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오후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신한반도 체제 구상을 제시했다. [사진제공 - 청와대]

“우리는 우리 조선이 독립한 나라임과 조선 사람이 자주적인 민족임을 선언한다. (중략) 엄숙한 명령으로써 자기의 새 운명을 개척할 뿐이요...(후략)”

극악한 일제의 무단통치에 숨소리조차 내기 어려웠던 기미년(1919년) 3월 1일, 민족대표 33인은 조선이 독립국임과 조선의 운명의 주인은 조선인이라는 선언을 만천하에 선포했다. 이에 온 민족이 하나로 떨쳐 일어나 귀한 피를 조국의 강토에 적셨다.

3.1만세운동 100주년과 상해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코앞에 두고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정상회담에 온 세계의 눈길이 쏠린 가운데, 하노이 현지취재 중인 기자에게 떠나온 조국에서 또다른 자주독립선언이 오늘 들려왔다.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입니다. 우리는 지금 식민과 전쟁, 분단과 냉전으로 고통 받던 시간에서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주도하는 시간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우리 손으로 넘기고 있습니다. 역사의 변방이 아닌 중심에 서서, 전쟁과 대립에서 평화와 공존으로, 진영과 이념에서 경제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신한반도 체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오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발언을 통해 전 세계에 메시지를 던졌다.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이 성과를 거둔다면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며 “북한의 경제가 개방 된다면 주변 국가들과 국제기구, 국제자본이 참여하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도 우리는 주도권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작심발언이 아닐 수 없다.

혹자는 북미 간에 종전선언이 나오면 우리가 소외된다고 외쳐대고 혹자는 미국이 대북제제로 우리 손발을 묶어두고 북한의 알짜배기는 다 빼먹은 다음에나 남북경협을 ‘승인’할 거라고 조롱하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뒀을까? 문 대통령은 ‘변방이 아닌 중심’, ‘평화와 번영’, 이를 위한 ‘신한반도 체제’를 제시했다. ‘통일’이 빠져 좀 아쉽다면 아쉽달까...

▲ 김정숙 여사는 25일 오후 청와대로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초청해 격려했다. [사진 출처 - 청와대 페이스북]
▲ 연일 북미간 실무회담이 진행되고 있는 하노이 파르크호텔. 기자들의 '뻗치기'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자연스레 이미 10여년이 흐른 베이징 6자회담이 겹쳐 떠오른다. 남북,미.중.일.러 6개국이 머리를 맞대고 한반도 평화체제와 비핵화 등을 담은 9.19공동성명을 거의 기적적으로 합의해냈을 때다.

난산 끝에 옥동자를 탄생시킨 주역 중의 한 명인 송민순 6자회담 수석대표는 기자회견 일성으로 “늘 우리에게 만들어진,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를 앞으로 우리를 위한 역사를 우리 스스로가 만드는 길을 열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1876년 강화도조약 이래 처음으로 불평등조약이 아닌 대등한 입장에서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낸 소회였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9월 19일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나란히 15만 평양시민을 앞에 두고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을 확인했다”면서 “우리는 5천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다”고 연설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라고 선언한 오늘 같은 시각 김정숙 여사는 동양척식회사에 폭탄을 투척했던 나석주 의사 후손을 비롯한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청와대에 초청해 격려했다.

김정숙 여사는 “조국이 무엇인지 모를 때에는 그것을 위해 죽은 사람들을 생각해보라. 그러면 조국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는 26년 동안 임시정부의 설립을 꿋꿋하게 지탱했던 정정화 의사가 남긴 말을 인용하고 “지난 100년 밑거름 삼아 나아가는 새로운 100년의 시작 앞에서 한반도의 평화라는 새 역사를 꿈꿔본다”고 말했다. 내외의 손바닥이 마주쳐 울림이 더욱 크다.

▲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에는 호치민의 숨결이 살아 숨쉬고 있다. 호치민 박물관에 전시된 복원한 생전의 모습.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하노이 시내에 자리잡은 레닌광장의 레닌상은 꽃들의 호위를 받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술렁이고 있는 하노이는 프랑스와 미국이라는 전 세계 가장 강력한 제국주의를 무장항쟁으로 몰아낸 베트남의 수도로 국부 호치민의 숨결이 오늘도 살아숨쉬고 있다. 베트남판 개혁개방인 도이모이(쇄신)의 추진에도 불구하고 레닌 동상은 여전히 우뚝하다.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해 미군정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아직까지 전 세계에 유일하게 냉전과 분단의 벽을 넘어서지 못한 우리 민족의 비극은 3.1만세운동과 상해임시정부수립 100주년에 다시 제2의 자주독립을 절실히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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