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경남대 석좌교수)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no deal)로 끝난 후 3개월 동안 불행하게도 남북 간 대화와 북미 간 대화가 교착국면에 빠져 있어, 언제 어떤 조건으로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협상이 재개될 것인지에 대해 현재는 불투명한 상태이다. 본 칼럼을 통해 지난 3개월 동안 기 싸움으로 점철된 북미 간 교착국면을 어떻게 뚫어야 하는가에 대한 필자의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북한의 대남·대미 비난 중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대단히 격노하여 북한 매체를 총동원하여 미국의 “일괄타결식” 혹은 “빅 딜” 요구를 맹비난하였고, 그 중심에 있는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에 대해 “하루빨리 꺼져야” 한다고까지 막말을 퍼부었다.  

북미 협상을 주도한 일부 인물들이 숙청되었다는 보도까지 알려지고 있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4월 20일에도 볼턴 보좌관의 비핵화 관련 발언에 대해 “매력이 없이 들리고 멍청해 보인다”고 직설적으로 비난하였다. 

최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볼턴은 1994년 조미 기본합의문을 깨버리는 망치노릇을 하고 우리나라를 ‘악의 축’으로 지명하고 선제타격, 제도교체 등 각종 도발적인 정책들을 고안해낸 대조선 ‘전쟁광신자’로 잘 알려져 있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볼턴은 북한인들에게는 ‘호전광’으로 상대할 인물이 아님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 볼턴 보좌관은 지속적으로 미국의 국익을 신장하기 위해 대북 강경정책울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국빈방문에 앞서 도쿄에서 5월 2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5월 9일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볼턴이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한 발언을 ‘궤변’이라며 탄도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의 금지는 ‘자위권 포기’ 요구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5월 27일 “유엔 안보이사회 결의에 대해 말한다면 우리가 이미 수차 천명한 바와 같이 주권국가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전면 부정하는 불법무도한 것으로서 우리는 언제 한번 인정해본 적도, 구속된 적도 없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그 대변인의 볼턴 보좌관에 대해 비난을 보면 도가 지나친 느낌이다. 그는 “안전보장을 위해 일하는 안보보좌관이 아니라 평화와 안전을 파괴하는 안보파괴보좌관이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하다”며 “구조적으로 불량한 자의 입에서 항상 삐뚤어진 소리가 나오는 것은 별로 이상하지 않으며 이런 인간오작품은 하루빨리 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미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해서는 북한의 시각에서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의 핵심인물인 볼턴을 교체하라고 트럼프에게 강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정상국가로 등장하기 위해서는 북한은 유엔안보리의 대북 결의를 존중하고 위반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서도 그렇고 북한 매체를 총동원해서 대미·대남 비난을 계속하면 건설적인 대화가 어떻게 이뤄질 것인지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묻고 싶다. 

교착국면에 빠진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재개의 해법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볼턴 보좌관은 5월 25일 도쿄에서 “유엔 결의안은 북한에 대해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하고 있다”며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라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재개 노력을 꾸준히 하였다. 

5월 26일 방일 중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북한이 작은 무기들을 발사했다”며 “이것이 나의 사람들 일부와 다른 사람들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지만, 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볼턴의 견해를 공식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어 27일 미·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는 트럼프는 지난 2년간 핵실험이 없었다는 걸 내세우면서 “탄도미사일 발사도, 장거리 미사일 발사도 없었다”며 ‘유엔제재 위반’이라는 지적에도 견해를 달리한다고 했다. 북한의 발사체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규정,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했던 볼턴 발언을 거듭 공개적으로 반박하면서 김 위원장에 대한 개인적 신뢰를 재확인함으로써 북미 간 교착국면의 돌파구를 모색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9일 북한의 2차 발사 당시에도 ‘단거리 미사일’이라고만 하고 ‘탄도’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고, 지난 5월 19일 폭스뉴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실험이 없었다”면서 아예 북한의 두 차례 발사를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그가 신속하게 볼턴 보좌관 발언을 공개적으로 반박하게 된 이유는 ‘핵·미사일 실험 중단’이라는 트럼프의 대표적 대북 외교 치적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트럼프가 ‘탄도미사일’을 인정하는 순간, 모든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하는 유엔제재 위반 문제로 직결되면서 미국의 국내정치적으로 강경론으로 확산될 가능성 있어 김정은과의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은 물 건너가게 될 위험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는 5월 28일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 전체가 유엔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라면서 미국 정부의 초점은 협상에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5월 9일 발사체 발사가 탄도미사일인지, 그에 따라 유엔제재 위반인지를 두고 트럼프와 볼턴 보좌관이 공개적으로 입장 차를 노출한 가운데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5월 28일 브리핑에서 북한의 발사체 발사와 관련한 질문에 “북한의 전체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와 충돌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전체 WMD 프로그램’이 유엔제재 위반이라는 표현을 통해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탄도미사일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언급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의 협상에 열려있음을 강조하면서도 대북제재 유지라는 미국입장을 강조하기도 했다.

