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10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연초부터 해외 나들이를 한 셈인데, ‘전격 방중’이긴 해도 지난해 이미 세 차례에 걸쳐 방중을 했기에, 또 ‘전격’은 북한의 상시적 전유물로 널리 알려져 있기에 그리 놀랍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나 때가 때인 만큼 국제사회가 김 위원장의 방중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8일 오전 특별열차 편으로 베이징역에 도착했으며, 오후 4시 30분께(현지시간)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뒤 1시간 정도 회담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루 이틀 일정이 남아 있으니 앞으로도 한두 차례 더 정상회담을 한다고 볼 수 있겠지요.

김 위원장 방북의 가장 큰 이유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중국이 조율할 필요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양국은 이미 지난해 세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복원했을 뿐만 아니라 향후 미래의 일에 대해서도 긴밀히 논의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특히 이번 방중 둘째 날인 8일은 김 위원장의 생일이고, 또 올해가 북중 수교 70주년이기에 양국의 밀월과 친선관계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당장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주요 사안인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은 중국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는 현안이기에 양국이 필히 만나야 할 수요가 있었을 것입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김 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에서 밝힌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다자협상’과 연관이 있으리라는 것입니다. 김 위원장이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연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하여 항구적인 평화보장 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북한 신년사가 발표되자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 ‘다자협상’이 핵심 키워드로 주목되며 주요 분석 대상으로 된 바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이번 4차 방중으로 2차 북미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온 느낌입니다. 마침 신년 초부터 김정은-트럼프 북미 정상이 서로 ‘만나고 싶다’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교환한 가운데, 언론에서 미국 행정부가 2차 북미정상회담 후보지를 이미 사전답사 했다고 보도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6일 “우리는 (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를 협상 중”이라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돼 일정 성과가 나온다면 이는 곧바로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로 나아갈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는 북한 신년사에 나온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이 필요하게 되고, 이 다자협상에는 중국의 참여가 필수가 될 것입니다.

이처럼 몇 가지 이유를 보면 북한이 올해 뭔가 한반도 정세의 틀을 짜고 움직이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의 방중 의도는 한반도 변화를 위한 선제 조치를 취함으로써 향후 정세 주도권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원래 주도권 확보와 유지는 북한의 장기입니다. 북한은 주도권을 상대편에게 뺏기면 대책 없이 밀린다는 관념을 갖고 있는 듯싶습니다. 연초부터 전격 방중이라는 신호탄을 국제사회에 쏘아 올려 한반도 정세의 변화를 주도하고자 하는 북한의 집념과 의도가 돋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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