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타 툰베리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종 중의 하나인 인간이 기후를 변화 시킬수 있다니! 저는 8살 때 인간이 저지른 기후변화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에너지 절약도 하고, 재생용지를 쓰기도 했지요. 그런데 아무도 기후변화에 대해 고민하거나 실천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점점 말을 하지 않고, 먹지도 않았고, 우울증에 빠져 사람들을 사귀지 않았습니다. 11살 때 강박장애, 선택적함구라는 자폐성 아스파거 증후군에 걸려버렸습니다. 아스파거는 흑과 백이 분명하지요. 중간지대가 없습니다. 거짓말도 못합니다.

생존에도 중간지대가 없습니다. 제게는 분명한 흑과 백 두 가지의 길만 보입니다. 멈출 것인가? 계속 갈 것인가?”

지난해 8월부터 기후변화를 위해 매주 금요일, 등교거부를 하고 스웨덴 의회 앞에서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운동을 하고 있는 그레타 툰베리 이야기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글로벌 경제리더들과 유럽의회에서 정치인들에게 연설할 때 툰베리의 언어는 더욱 단호해진다.

“기후변화에 관해 우리는 실패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공포를 느껴야 합니다. 어설프게 긍정적인 희망으로 제 말을 마무리할 생각은 없습니다. 6대 지구멸종이 일상적 속도보다 일만배 이상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데 기후변화를 막을 정책을 만들 정치인들은, 탄소배출을 줄여야할 기업은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툰베리는 기후변화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어른들에게 또한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답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부유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이 탄소발생률을 매년 15%씩 감축해 2025년에는 탄소제로에 도달해야 합니다. 다만 기업과 정치인들은 그것을 이행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툰베리가 처음 시작한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 운동은 현재는 독일·벨기에·영국·프랑스·호주·일본 등은 물론 국내까지 전 세계로 확산됐다.

지난 3월 25일에 이어 5월 24일 110개국 1,400개 도시에서 기후를 위한 학교파업(School Strike For Climate)이 진행했다. 그레타는 기후저항의 아이콘이 되었고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되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도 지난해부터 청소년 기후소송단을 만들고 두 차례의 세계 청소년기후행동에 함께 했다. ‘이제는 외면할 때가 아닌 직면할 때’라며 학교에서 기후위기를 배우고, 나와 우리의 미래를 위한 기후행동을 제안한다.

툰베리의 금요등교거부운동은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 청년들의 멸종저항으로 이어진다.

비상사태

“It is an emergence” 비상사태!를 외치며 영국 청년들은 옥스퍼드 서커스, 마블 아치, 워털루 브릿지와 의회광장 주변 등 런던시내 주요 장소의 교통혼란을 일으킨다. ‘기후재앙을 막기 위한’ 비준법 저항이 영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8월 영국에서 결성된 ‘멸종저항’이란 단체는 올해 4월부터 혼란을 야기하는 시위를 조직했다. 이 시위의 중심에 있는 런던 킹스칼리지 로저할람 교수는 공공담론을 급진적이고 급격하게 바꾸는 방법을 잘 아는 학자다. 제도를 만들고, 절차를 지키며 천천히 기후변화를 논하고 있기에는 지구상태가 너무 심각하다. 정치권이나 기업이 ‘기후위기’를 몰라서 안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이익 때문이다.

정부 고문이라는 일반적인 역할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던 예일대 교수 거스 스페스의 ‘준법저항’의 한계를 지적한 다음과 같은 말은 ‘비준법 저항’의 근거가 된다.

“가장 시급한 환경문제가 생물다양성의 손실, 생태계 붕괴 그리고 기후변화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저는 30년동안의 과학 발전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전 틀렸습니다. 가장 시급한 환경문제는 이기심, 욕심 그리고 무관심이었으며, 이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문화적, 정신적 탈바꿈이 필요합니다. 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요.”

로저할람 교수는 기후저항은 입으로만 하는 운동이 아니라고 한다. 로터리 혹은 교량 다섯 곳 정도를 수천명의 사람들과 함께 점거를 한다. 농성의 결과 정부 인사들이 영국과 세계 여러 곳에서 온 젊은 청년들과 만나 눈앞에 닥친 생태계 붕괴 위기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오가는 기후의회의 장이 열릴 것을 기대한다.

멸종저항의 목표는 ‘국적을 초월한 사람들이 뜻을 모아 다음 30년 내로 죽을지 살지를 결정하는 정치적인 장을 여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 문제를 외면한다면 멸종저항은 시민 불복종 운동을 확대하여 런던의 정부기관들이 집약되어있는 웨스트민스터로 통하는 도로들을 막을 계획이다. 이렇게 해도 정신을 못 차리면, 기차역의 상하행 열차들을 막고, 공항까지도 막아설 것이다. 로저할람 교수는 체포당하고 감옥에 갈수 있겠지만 ‘여기서 우리는 저항 할 것이고, 사회를 깨우는 비준법 저항을 이어갈 것’이라고 한다.

4월 15일부터 시작된 멸종저항 시위는 예상과는 달리 첫 런던 합동시위에 5,000명이상이 모였다. 경찰 또한 수천명이 동원되고 또 천여명이 연행되었어도 사람들은 다시 역사에, 거리에, 자연사박물관에 모인다. 배우 엠마 톰슨도 동참했고 올림픽 메달리스트들도 시위에 참여한다.