볼턴 보좌관과 김정은 위원장에 우호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간에는 이견이 명백하게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미국의 최고 정책결정자는 트럼프이기 때문에 두 분간 이견이 공개적이고 표면화하게 될 경우에 트럼프는 볼턴과 인연을 끝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북한이 미국의 국내정치 문제를 지나치게 비난하는 것은 내정간섭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북한당국이 자제하길 기대한다.

트럼프는 반복해서 우호적인 신호를 북한에 보내고 북미 간 협상을 원하지만 북한은 연일 대남·대미 비우호적인 신호만 보내고 있어 답답하고 안타깝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젠 우호적인 시그널을 보낼 때가 되었다. 6월말에 서울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절호의 기회가 오고 있다. 이것을 계기로 남북미 3자 정상회담도 판문점에서 개최되길 기대해 본다. 김정은 위원장은 소탐대실 하지 말고 천우신조의 기회를 놓치는 어리석은 일이 없길 바란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마트한 정치인이다. 트럼프가 볼턴 보좌관과 계속 이견이 공개적이고 표면화하게 될 경우에 트럼프가 정치적 이용가치가 없다고 생각할 때는 볼턴과 인연을 끝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볼턴이 백악관에서 물러나면 교착된 북미관계의 돌파구가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트럼프는 이 문제에 대해 전략적 고려를 하고 있을 것이고 현재로선 시기만 보고 있는 듯하다. 트럼프의 입장에서 내년도 재선을 의식하여 북한과 핵 협상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 존 볼턴의 사임이 임박해 지고 있는 듯하다. 

북미 간 협상의 5가지 원칙을 준수해야

북마 간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있으려면 5가지 원칙을 준수하여야 한다: 정의, 공정, 양보, 타협, 그리고 상호 이득이 되는 윈윈(win-win)하는 상생원칙이다. 이 5개 원칙을 북한과 미국이 존중하고 준수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조치가 이뤄지고 트럼프는 재선의 개연성이 높아질 것이고 김정은 위원장은 제재완화와 대북 경제협력을 단계적으로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다. 

북한은 대남·대미 비방이 현재 비핵화-평화 프로세스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음을 이해하기 바란다. 그러므로 평양전략가들은 이 점을 재인식하고 즉각 대남·대미 공개적 비난을 중지해야만 현재의 교착상태에서 벗어나 북미 간 화해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간 교착국면을 타결하고 핵 협상의 진전을 위해 과감한 조치를 취할 때가 되었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위트와 소콜스키(Wit과 Sokolsky)의 정책 제안에 공감하면서 간단히 소개한다.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가 아래 제안을 고려해 줄 것을 촉구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정책제안을 하였다: ①김정은 위원장에게 트럼프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개인적인 메시지를 보낸다, ②비핵화 협상이 실제 진전을 보이면 미국은 북한과의 비핵화 합의에 서명할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③미국은 ‘빅딜 협상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한다. 또한 교착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위해 아래 조치들을 선택할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①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 협상 개시, ②북미 외교 관계 정상화 협상 개시 ③북미 간 인적 교류의 시작.

이러한 정책적 제안과 조치들이 즉각 이뤄진다면 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남북 간 대화와 비핵-평화체제 협상이 재개될 것이다. 또한 앞에서 지적한 5개 원칙을 준수 한다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윈윈 게임으로 전환될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진전을 위한 통 큰 결단을 기대한다. 
 

 

한국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원 석사, 미국 Claremont Graduate University 국제관계학 박사. 전 미국 Eastern Kentucky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전 통일연구원 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켄터키대 명예교수, 경남대 석좌교수, 한반도미래 전략 연구원 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등, 글로벌평화재단이 수여하는 혁신학술연구분야 평화상 수상(2012). 31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300편 이상 출판; 주요저서: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공저: 『한반도 평화체제 의 모색』 등; 영문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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