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 교황궁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한국 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이같이 격려했습니다. 특히, 교황은 문 대통령으로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전달받고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 정책을 지지하고 또 사실상 북한 방문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판단됩니다. 마침 교황청은 문 대통령과 교황 간 만남 후, 공식발표를 통해 “교황과 문 대통령이 한반도 긴장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유용한’ 노력을 공동으로 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혀, 교황의 방북을 기정사실화했습니다.

교황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지지’, ‘방북 의사 표명’ 등의 발언을 보면 교황이 한반도 문제에 관심이 많고 또 매우 정통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교황은 올해에만도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6.12 북미정상회담 등을 앞두고, 주요 고비마다 거의 10번 가량 ‘한반도 평화’를 언급했다고 합니다. 지난 2014년 8월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미 한국 문제와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면모를 보여준 바 있습니다.

당시 교황은 한국사회에서 갈등이 집약된 약자들인 세월호 유족을 비롯해 일본군‘위안부’ 할머니,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제주 강정마을 주민, 송전탑 반대 밀양 주민, 용산 참사 피해자들을 만나 위로했습니다. 교황은 이번 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도 당시를 회고하며 “위안부 할머니들이 미사 때 맨 앞에 앉아 있던 걸 난 기억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암울하던 박근혜 정부 시절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한줄기 희망의 빛이었습니다.

나아가, 교황은 방한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시종일관 한반도 평화와 남북 화해를 위해 여러 형태로 메시지를 날렸습니다. 첫날 공항에서 “한반도 평화를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왔다”고 울렸으며, 특히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남북한은 자매처럼 같은 언어를 쓴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어머니가 같다는 말”이라고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민족의 몇 가지 징표 중 핏줄과 언어는 핵심입니다. 남북을 향해 ‘어머니’, ‘자매’ 그리고 ‘같은 언어’라고 표현한 것은 남북이 핏줄과 언어가 같은 ‘하나의 민족’임을 강조한 것입니다.

이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이 가시권에 들어왔습니다. 북측에는 조선종교인협의회가 있는데, 여기에는 △조선가톨릭교협회,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조선불교도연맹 △조선천도교회 중앙지도위원회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가톨릭과 관련, 장충성당이 있지만 교황청이 인정한 사제는 상주하지 않고 신자가 800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남북 민간교류가 한창이던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방북한 남측 가톨릭 사제나 신자들이 북측 신자들과 장충성당에서 미사를 올리는 광경들을 종종 보아왔습니다.

교황의 방북 소식은 한반도 평화에서 최대 난관인 북미회담에 긍정적 도움을 줄 것이며, 예상컨대 내년 초 성사된다면 이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불가역적인 단계에 진입했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던지는 게 될 것입니다. 향후 제2차 북미정상회담,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그리고 교황의 방북 등 가슴 설레는 사건들이 벌어집니다. 교황의 말대로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를 엄수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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