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문제의 해결 주체인 남북미 3국의 관계에 최근 일정 변화가 오고 있어 주목된다. 실질적인 냉전 해체의 기운이다. 냉전체제는 이미 지난 세기 말 세계사적 차원에서 해체됐지만, 한반도만은 무슨 성역처럼 ‘냉전의 마지막 섬’으로 남아 있었다.

알다시피 한반도의 평화 문제와 통일 문제를 놓고 남북미 세 나라가 70여 년을 각축해 왔다. 주요하게 남과 북은 통일 문제를 놓고 주도권을 잡으려는 길항(拮抗)관계를 유지해 왔고, 북한과 미국은 평화 문제, 정확하게는 화전(和戰) 문제를 놓고 불구대천의 원수로 다퉈왔다. 그런데 올해 들어 한반도에 불기 시작한 화해와 대화의 바람이 이러한 어두운 분위기를 일신하고 있다.

먼저, 변화는 남북이 주도했다. 올해에만 남과 북은 세 차례 정상회담을 치르면서 역대급 관계를 구가하고 있다. 남북은 민족화해에서 민족공조 단계로 급성장했고, 이에 근거해 북미관계를 견인(?)할 정도로 밀착돼 있다. 남과 북은 판문점공동선언과 9월평양공동선언에서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을 세계에 알렸다.

이어 북미관계가 급변하고 있다. ‘김정은-트럼프’ 두 지도자가 정상회담을 갖는 천지개벽할 일이 일어났다. 그리고 6.12북미공동성명에서 양국은 ‘새로운 관계 수립’에 합의했다. 이는 과거 관계와의 단절을 의미한다. 과거 관계는 적대적 관계이자 약육강식의 관계를 의미하고, 새로운 관계란 평등한 관계를 뜻한다.

물론 새로운 관계 수립은 쉽지 않았다. 1차 북미정상회담 직후 삐꺽거리던 양국관계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으로 일단 순항으로 접어들었다. ‘새로운 관계 수립’을 향한 실무회담과 2차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김정은-트럼프’ 두 지도자는 마치 밀월관계에 있는 듯하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언급하며 “우린 사랑에 빠졌다”(We fell in love)고 고백했다.

이처럼 한반도 문제의 세 축들 중에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유독 한미관계만은 요지부동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강경화 외교장관의 ‘5.24조치 해제 검토’ 발언과 관련 ‘한국은 미국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기존 시각이 여과 없이 드러난 것이다.

이제 미국의 한국에 대한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 한반도의 지형이 바뀌고 있고 남북관계도 바뀌고 있다. 미국은 남과 북이 예전처럼 각각 단신(單身)이 아니라 상호 의지하고 협력하는 공동체(共同體)임을 인정해야 한다. 미국은 대북 관계 변화처럼 한국과도 ‘새로운 관계 수립’으로 나가야 한다.

아울러 한국도 사실상 수직적 관계였던 한미동맹에서 벗어나 수평적 관계로 탈바꿈하기 위한 용트림을 해 자존감을 지켜야 한다. 대체 주권국가에 대해 ‘승인’ 운운 하는 말이 어떻게 나올 수 있는가? 이는 3국의 관계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고착돼 있거나 가장 잘못된 부분, 즉 한미관계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한반도 변화에 따라 탈냉전이 가속화되면서 남북미 세 나라의 관계도 격변 중이다. 남북과 북미는 각각 새로운 관계 수립을 위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있다. 변화해야 할 시대에 변하지 않는다면 그 누구든 도태될 것이다. 새 시대를 맞아 기형적인 한미관계도 정상화 과정을 거쳐 새로운 관계 수립으로 전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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