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책을 지난주 개막한 제7회 통일교육주간에 맞춰 소개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본격! 앞담화. 통일 잡(雜)수다』

분명 보도자료에는 "이 책은 여느 통일 책과 달리 통일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날 것으로 전하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책을 편 순간 발칙함을 넘어 훅하고 들어오는 당혹감에 책을 그냥 덮어 버렸다.

통일교육의 '현타'(현실자각타임이라는 신조어)를 인식하게 한다는 소개가 괜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암튼 두세 번 더 시도를 하다 실패하고 결국 통일교육주간을 넘겼다.

'교수님, 김일성이 누구에요'라고 묻는 학생, 북한 영화를 시청한 후 '얼마나 수면제스러웠는지 곤히 잘 수 있게 잘 만든 영화'라고 평가한 학생의 말, 남과 북의 공통점은 어디에 살건 고혈압, 당뇨 아니면 영양실조, 어지럼증으로 일찍 죽을 판이라는 비관적 현실인식 등 평균 한 페이지에 한편씩 실린 짧은 글들은 아주 낯설었다.

▲ 안티구라다, 십(10)쇄, 『통일 잡(雜)수다』, 도서출판 경진, 2019.5. [사진제공- 도서출판 경진]

저자들은 "한반도 문제를 B급으로 다루더라도 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2019년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은 통일이라는 단어만 들어가면 거부반응부터 일으킨다. 관심거리라도 만들어 줬으면 한다"고 통일교육 현장에서의 고민을 털어 놓았다.

그래서 책은 "노잼을 지나 핵노잼인 '통일교육'을 꿀잼으로 바꿔야 한다. 한반도 문제를 지금까지 공부했다면, 이제부터는 즐기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에 맞춰 기획됐다. 

그러면서 책머리에 "제가 지금부터 하는 말은 웃자고 하는 겁니다. 그러니 죽자고 달려들지 맙시다"라고 한 자락 깔고 시작했다.

아, 나는 결국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달려 들었던 것이었다.

북맹(北盲)01

강의를 했다.
청중들에게 쉬운 질문을 했다.
북한에는 공산이 있을까요?
"뭔 미친 소리래."

당연히 "공산당은 있다"는 대답이 다수를 이루었다.

북한에는 공산당이 없다. 남한에도 공산당이 없다.

1946년에 북조선공산당과 신민당이 합당해서 조선로동당이 되었다.

올해가 2019년이다. 73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어째서 북한에 공산당이 있다고 확신하고 살았을까?

이 정도는 양반이다. 조금 더 읽어보자.

북한 문학작품 감상법02

수업시간에 학생이 질문을 했다.
"북한의 예술도 예술인가요?"

북한의 예술이 예술이 아니라면...
정치도 정치가 아니다. 경제도 경제가 아니다. 문화도 문화가 아니다.
그냥, 아무 것도 아니다. 북한의 모든 것은 아무 것도 아니어야 한다.

서태지와 아이들

이번 답사는 철원으로 갈 겁니다.
철원에는 노동당사가 있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뮤직비디오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곳이죠.

선생님! 서태지가 누구에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다고 설명을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저자들은 그래서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우리나라 통일교육 현장을 훑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통일이 문제가 아니다'라는 2부에서는 가족조차 '한반도에서의 평화통일'이라는 물건을 팔고 있는 나를 외면하는 현실, 그리고 통일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강연장에서 객석의 청중이 '염병! 또 시작했네'라고 하는 소리를 듣고는 엄습해오는 여러 고민 등을 소개했다.

'2018년 4월 27일'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또 하나 더 외어야 할 날짜가 생겼다. 솔직히 말해서 둘이 만나서 싸우든, 사랑하든 관심이 없다. 나는 평양냉면만 생각날 뿐이다. 맛있을까?"라거나, 북한의 걸그룹 공연을 TV에서 본 청년들의 총평이 '젠장! 눈 버렸네'였다는 등의 글은 거북하기도 하다. 

하지만 어쩌랴. 외면한다고 없어지는 일이 아니고 통일교육의 '현타'를 빨리 수용하는 것이 신상에도 좋지 않을까.

통일교육의 현장에서 저자들은 "통일 자체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역효과를 불러올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변화하는 관심을 늘 의식하는 통일교육, 국민 개별의 삶과 연계하여 설명하는 통일교육, 일상생활과 결부시켜 국민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통일교육, 북한 방송도 시청하고 제품도 만져보는 체험형 통일교육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짧은 한편 한편의 글을 읽다보면 때로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저자들은 스스로 통일교육이 세상을 구하는 길이라 믿었고, 숙명처럼 생각했다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팔리지 않는 책과 졸고 있는 청중들을 보면서 스스로를 되돌아 봤고, 부끄러웠다고 했다.

그 반성의 결과물로 세상에 내놓은 이 책을 가장 먼저 손에 들어야 할 독자는 저자들과 같은 동업자들이어야 하리라.

저자들은 책의 맨 마지막 페이지에서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지금까지 한 이야기에 관한 함의-'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달려들지 맙시다. 쫌!' 

거부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열심히 봐달라는 이야기겠지. 

사족 하나. 세계적인 지식인 노엄 촘스키의 강연이 끝나고 나온 질문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 우리가 뭘 해야 할까요?" 촘스키가 답했다. "한국인 아니세요? 그걸 왜 저한테 물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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