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평양에서는 문재인 정부 들어 세 번째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남북미 간의 군사적 긴장과 적대 관계 해소에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려고 한다”고 밝혔다. 평양으로 출발하기 바로 전날에는 “제가 얻고자 하는 것은 평화, 그야말로 불가역적이고 항구적인 평화”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바라마지 않는 문 대통령의 말이 실현되려면 남북관계나 북미관계 이전에 남한의 현실부터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힘을 통한 평화’가 진정 평화를 가져다줄까

 먼저,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며칠 앞둔 지난 14일, 우리나라 최초로 건조된 3,000톤급 차기 잠수함 『도산안창호함(KSS-Ⅲ)』 진수식 축사에서 “‘힘을 통한 평화’는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흔들림 없는 안보전략”이라며 “강한 군, 강한 국방력이 함께해야 평화로 가는, 우리의 길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팍스 로마나’, ‘팍스 아메리카나’를 연상시키는 이 말은 사실은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내세웠던 주장을 그대로 복사한 것이다. ‘힘을 통한 평화’란 구호 자체가 군사력으로 상대를 억눌러 전쟁을 방지하겠다는 호전적이고 패권적인 말이다. 더욱이 ‘힘을 통한 평화’의 상대방은 사실상 북한 밖에 없다는 점에서 반북 대결적 발언이다. 북한은 이에 위협을 느껴 대응책을 강구하지 않을까. 군사력 밀집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한반도에 과연 평화가 있었던가. 이런 점에서 ‘힘을 통한 평화’가 실패한 대표적 사례가 바로 한반도 아닌가.

 이 같은 반북 대결적이고 호전적인 발언이 문재인 대통령의 입에서, 그것도 남북 정상회담을 며칠 앞둔 시점에 나왔다는 것은 가히 충격적이다. 이는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 국방부의 인식이 반북 대결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한반도 평화를 이끌고 있는 문 대통령이 반북 대결적 인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이 모순적 상황은 크게 당황스러운 것이다. 이런 시대착오적이고 자가당착적 인식을 탈각하지 못하면 앞으로 남북관계는 심각한 곡절을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대북 공격적 군사전략 추구

 문제는 인식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국방정책의 방향을 보여주는 ‘국방개혁 2.0’은 이 같은 위험천만한 인식을 고스란히 각 분야의 정책으로 담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북 공격적 군사전략과 작전계획, 선제공격전력 구축을 노골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국방부는 북핵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맞춤형 억제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북핵 미사일 위협을 사용위협단계, 사용임박단계, 사용단계로 나누어 맞춤식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 전략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용임박단계, 즉 북의 핵미사일 발사 징후만 보여도 선제타격한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선제타격을 구체화하기 위해 이른바 ‘4D(탐지, 교란, 파괴, 방어) 작전개념’을 도입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한국형 3축체계(Kill-Chain, KAMD, KMPR)’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형 3축체계란 북의 핵미사일의 발사 징후가 보이면 킬체인( 탐지-식별-결심-타격)을 통해 선제타격하고, 선제타격에도 살아남은 북의 미사일 공격을 한국형 미사일방어체제(KAMD)로 막아내고, 북의 핵공격 시 대대적인 무력을 동원하여 북한 수뇌부 등 핵심시설을 초토화한다는 것이다.

 남북 간의 군사적 불신과 대결, 군비경쟁을 불러올 이 같은 대북 공격적 군사전략은 전쟁을 금지하고 있는 유엔헌장 2조 4항 위반이며,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평화적 통일을 천명한 헌법 위반이다.

 2019년 국방예산 증가율, 박근혜 정부의 2배

 대북 공격적 군사력 구축에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국방부는 '국방개혁 2.0'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향후 5년간(19~23년) 270.7조 원(연간 54.1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며 이를 확보하려면 국방비의 연평균 증가율이 7.5%가 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 중 방위력개선비(무기도입비)를 2019~2023년 사이 94.1조원으로 추정한다. 3축 체계 구축에 소요되는 예산이 57조원이기 때문에 무려 방위력개선비의 60%가 3축 체계 구축에 쓰이는 셈이다.

 2019년 정부 국방예산의 경우, 무려 8.2%나 증액 편성되었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국방예산 평균 증가율 5.2%, 박근혜 정부의 국방예산 평균 증가율 4.1%의 2배가량이나 되는 증가율이다.

 이 중, 군사력 건설에 투입되는 방위력개선비의 경우 전년 대비 13.7% 늘어난 15조3733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이는 2010년부터 2017년까지의 평균 증가율 4.4%의 3배가 넘으며, 국방비 중 방위력개선비의 비중도 32.9%로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방위력 개선비 중에서는 킬체인과 미사일방어, 대량응징보복 등 ‘3축체계’ 구축을 위한 예산이 16.4% 증가한 5조0785억원으로 짜였다. 군 정찰위성 개발과 F-35A 도입, 철매-Ⅱ 성능개량형 미사일 확보 등에 쓰일 예산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감소한 것과 관계없이 미래 잠재적 위협에 대응할 능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이는 ‘힘을 통한 평화’ 노선의 필연적 귀결이다. 더 많은 예산을 들여 더 많은 무기를 사서 북을 힘(군사력)으로 제압하겠다는. ㅠㅠ

 문재인 정부의 국방정책은 판문점 선언 전면 부정

 역사적인 4.27 판문점 선언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었음을 8천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하였다. 또한 “남과 북은 한반도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해 나가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고 서로의 군사적 신뢰가 실질적으로 구축되는 데 따라 단계적으로 군축을 실현”해 나가기로 하였다.

 그러나 위에서 본 문재인 정부의 국방정책은 판문점 선언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다. ‘힘을 통한 평화’는 ‘새로운 평화의 시대’ 정신과 배치되고, 대북 공격적 군사전략은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국방비, 특히 방위력개선비의 대폭 증액은 단계적 군축에 역행한다.

 4.27 판문점 선언과 ‘국방개혁 2.0’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공세적 국방정책은 결코 양립할 수 없다.

 발상의 대전환을

 문재인 대통령이 진정으로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과 적대 관계 해소”를 바란다면, 정말로 “불가역적이고 항구적인 평화”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힘을 통한 평화’에서 ‘신뢰를 통한 평화’로 발상을 대전환해야 한다. 이것이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의 정신이 아니던가.

 이와 관련하여, 문재인 대통령도 알고 있을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의 가장 유명한 대목 한 자락을 상기해 보는 것이 발상의 대전환에 도움이 될 듯하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이번 평양 남북 정상회담이 새로운 평화의 시대에 역행하는 대북 공격적 군사전략을 포기하고 한반도의 군사적 신뢰구축과 군축의 획기적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전 애국크리스챤청년연합 부의장

전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사무처장
전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사무처장
전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 정책위원장
전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미군문제팀장

평화.통일연구소 연구위원
대전충청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상임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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