멸종저항의 주요 요구사항 중 하나였던 ‘기후변화비상사태’선언을 지난 5월 1일 영국의회가 세계최초로 통과시켰고 5월 8일 아일랜드의회가 두 번째로 ‘기후변화비상사태’선포를 의결했다.

영국언론 가디언은 ‘기후변화(climate change)’ 대신 ‘기후비상사태(climate emergency)’나 ‘기후위기(crisis)‘, ‘기후붕괴(breakdown)’ 등으로 용어를 바꾸기로 했다. 그레타 툰베리와 멸종저항의 ‘비상사태’ 시위가 지난 2개월 동안 바꿔낸 일들이다.

비자림로 삼나무통신

‘비자림로를 지키기위해 뭐라도 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지난 3월 7개월만에 재개된 생태도로 조성을 위해 비자림로 삼나무 4천여 그루를 희생시키는 숲에 작은 오두막을 지었다. 페이스북 ‘비자림로 삼나무통신’을 통해 매일 비자림로의 나무들을 베어내는 모습을 기록하며 모니터링하고 있다. 기록을 기억하기 위한 작업이다.

2차선 도로 2.9km를 4차선으로 확장해 27초 빨리 가겠다는 생태도로 확장공사는 백가지 약초가 있다는 백약이오름 부근에서부터 성산읍 수산리까지, 아름다운 오름군락과 수산곶자왈 그리고 광활한 초원지대인 수산평(수산벵듸)을 관통하는 금백조로와 이어지고 금백조로는 성산 제2공항부지와 연결된다.

전기톱을 쥔 작업자들과 삼나무를 사이에 두고 몸싸움을 벌이던 시민들은 카메라와 스케치북을 들고 잘려나가는 나무와 파괴되는 숲을 하루하루 찍고, 그려내고 있다. ‘비자림로숲 어린나무 구출하기’에는 20여명이 달려와 비를 맞으며, 어린 때죽나무, 구찌뽕, 보리수, 제피나무 등 50여그루를 땅이 있는 집으로 옮기거나, 벌목이 이뤄지지 않는 숲에 이식해 심었다. 공사 2-3구간에서 발견한 150년 된 팽나무를 살려달라고 제주시에 건의했고 150살 팽나무는 다른 곳에 이식될 예정이다. 팽나무옆 잘생긴 붓순나무 또한 제주시가 보호해야 할 멸종위기 식물 13종 중 하나임을 밝혀낸 시민들은 멸종위기식물을 구해달라고 다시 호소한다.

전국에서 달려온 숲지기들은 제주에는 전국 양치류의 80%가 서식하는데 비자림로 500m 내에는 한반도 전체 양치식물 10%이상 30종이 분포한다는 사실도 밝혀낸다.

홍지네고사리, 돌토끼고사리, 별고사리 등 삼나무숲 바람과 습기, 흙과 햇빛이 만들어낸 30종의 양치류가 사라질 판이다. 팽나무 앞 숲에서 노루가족이 포착되고, 팔색조가 노래로 아침을 깨우는 숲은 다양한 생명이 사는 곳임을 깨닫게 한다.

누군가 곧 잘려나갈 삼나무에 ‘새둥지에 아기새가 살아요’라는 팻말을 걸어두었다. 생명이 잉태하는 계절에 부문별한 토-벌목공사의 잔인함이 스며있는 숲이다. 야생동물 번식기인 6월까지만 이라도 공사를 중단해달라는 요구가 철딱서니 없는 환경론자들의 한가한 소리로만 들리기 쉬운 곳이다.

숲속에 놀러온 아이들은 곧 잘려나갈 삼나무에 해먹을 걸고 줄을 연결해 ‘게릴라놀이터’를 만든다. 어린이날, 마지막이 될 나무들과 숲에서 뛰어 놀며 슬픔을 이겨낸다. 사람들은 풍물로 나무들을 위로하고, 애기뿔쇠똥구리 구조대가 발대식을 하고 인간띠잇기로 잘려나갈 나무들을 품어본다.

천안의 초등교사는 반아이들이 비자림로숲을 그린 그림을 보내오고, 또다른 교사는 수업자료로 사용해도 되는지 묻는다.

벌목당하는 숲 앞에서 두 사람이 들고 있는 피켓에는 ‘사라진 나무 2,925그루’라고 씌여있다. ‘사라진 나무 4,000그루’라는 숫자가 얼마 있지 않아 채워질 듯 싶다. 누군가 숲속에서 ‘학살’이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초록빛으로 가득차야 할 숲에는 잘려나간 나무가 누워있고 나이테를 잔뜩 담은 밑둥이 허옇게 속살을 내놓는다.

제주도 비자림로에서는 멸종에 저항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매일매일 나무를 껴안고 쓰러진다.
아직 우리는 이기심, 욕심, 무관심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비상사태다.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 자연도 인간도, 우주도...

한낱 인간의 욕망이 지구를 망가뜨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태양과 바람의 나라를 꿈꾼다.
에코아나키스트가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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