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우 / 6.15산악회 회원

 

5월 19일, 3번째 일요일은 늘 그렇듯 9시 검암역 1번 출구에 615산악회원이 하나 둘씩 모여든다. 아침부터 비가 내리는 가운데 평소 일요일, 이 시간 같으면 한적했을 역사에 회원 16명이나 모였다.

항상 부지런하신 박희성 선생님께서 대원이 도착하는 족족 한반도기가 그려진 산악회 마크를 배낭꼬리에 일일이 정성스레 달아주시고 언제부턴가 준비하시는 사탕과 초콜릿을 손에서 손으로 건네주신다. 김래곤 총무님은 인원 파악하고 회비 받고 늦는 사람 확인하는 등 이런저런 준비에 여념이 없다.

▲ 인천의 주산 계양산에 오르니 빗발이 세다. [사진제공-6.15산악회]

역사를 나서려니 빗발이 조금 굵어진다. 지루하게 긴 봄가뭄 중에 내리는 단비인지라 당장 산행에는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모두들 고맙고 반가운 마음으로 단비를 맞이한다.

검암역에서 등산로 입구에 이르는 길 약 1km, 오른쪽은 아파트단지가 왼쪽으로는 논이 보인다. 도시와 농촌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다. 가물었어도 논에 물이 충분히 있는 것으로 보아 물 대는 시설이 잘 갖춰진 오래된 농지로 보인다. 트랙터가 지나는 길을 따라 황새 무리가 먹거리를 찾아 몰려든다.

▲ 계양산 오르는 길 중간 쉼터에서. [사진제공-6.15산악회]

등산로 입구, 계양산 3.7km라는 표지가 눈에 띈다. 그리 높지도 않은 산(395m) 치고는 능선이 꽤나 길다. 능선이 완만한 흙산에 접어들어 걷노라니 호젓하다 못해 적적한 느낌까지 든다.

제법 내리는 비에 연무까지 더해져서 가까운 섬들과 바다가 그저 흐릿하게 보일 뿐이기에 더 더욱... 그러기를 얼마간... 피고개산에 접어드니 갑자기 경사가 급해진다.

급경사에 비까지 가세하니 길이 제법 미끄럽다. 온 신경을 발에 집중하고 숨이 턱에 차오르기까지 걷기를 한참, 반대편 계산역 쪽에서 올라온 하산객들을 종종 마주친다싶더니 어느새 정상.

다소 거친 정상풍이 온 몸으로 느껴진다. 그나마 넓은 정자가 거기 있어서 큰 불편 없이 점심식사를 마칠 수 있었지만 비바람에 젖은 데다가 날씨마저 추우니 이내 하산 길에 접어든다.

▲ 계양산 오르는 길 중간 지점에서는 햇볕이 들었다. [사진제공-6.15산악회]

계양산 정상에서는 맑은 날에는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고, 서쪽으로는 영종도 강화도를 비롯한 40여개의 섬을 볼 수 있고 동으로는 관악산 북한산까지도 시야가 미친다고들 하는데 오늘 같은 날엔 바로 앞의 봉우리도 구별하기 어렵다.

풍광이 부족한 아쉬움은 있지만 늘 곁에 우리 회원들이 있기에 그리고 서로 교감하며 커져가는 믿음이 있기에 산행은 늘 행복하다.

인적이 드믄 근처 봉우리에 모여앉아 산상강연에 접어든다. 오늘은 통일뉴스의 이계환 대표께서 지금의 정세에 대한 강연을 한 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광고, 기념촬영 후 하산 시작.
 
등산 코스엔 없었지만 피고개산에서 정상으로 가는 길 왼편으로 징매이고개(장명이고개)가 있다. 벽초 홍명희의 대하소설 <임꺽정>에서는 여기가 임꺽정이 산채를 짓고 무술을 연마했던 활동 근거지였다고 한다.

조선시대 양반의 수탈과 전황이 극에 달하면서 민생이 피폐할 대로 피폐한 가운데 관군에 맞서 싸웠기에 세간에서 의적이라 불렀던 임꺽정 말이다. 내려오는 길 내내 “모이면 도적 이고 흩어지면 백성이다”라는 말이 귓전을 맴돈다.

▲ 중간 휴식처에서 잠깐. [사진제공-6.15산악회]

종착지 연무정 부근 어느 술집에서 오늘도 어김없이 뒤풀이가 이어진다. 뒤풀이에는 연로하셔서 요양원에 계시는 비전향장기수 한재룡 선생님도 참석하셔서 건배사를 선창해주셨다. 모두 안전하게 산행을 마무리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늦게 합류하신 한재룡 선생님도 건강하시기를 기원 드린다.

▲ 정상 부근에서 세찬 비바람을 맞으며. [사진제공-6.15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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