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겨울날 아침, 북의 과학수준에 대해 생각해 본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북의 실제 모습이 궁금하다. 하지만 북의 실상을 제대로 알기가 쉽지 않다. 한국에 떠돌아다니는 북의 모습은 대체로 굴절되거나 정치적으로 왜곡된 기사가 대부분이다.

한국의 지식인들도 굴절된 기사에 오염되어 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북의 실제모습을 그려가는 작업은 퍼즐 맞추기와 비슷하다. 오랜 기간 동안 작은 파편들을 주워 모아 짜맞춰가야 한다. 이때 과학기술에 대한 사실보도는 아주 핵심적인 통로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려면 교육체계가 정돈되어 있어야하고 연구집단이 안정되고 자유로워야 한다. 과학기술수준을 통해 다른 분야까지 짐작하며 북 전반에 대한 전체상을 그려나갈 수 있겠다.

동아사이언스는 지난 10일 기사에서 “北 단백질 구조예측 AI세계 수준급”임을 보도했다. 이 달 초 멕시코 칸군에서 열린 ‘제13차 단백질 구조예측기술 평가대회(CASP 13)'에서 북이 7개 분야 중 하나인 구조분야 1위를 한 것에 대한 평가였다.

전 세계 200개 팀이 참가했다. 이 대회는 생체 안에서 여러 가지 기능을 하는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컴퓨터를 이용해 예측하는 기술을 겨루는 국제대회로, 1994년부터 2년마다 개최되고 있다.

북이 이 대회에 참여한 것도, 수상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대회 구조평가 분야 심사위원을 맡았던 석차옥 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이 분야는 기존에 만들어진 구조 예측 모델을 평가하는 분야로, (모델을 직접 만들어야 하는) 다른 분야에 비해서는 대회 진입이 쉬운 편이지만, 이 분야를 잘 하는 팀이 결국 구조 예측도 잘 할 수 있어 중요성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월간조선은 2017년 11월 18일자 뉴스룸에서 국제 인터넷 프로그래밍 대회인 코드셰프(CODECHEF) 2017년 대회에서 북의 김일성대와 김책공대 학생이 우승을 했다고 보도했다. 김일성대와 김책공대 학생들은 2013년 이래로 이 대회에 참가해 수십 차례 우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3월에는 북과 독일, 미국, 영국 등 70여 국가 7280명이 참가해 큰 규모로 치러진 대회에서 김일성대 최광 학생이 최고 점수 1000점을 받으며 우승한 바 있다. 최성영, 리명혁 학생은 2월, 5월, 8월 대회에서 번갈아 가며 1위에 올랐다.

이들은 ‘코딩황제’라는 별명의 미국 구글팀을 꺾어 참가자들을 놀라게 했다. 더욱 놀랄만한 일은 북의 학생들이 압도적인 점수 차로 1, 2, 3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이었다.

북 학생들의 인터넷 프로그램대회에서의 선전은 1998년 자력으로 올려진 북의 인공위성 ‘광명성 1호’의 성공에서 어느 정도 예감할 수 있어 왔다. 하지만 단백질 구조예측 AI 분야는 생화학과 인공지능이 연결된 분야로 무기개발과 다소 동떨어진 분야다.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북의 과학기술이 무기분야에 한정된 것으로 폄하해 왔다. 단백질 구조예측분야에서 북이 우승했다는 것은 다른 과학기술분야도 아주 높은 수준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들은 북의 과학기술을 이해하는 작은 퍼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각 분야에 대한 북의 과학기술수준이 어느 정도에 이르렀을까 궁금하고 궁금할 따름이다.


 

※ 남경우 소통과혁신연구소 연구위원은 오랜 노동운동을 거쳐 내일신문 경제팀장과 상무, 뉴스1 전무를 지냈으며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북촌학당에 참여, 우리나라와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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