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28일 하노이에서 개최될 2차 북미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곧 예상되는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간의 추가 실무협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보다 정확하게는 ‘김혁철-비건’이 만나 어떤 논의를 하고 이른바 하노이 성명에 무엇이 담길지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두 사람은 이미 지난 6-8일 평양에서 1라운드를 겨룬 바 있는데, 이때는 “협상이 아니라 협의”였기에, 이번 추가 실무협상이 본격적인 협상이 되는 셈입니다. 전문가들과 언론들은 빅딜이니 스몰딜이니 하면서 여러 의제들을 난분분하게 주장하는데 대개가 복잡하고 어지러울 뿐입니다.

그러나 사실 어려울 게 없습니다. 북한과 미국이 논의할 좌표가 이미 설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다름 아닌 북미가 지난해 6월 12일 1차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싱가포르 성명’(6.12북미공동성명)입니다. 여기에 나온 네 가지 합의, 정확히는 세 가지 합의야말로 양국이 앞으로 논의해야 할 길잡이인 것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싱가포르 성명에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완전한 비핵화’를 합의하고, 신뢰구축 조치로 ‘미군 유해발굴’을 약속했습니다.

이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2일,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각 조항마다 진전을 이뤄내기를 바란다고 밝힌 점에서 확인됩니다. ‘싱가포르 성명의 각 조항’인 것입니다. 특히, 평양에서 김혁철 특별대표와 실무협상을 진행한 비건 특별대표가 지난 11일 워싱턴을 찾은 문희상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과) 12개 이상 의제에 대해 논의했고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나온) 싱가포르 성명 이행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싱가포르 성명’이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아울러, 이 자리에서 비건 특별대표는 북한 측에서 구체적으로 금강산관광 재개와 북미 간 연락사무소 설치, 종전선언 등을 상응조치로 요구했다고 확인해주었습니다. 그렇다면 비건 특별대표가 언급한 12개 의제란 싱가포르 성명에서 합의한 3개 조항을 세분화·구체화한 것이고, 또한 북한 측이 상응조치로 요구한 금강산관광 재개 등은 그 12개 의제에 포함돼 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곧 ‘김혁철-비건’ 간에 추가 실무협상이 이뤄진다면 어떤 의제가 논의될지 또 하노이 성명에 무엇이 담길지 그 답은 대강 나와 있습니다. 지금 언론 등에서 나온 북미 간의 예상되는 의제들을 싱가포르 성명의 세 가지 합의와 짝을 맞춰보면 대강 이렇습니다.

최근 급부상한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는 싱가포르 성명 1항의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연관돼 있습니다. CNN은 18일 북한과 미국이 공식적인 외교관계를 수립하기 위한 단계로 연락관을 서로 파견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미 간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 사안은 양국 관계개선의 첫 통과의례로서, 지난 1994년 제네바 합의에 따라 진행되다가 무산된 바 있습니다. 아울러, 개성공단 재개 및 금강산관광 재개 등 대북제재 해제도 양국이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는데 전제조건으로 될 것입니다.

가장 많이 등장했다가 뜸해진 종전선언은 2항의 ‘평화체제 구축’과 연관됩니다. 문재인 정부는 종전선언을 비핵화 입구에 평화협정을 그 출구에 각각 배치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 측이 올해 신년사에 등장시킨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을 제기한다면 이 역시 2항과 관련될 것입니다.

3항의 ‘한반도 비핵화’에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9월 남북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상응조치에 따른 추가조치로 밝힌 영변 핵시설 폐기를 비롯한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검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이 포함될 것입니다. 아울러, 미국의 핵 전략자산 한반도 반입 금지도 들어갈 것입니다.

싱가포르 성명은 당시 너무 원론적이고 추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동 성명의 3개 항은 향후 모든 북미회담의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양국 관계가 정상화될 때까지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싱가포르 성명을 현실화하고 구체화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싱가포르 성명’은 살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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