도변화가 보이지 않고 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하자는 제안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이유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셈법을 변화하지 않았는데 남북 정상회담을 해 봤자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면 어떤 조건 하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다시 남북/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할 것인지에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평양의 시각에서 본 남북/북미 정상회담의 조건을 살펴보고자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 볼 것"이라며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 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우리로서도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시간표를 제시하고 미국이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을 요청하는 미국의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했다.

그리고 북한 외무성 대변인(6.4)은 6.15공동성명 1주년을 앞두고 김정은 위원장의 시정연설(4.12)을 반복하면서 미국이 “셈법 바꾸고 나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미국의 태도변화를 재차 촉구했다. 환언하면 북한은 현재 미국이 요구하는 빅딜(Big Deal)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 북한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이해하면 현재 비핵화 협상의 교착 국면의 돌파구를 모색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66시간의 긴 시간을 열차를 타고 하노이에 도착하게 된 근본 동기는 ‘비건-김혁철’ 간 북미 실무협상에서 합의한 북미공동합의문에 서명하기 위해 하노이로 달려간 것이다. 그러나 북미 간 서명은커녕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이 노란 봉투를 내밀면서 북한에 빅딜(Big Deal) 혹은 일괄타결씩 해법을 제안하여 김정은 위원장의 체면과 위신을 손상시킨 것이다. 이런 외교상 결례가 김정은 위원장을 몹시 당황하게 만들었고 그 후 지금까지 남북/북미대화도 모두 단절하고 어떤 한미의 제안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면 현 북미 간 교착국면을 타결하기 위한 필자의 구상은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북미 간 상호 양보와 타협이 필요하다. 양보 없이 일방적으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북핵 해법을 모색하는데 도움이 안 된다.

필자의 구상을 아래와 같이 정리하고자 한다. 먼저 하노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비건-김혁철 간 합의했다고 알려진 북미공동선언문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런 합의문이 존재하는 것은 트럼프가 공개했기 때문에 현재 북미 간 대화의 교착 국면의 돌파구를 모색하는데 단초가 될 수 있다. 

즉 북미 간 실무회담을 통해 합의문부터 재검토를 하고 이에 대한 3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서명하는 절차를 밞은 것이 교착상태에 빠진 현 상황을 타개하는 합리적인 순서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구상의 이면에는 북한과 미국의 국내정치적 변수가 작용하고 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합의한 하노이 공동선언문에 서명하기 위해 3차 정상회담을 제의한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거절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북한이 요구한 ‘셈법’을 바꿨다고 인식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제안은 북한의 ‘셈법’ 요구를 충족시키고 제3차 정상회담 개최의 개연성을 높일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미국의 비건 대표와 북한 대표 간에 빠른 시일 내에 실무회담을 재개 하여 협의를 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에 필자의 제안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동기는 미국의 국내정치적 변수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가 재선의 승리를 원한다면 대북정책 기조를 바꿔야 할 것이다. 트럼프는 장사꾼이라 북핵문제를 내년 재선에 이용하려는 의도가 있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 진전이 내년 2020년 대통령재선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고, 북미관계가 지금보다 악화되면 재선에 도움이 안 될 것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계산을 잘못해 소탐대실 할 경우가 있다. 미국 미디어에서 이미 지적했듯이 만약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재선에 도움이 되는 조건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탐대실로 인해 시기를 놓쳐 북한이 협조하지 않으면 트럼프는 재선의 기회를 잃게 될 것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므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언하고 싶다. 지금이 적기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북한의 태도 여하에 따라 재선의 기회를 놓치게 될 수도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지금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대화의 불씨를 살려 상호 양보와 타협을 통해 재선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나갈 것을 촉구한다.

마지막으로 이미 칼럼(통일뉴스 6월 2일자 곽태환 칼럼 참조)에서 지적한 대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있으려면 5대 원칙을 준수하여야 한다: 정의, 공정, 양보, 타협, 그리고 상호 이득이 되는 윈-윈(win-win)하는 상생원칙이다. 이 5대 원칙을 북한과 미국이 존중하고 준수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실현이 될 것이고 트럼프의 재선 개연성이 높아질 것이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은 제재완화와 대북 경제협력을 단계적으로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임을 주지하고 북한은 대남·대미 공개적 비난을 즉각 중단해야한다. 또한 현재의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교착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북미 간 화해분위기를 적극적으로 조성해 나가길 바란다.
 

 

한국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원 석사, 미국 Claremont Graduate University 국제관계학 박사. 전 미국 Eastern Kentucky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전 통일연구원 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켄터키대 명예교수, 경남대 초빙 석좌교수, 한반도미래 전략 연구원 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미주 민주참여포럼(KAPAC)상임고문 등, 경남대 명예정치학 박사 수여(2019),글로벌평화재단이 수여하는 혁신학술연구분야 평화상 수상(2012). 32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300편 이상 출판; 주요저서: 『한반도평화,비핵화 그리고 통일: 어떻게 이룰것인가?』 (통일뉴스, 2019),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공저: 『한반도 평화체제 의 모색』 등; 영문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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