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경남대 석좌교수)

 

작년 2018년 4월 27일은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로 가는 길을 함께 가자고 합의한 역사적인 날이었다. 일 년이 지난 현재 남쪽에선 대대적인 제1주년 기념행사를 거행하여 핵무기 없는 한반도에서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온 국민이 함께 염원하였다. 그러나 북쪽에선 조용하게 넘어간 것은 대단히 유감이다. 4.27 남북공동성명이나 9.19 남북합의를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구축을 재확인하는 4.27 남북공동기념행사가 없어 대단히 유감이었다.

감정은 위원장이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 해법 인 일괄타결식 방안인 빅 딜(big deal) 제안에 몹시 당황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영상을 다시 보니 북한의 시각에서 미국의 오만한 협상 태도에 분개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해결을 위해 미국의 입장을 잘 설명하고, 감정적으로 이 문제를 처리하기보다 현실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해법을 모색했어야 했다.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교착국면에 들어간 북미간 비핵화 협상재개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을 “오지랖 넒은 중재자”란 표현을 쓰면서까지 폄하하는 북한의 태도와 자세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동반지로서 해야 할 행동은 아니다. 대단히 유감스럽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 25일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 섬 극동연방대학에서 2011년 이후 8년 만에 역사적인 북러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김정은-푸틴 간 첫 정상회담이었다. 그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24-26일 2박 3일간의 첫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서둘러 열차로 귀국했다. 아직 조기 귀국을 하게 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은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러시아의 지원을 얻는 것이 그의 목적을 숨기지 않았다. 북러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의 정치 외교적 해결과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동시적 해법에 대해 러시아의 공감과 지지를 얻어내는 것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단독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안보와 주권 유지를 위한 보장이 필요하다"며 '단계적 비핵화'를 통한 북미 간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서 ‘조선반도 비핵화’ 방식에 대한 러시아의 지지를 재확인했다. 북한은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협상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의 결과는 당초 예상했던 대로 큰 성과라기보다는 과거 오랫동안 유지해온 양국의 친선우호관계를 공고히 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3가지 정치적 함의를 가진다.

첫째, 2011년 이후 8년 만에 개최된 북러 정상회담이었다. 김정은-푸틴 정상회담은 첫 번째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러 경제협력문제와 북한 노동자 문제와 핵심 이슈인 한반도 비핵화 해법에 대한 북한의 입장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또한 북한의 “단계적. 동시행동 방식”에 대한 푸틴의 지지를 재확인한 것은 큰 수확이다. 그러나 대북제재와 관련해서는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유엔안보리의 제재 결의를 지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둘째,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은 러시아의 정치적 지원을 받아 대미 협상력을 제고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제한된 러시아의 지원을 확인 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 직전, 4월 17-18일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러시아에 파견하여 러시아에게 대북제재 완화를 하지 못하도록 러시아 측과 사전 외교 협의를 조율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대북제재를 완화하면서까지 북한을 경제적으로 돕는다는 것이 큰 부담감과 무리수임을 인식하였을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특이한 점은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인해 북한의 비핵화 협상팀이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성으로 이동했음이 감지된 것이다.

셋째, 이번 정상회담에서 향후 북러 경제협력에 관한 심층적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러시아 측 대표단에 교통장관, 극동개발부 장관, 철도공사 사장, 에너지부 차관이 참여하였고 북한대표단에도 전문가들이 교통ㆍ자원 분야 등 경제협력문제도 심층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북러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양국의 경제 각료들이 참여하였기 때문에 여러 가지 구체적인 논의를 하였을 것이다.

중국외교부 대변인은 “북러 양국의 고위급 교류와 협력 강화를 환영한다”며 “중국과 전면적 전략 파트너 관계를 맺은 러시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금 북한은 몇몇 매체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을 폄하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이런 북한의 행동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 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6.12 싱가포르 제1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도록 “가교 역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이런 역할을 폄하하는 “오지랖 넒은 중재자”로 매도하는 자세는 이해가 안 된다. 북한당국의 즉각적인 자제를 촉구한다.

한 가지 분명한 역사적인 사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미 ‘조건부’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겠다고 엄숙히 약속했다는 것이다. 비핵화 프로세스에서 김 위원장이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위해 금강산관광 재개나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하는데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태도는 진정성과 성실성이 없어 보여 대단히 유감스럽다.

그러면 향후 남북대화와 북미대화가 어느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필자의 견해를 간단하게 밝힌다.  필자가 이미 4.15일 자 <통일뉴스>에 필자의 칼럼에서 구체적으로 제안한 바 있다. (곽태환, “4.11 한미정상회담 이후 비핵화협상의 향방: 새로운 5단계 로드맵 제안” 통일뉴스 4.15).

먼저, 국제사회가 공인하는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가교 역할”을 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북쪽의 매체들은 즉각 비난하는 글을 중단하고 4.27과 9.19 남북공동합의문을 성실하게 이행하길 바란다.

둘째,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적극적인 가교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길 기대한다.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갖고 있다고 보도되었다. 그 메시지 내용이 대단히 건설적인 미국의 대북 제안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셋째,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향후에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자 정상회담에서 필자가 이미 제안한 한반도 비핵화의 개념에 합의해야 하고 이에 따라서 3자간 ‘비핵-평화체제’를 위한 실행 로드맵에 합의가 필요하다. 현재까지 북미 간 한반도 비핵화의 상이한 해법으로 인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방향을 잃고 갈팡질팡한 것은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를 하겠다는 결심을 한 이상 두개 조건인 (1)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포기와 (2)북한체제의 안전보장이 충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북한의 성실한 비핵화 조치와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를 위해 북미 양측이 상호 양보와 타협이 절실히 필요하다.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해 재차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촉구하는 바이다.

 

 
한국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원 석사, 미국 Claremont Graduate University 국제관계학 박사. 전 미국 Eastern Kentucky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전 통일연구원 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켄터키대 명예교수, 경남대 석좌교수, 한반도미래 전략 연구원 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등, 글로벌평화재단이 수여하는 혁신학술연구분야 평화상 수상(2012). 31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250편 이상 출판; 주요저서: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공저: 『한반도 평화체제 의 모색』 등; 영문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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