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 이어 오는 2월 27, 28일 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다가오면서, 냉전과 분단이 허물어지는 격변의 시대를 맞는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세기적 담판을 통해 양국이 합의했지만 좀처럼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및 완전한 비핵화' 합의가 2차 회담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현될 것인지가 관심의 초점이다.

나아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및 완전한 비핵화' 실현 너머에서 꿈틀대는 통일의 여정에 대한 고민도 시작되고 있다.

▲ 감이경 , 『좌충우돌 아줌마의 북맹탈출 평양이야기』(내일을여는책, 2019) [사진제공-내일을여는책]

평화체제가 지향하는 통일시대로 가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사회가 아닌 사회주의 북녘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한 대북전문가가 '레알 北큐멘터리'를 표방하며 자신의 경험담과 생각을 한권의 책으로 펴내 화제다.

저자는 지난 2001년 금강산 민족통일대토론회 실무자로 첫발을 내딛은 후 남북교류협력단체인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사무총장 자격으로 2012년까지 10여년 동안 금강산, 개성, 평양을 한달에 서너번씩 다녀오고, 2005년에는 한달 넘게 평양에 상주하기도 한 대북전문가 김이경 씨. 지금은 지난해 창립한 '남북역사문화교류협회'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최근 남쪽 사람의 대다수는 심각한 '북맹'이라며, '북맹탈출'을 목표로 한 『좌충우돌 아줌마의 북맹탈출 평양이야기』를 펴냈다.

"통일이 눈앞에 부쩍 다가오고 있다. 여전히 미국은 북에 대한 제재를 유지하고 있고, 북미관계의 정상화도 그다지 쉽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지난 2018년에 불어왔던 남북관계의 훈풍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새로운 통일의 싹을 틔워주었다. 그리고 2019년에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방문이 이뤄지면 또 어떤 바람이 불게 될까? 우리의 마음에 북에 대한 미움이 씻겨 나가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글을 마치면서 쓴 저자의 이야기는 왜 '북맹탈출'이 우리에게 절실한 과제인지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격변의 시대에 변화의 본질과 추이를 잘 이해하고 지금의 조건을 잘 다듬고 준비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기대하는 미래를 맞이하기 어렵다는 것은 지난 세기가 남긴 피어린 가르침이다.

저자는 "북녘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것은 싫든 좋든 통일시대로 가고 있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준비이다. 그 준비는 그동안 당연시했던 것들을 새롭게 고민하는 과정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이어 "북녘을 알아가는 것은 우리를 비우고 인간의 존재방식에 대해 새롭게 고찰하는 과정이며 통일시대를 여는 새로운 방법론을 터득하는 과정"이라고 하면서 통일준비를 위해 북맹탈출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역설한다.

처음 가본 2001년 평양. 저자는 대재앙을 겪고 있던 그때 본 평양의 남루한 모습, 숨기지 않은 국가적 빈곤은 그 전엔 한번도 상상해보지 않은 풍경이었고 설명하기 힘든 충격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시작해서 10년동안 만난 '사회주의 자주국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북녘은 인권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나 △북녘 사람들이 먹고 사는 법, 사회주의 경제 △북녘 생활의 변천사 △사회주의 교육 △북녘의 권력, 선거, 조직생활 주제로 나누어 차분하게 풀어놓았다. 또 북이 주창하는 '인민대중 중심의 우리식 사회주의'에 대해서도 피하지 않고 남녘의 현실과 비교해 가며 조근조근 설명했다.

평양 룡성구역 장류 공장 기계 설비 지원 당시, 북측에서 삶은 콩 함지를 지고 2미터 남짓 나르는 노동자의 육체적 부담을 감안해 당연히 에스컬레이터 설비의 지원을 요청한 데 비해 지원 주체였던 남측에서는 그런 생각이 염두조차 없었던 경우를 소개하면서 노동을 우선시, 중시하는 북녘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소개했다.  

또 북이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 배급망이 망가진 어려운 상황을 텃밭에서 가꾼 농산물을 유통한 농민시장에 기대어 바로 세워가면서도 계획경제와 시장을 상호 보완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도 여러 자료로 확인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시장을 적절히 배합하여 유통과 소비를 국가차원에서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으며, 이는 기업소 운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래전에 국가배급제를 바꾼 북녘에서 기계적인 평균주의 적용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가 기업소에서 생산한 제품의 질에 따라 수매액과 수매량을 다르게 하고, 남은 제품은 기업소별로 일반 상점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주의적 경쟁을 도입하고 있는 현실도 설득력있게 전달했다. 

특히 2005년 9월부터 11월 초까지 하루 1,000명의 남측 관광객이 다녀간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을 평양 현지에서 총괄했던 평양상황실 책임자였던 저자는, 우리 사회와 크게 다른 북의 집단주의에는 제대로 된 명분을 세우고 상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며 함께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초민주주의' 분위기의 토론과 설득의 과정이 녹아있다고 평가했다. 북과 협력사업을 성사시키려면 이 점을 꼭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북을 제대로 알려면 구체적인 협력사업을 통해 북녘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기회를 갖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함께 일하는 과정속에서 그들과 우리가 얼마나 같으며 또 무엇이 다른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판단해서 좋으면 지지하고 이해가 안되면 그 이유를 물으면 되지 않나. 그 과정에서 북녘 사람들이 매 사안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대응하는가의 선택은 당연한 그들의 몫이며 우리는 그 과정을 함께 할 뿐이다.

끝으로 한 가지 당부는 그동안 반북 권력에 영합해 살아온 이른 바 북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가리고 새겨서 들어야 한다는 것.

(수정-12일 08:51)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