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전통일연구원 원장/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미국의 중간선거(11월6일)와 북한의 비핵화 조치 일정의 지연으로 인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내년 초에 개최될 예정이라고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했다. 지난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제1차 북미정상회담이 70년간 북미간 적대정책을 청산하는 계기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북미 양 정상이 공동선언에 합의했다. 그 후 거의 5개월 동안 비핵화 후속조치에 대한 북미간 협의를 해 오고 있지만 북미가 합의는 이루지 못하고 아직도 표류 하고 있다. 본 칼럼에서 북미간 합의하지 못한 핵심 쟁점이 무엇이고 제2차 정상회담에서 합의할 핵심쟁점을 논의하고 전망하고자 함이 기본목적이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제4차 평양방문의 결실은?

싱가포르 제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후속조치에 대한 북미간 협상이 부진하였다. 지난 10월7일 평양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5시간30분 동안 논의했다. 당일치기 방북을 마친 폼페이오 장관은 7일 저녁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해 방북 결과를 설명하였고 문 대통령의 적극적인 “가교역할”에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그 다음날 8일에 베이징으로 떠나기 전에 폼페이오 장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제 핵 사찰단의 방북을 허용할 준비가 됐다고 공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이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국제 사찰단이 두 곳을 사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허용한 지역에 검증을 위해 국제원자력 기구 (IAEA) 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가 유력한 국제검증기관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베이징에서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 부장을 만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면담 결과를 설명하고 북핵문제 협조를 구하기 위해 방문한 폼페이오 장관에게 왕이 외교부장이 면전에서 미중 무역갈등 관계 회복을 위해 미국이 '잘못된 행위'를 멈추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고 알려졌다. 특히 왕이 부장은 안정적인 미중 관계가 북핵 문제를 포함한 국제문제 협력의 기본 바탕이라고 강조하였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미중 공조가 기본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왕이 외교부장의 차가운 태도는 비핵화 진전에 도움이 안 되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0월9일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라는 최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길이 이제 보인다고 낙관적인 견해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에서 (비핵화를 향한) ‘진정한 진전(real progress)’을 이루는 여정은 “아직도 갈 길이 멀고 할 일은 많다”고 말했다. 이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북한의 반응은 더 고무적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에서 폼페이오 장관에게 조만간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 관한 훌륭한 계획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예정된 2차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반드시 큰 전진이 이룩될 것이라는 의지와 확신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 두 사람은 2차 북미정상회담의 개최와 관련해 진지한 토의를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보도했다.

그러나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어디서 언제 열릴 지는 아직도 결정되지 않았다. 북미 정상회담 성사는 북미간 비핵화 협상의 진전이 선결조건이다. 김 위원장은 풍계리 핵시설 폐기와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폐기에 대한 국제 참관과 영변 핵시설에 대한 조건부 폐쇄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향후 취해야 할 비핵화 조치들과 이에 대해 미국의 ‘상응조치’가 동시에 논의가 된다면 북한이 주장해온 단계적, 동시행동 원칙을 미국이 마침내 수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북미간 단계적. 동시행동 원칙에 합의가 이뤄진다면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은 김정은 위원장이 약속한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 완전한 비핵화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비핵화를 조급하게 진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첫 임기 내 2021년 1월까지 비핵화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반기면서도 '시간 게임'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제한된 시간에 쫓겨 불리한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북미간 풀어야 할 핵심쟁점은?

아직도 평양과 워싱턴이 합의하지 못한 핵심 쟁점은 양측이 합의할 수 있는 ‘상응조치’들이 무엇인지를 11월 초에 개최되는 북미고위급 회담과 비건-최선희 간 실무접촉에서 합의를 이뤄야 한다.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에서도 그는 김 위원장과 5시간 30분간 싱가포르 북미공동선언의 진전을 논의했다고만 밝혔다. 김정은과의 면담에서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단독으로 배석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그동안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였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빠지고 김정은의 여동생이며 최측근인 김여정만 배석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북미간 협상의 가장 큰 관심사는 비핵화와 종전선언과 관련하여 '빅딜'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는지 여부다.

또 한 가지 창의적인 제안은 핵 리스트 신고를 미루고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선언을 맞교환 하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구상이 논의되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미국이 풍계리 핵 실험장과 동창리 엔진 시험장 폐기 현장을 참관단의 방문 합의는 미국이 당장 전면적인 핵 리스트 신고를 고수하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향후 북한이 추가로 제공할 인센티브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이동식 미사일 발사 차량 폐기가 될 것으로 추측 보도되었다. 이 같은 조치가 이뤄질 경우 미국의 상응조치는 북미 수교 협상과 개성공단 재개와 금강산 관광이나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 같은 조치를 취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북한이 제안해온 종전선언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필요조건이란 데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북한은 핵·미사일 발사시험 중단과 풍계리 핵 실험장 폐쇄에 이어 동창리 엔진시험장 폐기까지 약속했으나 종전선언에 대해 미국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불만을 표시해 왔다. 미국은 좀더 확실한 비핵화 조치 없이 종전선언을 하긴 힘들다는 입장이었다.

