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일순 / 6.15산악회 회원

▲ 단풍 아래에서.[사진제공-6.15산악회]

새벽 6시 30분, 일어날까? 계속 잘까? 이불 끝자락을 붙잡고 잠시 망설였다.

따뜻한 이불속을 떨칠 수 있었던 건 이번 산행의 의미는 남달랐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신혼생활 시작하고 남편 직장을 이유로 용인으로 이사온 지 어언 20여년이 되었다. 서울 진입까지 두 시간여 소요된다는 핑계로 산악회와는 멀어졌다.

경기 이남 근처의 산행이 있으면 혹 참가해 볼 의향이 있었지만 그도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내년 봄 즈음에 8년여에 걸친 주말부부를 청산하고 대구로 이사할 예정이다. 이것을 계기로 쉽게 올라 오기 쉽지 않은 서울 주변 산을 둘러보기로 했다.

산악회 총무에게 사전 연락도 없이 그저 나섰다. 일요일이라 대중교통도 뜸하고 시간 맞추기가 어려웠다. 무작정 나서서 산행 중 만나면 다행이고 아니면 말고 하는 맘으로 …내

내 기억으로 15년 만에 오는 도봉산은 입구부터가 너무도 많이 변해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내딛는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만남의 광장 데크에 역시나 산악회 회원들이 보였다.

연락도 없이 나타난 나를 모두가 무척이나 반겨 주었다.

날씨가 이리도 좋으니 나서지 않고 베길 수가 없다는 듯 정말 많은 사람들이 도봉산으로 모여 들고 있었다.

얼마나 설레고 발걸음이 가볍던지요.

▲ 멋지게 암벽을 타는 김래곤 회원. [사진제공-6.15산악회]

이번 도봉산 산행코스는 입구에 들어서서 바로 왼편으로 돌아 능선을 따라 우이암을 찍고 우이동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었다.

그나마 한적한 코스를 따라 권오헌 샘과 양희철 샘 박희성 선생님이 선두로 나서시고 난 그 뒤를 따랐다.

6.15 합창단 단원들과 함께 하니 역시나 흥이 넘치신다.

도봉산은 단풍으로 물들고 있었고 산행하는 사람들로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한참을 오르다 보니 오른편으로 우뚝 솟은 암벽이 보인다. 바로 신선대 자운봉 주봉 그 옆으로 오봉이 자리하고 있다.

올봄 5월 설악산 울산바위 산행라 이후 게으름에 대한 생각을 하고 거의 매일 뒷산을 올라서인지 힘에 부치지도 않고 거의 날아다니는 수준으로 산을 올랐다.

중간에 잠깐 막걸리를 나눠 마셨는데 준비해오신 꼬막 안주는 최고였다. 참고로 산 입구에선 국립공원 음주산행 금지 홍보와 가상 체험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소의 귀 모양을 닮아 이름지어진 우이암 .

암벽을 오르는 클라이머들이 보인다.

따로 우뚝 솟아있는 우이암은 바라보기만 할 뿐 오를 수는 없었다

산림보호와 복구를 위해 예전 길들이 통제되고 있어 우린 원통사 뒷편 공터에서 점심을 먹었다.

김치전을 준비해 오신 분 할머니 제사음식을 챙겨오신 분 밤도 함께 쪄서 가져오셔서 넉넉한 점심을 함께 했다.

역시 산행에서 먹는 점심은 꿀맛이다. 산행을 즐기는 이유 중에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이다.

나는 초입에서 김밥을 사가서 권오헌 샘의 찰지고 맛난 밥을 함께 먹었다.

6.15합창단 친정엄마의 김장김치는 단연 으뜸이었다.

▲ 원통사에서. [사진제공-6.15산악회]
▲ 우이암이 보이는 원통사에 선 건각들. [사진제공-6.15산악회]

식사 후 보수중인 원통사를 둘러보고 원통사 바로 뒤 암벽이 우이암이라 그것을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었다.

내려오다 산상 강연과 산상 음악회와 시 낭송까지 가을 산행의 완결판이었다.

재주 많은 이들과 함께하는 산행이다 보니 들을 거리 즐길 거리가 많다.

6.15산악회의 백미는 권오헌 샘의 산상 강연이다. 올 여름 폭염에 건강을 꿋꿋하게 지켜내시고 산행에 함께 하신 모습은 정말 존경스럽다.

북한의 자주적 체제 독립을 보장할 수 있는 핵보유는 최소한의 무장임을 안다.

일상에서 느끼는 나태함에 통일 운동을 몸소 실천하시는 선생님들과 회원들을 만나 애기하며 다시 한 번 다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대구 이사 예정까지 6개월의 시간이 있다. 그동안 서울 주변 산행을 꾸준히 해 나갈 것이다. 따로 시간 내느니 6.15산악회와 함께하는 산행을 활용하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평소 열심히 뒷산을 오르고 한달에 한 번씩 꽤 높은 산을 오르면 제격일 것이다. 자주 통일 역군이신 선생님들의 건강하신 모습을 곁에서 뵐 수 있고 얘기 듣고 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산행이다. 

다음 달 산행을 기대하며 모두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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