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김정은 북측 국무위원장의 1일 신년사가 내외에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또한 예상한 대로 신년사 내용이, 특히 대남 관계와 대미 관계에서 전반적으로 지난해의 성과에 기반해 앞으로도 화해 분위기 속에 대화를 지속하자는 흐름입니다. 신년사는 통상 △북측 내부, △남북관계, △대외관계(주로 북미관계) 등 세 부분으로 이뤄집니다.

김 위원장은 ‘북측 내부’에서 ‘사회주의자립경제’와 ‘국가경제발전’ 등 경제에 방점을 찍었는데, 이는 지난해 병진노선의 승리를 선언하고 경제발전 노선으로 전환한 것이 정당했고 또 빈말이 아님을 강조하고자 한 것으로 보입니다.

‘남북관계’에서는 지난해 남북이 합의한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남북군사분야 합의서를 거론하고는 “나는 대단히 만족하게 생각한다”면서, 대가없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용의를 표명했습니다.

또한 ‘북미관계’에서는 6.12북미공동성명을 언급하고는 그 셋째 항인 ‘완전한 비핵화’와 관련 “완전한 비핵화에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 당과 공화국정부의 불변한 입장이며 나의 확고한 의지”라면서, “앞으로도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다소 가시 돋친 구절도 있고 또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계속 대북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부득불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한 뼈있는 경고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남측과 미국 측에 대해 대화 분위기 조성에 맞춰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듯싶습니다.

대북 전문가들은 보다 구체적으로는 ‘자립경제’, ‘자력갱생’, 전력문제 해결을 얘기하면서 넌지시 밝힌 ‘원자력 발전’,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연계 밑에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데 있어 ‘다자협상’, 김정은 시대 신년사에 처음 나온 ‘완전한 비핵화’ 그리고 앞에서 밝힌 ‘새로운 길’ 등 핵심 키워드에 맞춰 분석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흘려보낼 수 없는 또 하나의 키워드가 있습니다. 다름 아닌 ‘통일방안’입니다. 김 위원장은 “북과 남은 통일에 대한 온 민족의 관심과 열망이 전례 없이 높아지고 있는 오늘의 좋은 분위기를 놓치지 말고 전 민족적 합의에 기초한 평화적인 통일방안을 적극 모색”하자고 남측에 제기했습니다.

북측은 단순한 나라가 아닙니다. 사소한 듯한 담화나 성명에도 숱한 복선을 깔고 중의법을 사용합니다. 신년사에 ‘통일방안’이 나왔다면 이는 전략적 언술로 봐야 합니다. 북측은 남측과 통일문제를 다루고 싶은데 여건상 미국과 평화문제를 먼저 다뤄야 하는 처지에 있습니다. 다시 말해 미국과 평화문제가 가닥이 잡히면 바로 남측과 통일문제를 논의겠다는 메시지입니다.

다행히도 남북은 2000년 6.15공동선언 둘째 항에서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고 합의한 바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출발하면 됩니다.

참고로 북측은 남북갈등이 첨예화된 지난 2014년 7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성명’에서 앞의 6.15선언 둘째 항을 언급하고는 “북과 남은 연방연합제 방식의 통일방안을 구체화하고 실현하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공존, 공영, 공리를 적극 도모해나가야 한다”면서 ‘연방연합제’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바 있습니다.

어쨌든 북측이 신년사에 ‘통일방안’을 제기했다면 이는 향후 한반도 정세의 급변을 예감케 합니다. 북측의 통일방안 제기에 ‘남남갈등을 조장하는 대남 전술’이라는 식으로 상투적으로 무시하거나 흘려서는 큰코다칠 수 있습니다. 지금 늦었을 수도 있습니다. 남측도 어서 6.15선언에 근거한 통일방안에 천착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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