답보상태였던 종전 선언과 비핵화 협상은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으로 해소 국면을 맞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4차 방북을 계기로 북한 비핵화 협상에 "중대한 진전"을 이뤘으며 김정은 위원장이 북핵 사찰단 방문을 허용 등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이 취할 상응 조치에 관해서도 논의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상응조치가 무엇인지 알려지지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이후 미중남북 4자간 종전선언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의 방북 직후 서울과 베이징을 방문하여 북미간에 종전선언 문제를 논의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종전선언 문제가 2차 북미정상회담의 핵심 이슈 중 하나가 될 것이며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이나 남북미중 4자 정상회담이 개최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싱가포르 기자회견(8.2)을 자청하여 중국의 종전선언 참여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있으며, 이와 관련, 노영민 주중 대사는 10월8일 베이징대사관에서 취임 1주년 기념 특파원 간담회에서 종전선언에 관한 중국 입장에 대해 "(4·27) 판문점 선언에서도 3자 또는 4자라는 표현을 썼다"면서 "중국은 현 단계에서 종전선언에 참여하고 한반도 평화체제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며, 그 부분에 대해 당사국들이 반대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북한의 ‘단계적 동시 행동’ 원칙을 미국이 수용할까?

단계적 동시행동 원칙은 북미가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서로가 원하는 조치를 동시에 맞교환 하는 방식의 협상 방식을 의미한다. 북한은 북핵 협상에서 이 원칙을 처음부터 고집하였고 미국은 반대하여 왔다.  그러나 이제는 미국이 이 원칙을 수용하는 것같이 보인다. 미국이 주장해 온 '선(先) 비핵화 조치 후 검증에 따른 종전선언 혹은 대북 제재 완화'보다는 북한이 주장해 온 '비핵화 조치와 관계 개선 조치의 동시 교환'에 더 방점이 찍힌 셈이다. 북미가 풍계리와 동창리 지역에 국제사찰단의 검증에 합의한 것은 미국이 ‘단계적 동시행동 원칙’을 부분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 6월 13일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두 정상이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비핵화를 이룩해 나가는 과정에서 단계별, 동시행동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대해 인식을 같이 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지난달 29일 제73차 유엔 총회 일반 토의 연설에서 "조선반도 비핵화도 신뢰 조성에 기본을 두고 평화체제 구축과 동시행동 원칙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단계적으로 실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언급하며 북핵 문제 협상에서 오랫동안 고수해 온 입장을 주장했다.

북한이 요구해 온 단계적 동시행동 원칙의 대전제는 '신뢰 구축'이다. 북한은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의 해체와 풍계리 핵실험장의 폐쇄가 대미 신뢰 구축 조치라고 주장하며 미국과 '관계 개선과 신뢰 구축'을 위해 종전선언과 대북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전개해 왔다. 더욱이 북한은 과거의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 핵 신고, 사찰, 검증과 폐기 순서보다 북한이 먼저 폐기한 후에 사찰과 검증을 받은 순서로 비핵화가 진전된다면, 즉 단계적 동시행동 원칙이 오랫동안 북미간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상호 신뢰구축의 초석이 된다는 입장이다.

한편, 미국의 입장은 북한주장과는 다르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6월 14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먼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룬 뒤에 제재를 늦추게 될 것"이라며 북한의 주장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이 같은 북미의 입장 차이는 현재까지 팽팽하게 맞섰다. 향후 북미가 협상과정에서 미국이 북한의 단계적 동시행동 원칙을 수용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현시점에서 미국이 북한의 접근 방식을 전면 수용한다는 것은 부담이다. 미국은 북한이 비밀 시설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두고 기만책이라고 주장하며 압박을 가해 왔는데, 단계적 동시행동 원칙을 수용할 경우 향후 북한이 비밀 핵시설을 협상 카드로 삼아 ‘단계적’으로 공개하며 미국에 '동시행동'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미 행정부가 쉽게 수용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북미 양측이 북핵 해법에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단계적 동시행동 원칙은 이론적으로 북미간 상호 양보와 타협으로 고통스러운 협상 끝에 타결점을 모색한다면 양측이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상호이익이 될 것이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될 때까지 북미 고위급회담과 북미 실무회담에서 협상에 성공하려면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첩첩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다시 한 번 북미 양 최고 지도자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상호 양보와 타협 없이 한반도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이룰 수 없음을 강조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최근 한미 간 비핵화 해법을 놓고 이견을 노출하였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비핵화를 촉진하고자 하는 문재인 정부의 '촉진론'과 남북관계를 비핵화 진전과 연계해야 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연계론'과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어 공고한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길까 염려스럽다.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이 한미 양측의 전략적 목표이다. 이러한 공동목표 달성을 위해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겨서는 안 된다. 한미 양측은 한 목소리로 함께 북한을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바른길로 유도해 내어야 할 것을 촉구한다.
 

 

한국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원 석사, 미국 Claremont Graduate University 국제관계학 박사. 미국 Eastern Kentucky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전 통일연구원 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켄터키대 명예교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등, 글로벌평화재단이 수여하는 혁신학술연구분야 평화상 수상(2012). 31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250편 이상 출판; 주요저서: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공저: 『한반도 평화체제의 모색』 등; 영문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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