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시대가 도래했다. 하지만 아직 평화는 정착되지 않았다. 완전한 평화 정착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2018년이 한반도 평화에 있어서 변곡점이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세 번의 남북정상회담 성사도 그렇지만,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은 변곡점을 만드는 강력한 요소로 작용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평화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자신 있게 말을 한다.

그렇다면 평화의 시대, 오래된 적대관계였던 북한과 미국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민간영역에서 오랫동안 통일운동의 길을 걷고 있는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연구위원 장창준 박사는 그의 첫 책  『북한과 미국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내일을 여는 책)를 세상에 내 놓으며 “북한과 미국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라고 묻고 있다.

▲ 장창준, 『북한과 미국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내일을 여는 책, 2018) [출처: 내일을 여는 책]

그런데 그의 저서는 평화의 시대에 걸맞지 않게 첫 장부터 북한의 ICBM을 등장시킨다. 북한이 수차례 ICBM 시험발사를 단행했던 지난 2017년이라면 모를까, 변곡점을 지난 평화의 시대에 북한의 ICBM을 먼저 꺼내든 이유가 궁금했다.

저자는 2017년 북한에서 단행한 세 차례의 ICBM 발사를 거론하며 “현실적으로 북한은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무기체계를 구축”했기 때문에 “‘일방적 공포’의 시대에서 ‘쌍방향적 공포’의 시대로 북미 군사관계의 성격이 변했다”고 말한다. 오랜 북미 핵공방은 ‘핵’이 아니라 ‘ICBM’을 통해 실마리가 풀린 것이다.

저자는 북한의 ICBM에 이어 한반도 핵문제가 발생한 9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북미 행공방의 역사를 반추해본다. 결국 “북한의 핵개발은 북미 적대관계의 산물”이라며, “한반도에서의 핵 문제 즉 북한의 핵개발과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동시에 포기돼야 풀린다”고 강조한다. ‘북한과 미국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라고 묻는 저자는 ‘북한과 미국은 친구가 되어야만 한다’는 기대를 품고 있다.

저자는 북미 관계에 이어 ‘한미동맹’이 가야 할 길을 묻고 있다. 그는 ‘미군기지’, ‘전시작전권’, ‘사드’, ‘안보’의 4개의 키워드로 21세기 한미동맹의 현실을 파헤친다. 용산미군기지 이전과정에서 ‘자발적 사대근성’ 때문에 사실을 은폐하고, 국익을 헤친 사람들의 이야기, 통합사라는 ‘진짜 이름’이 유엔사라는 ‘가짜 이름’으로 바뀌는 과정 등 한미관계의 불편한 진실을 말한다.

저자는 역사적 근거들을 그물처럼 촘촘히 엮어내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은 불편한 진실을 외면할 수가 없다. 저자는 또한 민감한 문제에 대해 속 시원하게 주장을 펼치고, 논거를 제시하면서 냉철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또한 오래된 한미동맹의 과정에서 군통수권, 지휘권, 작전지휘권, 작전통제권 등 비슷해 보이지만 분명 다른 개념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거나, ‘평시 작전권’처럼 착시효과를 만들어내 주권을 회복하지 못했다며 한미동맹의 사대근성을 꼬집기도 한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북미 핵공방과 한미동맹의 역사서다.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과거와의 대화를 통해 미래를 바라보기 위해서다. 변수가 많기 때문에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무척 어렵다. 하지만 흐름을 정확히 읽어낸다면 미래의 방향을 예측하기는 쉽다.

저자는 1905년 ‘가쓰라-테프트 밀약’의 예를 들며 “국제정세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어내지 못하면 치욕스러운 역사가 반복된다”고 경고한다. 우리의 미래가 평화의 시대로 정착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어떤 시대가 도래하는 가는 바로 우리의 역할이고 몫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평화의 시대, ‘한미동맹’이 가야 할 길을 물으면서 결국 ‘우리’의 역할을 묻고 있다.

저자는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서 태어났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향이 같다. 대학에서 건축학과를 졸업한 저자는 건축 현장 대신 대학원에 진학해 북한학과 국제관계학을 전공했다. 그는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1950년대 북중동맹의 변화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한신대학교 대학원에서 “냉전 해체 이후 한미 동맹의 갈등과 협력 패턴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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