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2박3일간의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 방북 길에 오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는 4월 27일과 5월 26일에 이은 세 번째 회담이며, 평양행으로는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역시 세 번째입니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어떻게 맞이하고, 문 대통령은 북녘 땅 어디를 방문할까? 특히 두 정상 간에 무슨 얘기를 나누고 어떤 합의가 나올까? 등등 궁금한 게 많습니다. 이들 궁금한 것들은 시일이 지나면 자연스레 알게 될 것이므로 일단 제쳐두기로 하고, 당장 대통령 평양행에 누가 동행하게 되는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마침 ‘2018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6일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하는 “공식수행원 14명, 특별수행원 52명, 일반수행원 91명, 그리고 기자단까지 포함해서 200명 규모로 구성했다”고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관심을 갖는 특별수행원 52명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시민사회 등 각계각층 인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눈에 띄는 몇몇 특별수행원만 살펴봅시다.

먼저, 특별수행원에는 정당 대표로 이해찬 민주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포함됐습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대표는 빠졌습니다. 자연스럽게 ‘민족화해세력’과 ‘민족대결세력’ 사이의 계선이 그어지는 것 같습니다. 정당 대표 특별수행원은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면담할 계획이 있다고 하니, 사상 최초로 남북 국회 회담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특히, 주목을 끄는 수행원은 경제계 인사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입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뇌물제공 혐의로 1·2심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대법원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상식적으로 1·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대법원에서 재판 진행 중이라면 빠져야 할 텐데 들어가 있다는 게 영 미덥지 않습니다.

이에 임 비서실장이 “정상회담 때마다 대기업 대표가 방문했다”며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서는 저는 재판은 재판대로 엄격하게 진행될 것이고, 또 일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하는데, 두둔하는 것도 서투르고 논리마저 엉성합니다.

이번 특별수행원 명단 52명 중 경제계 인사가 ⅓인 17명으로 채워져 있기에, 이 같은 비중은 정부가 최근 남측의 경제 상황을 의식하고 또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필경 논의될 남북 경협 활성화를 대비한 인선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평화가 경제이고, 경제가 평화”라는 문 대통령의 수차례에 걸친 언명도 상기됩니다. 그래도 ‘반 이상 범죄자’인 이 부회장의 동행은 옥에 티가 될 것입니다. 어떤 경우라도 특별수행원 자리가 범죄자의 은신처가 되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원로자문단과 학계에서는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명예이사장,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그리고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 등이 포함됐습니다. 임동원 명예이사장과 백낙청 명예교수는 이 나라의 당국과 민간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남북관계 전문가이기에 자문 그 이상의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2000년과 2007년에 이어 세 번째 방북하게 되는 문정인 특보는 남북정상회담사의 산 증인으로 되며, 이 같은 풍부한 체험은 향후 대통령 특보로서의 역할에 날개를 달 것으로 판단됩니다.

노동계 대표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양대 노총 위원장으로는 처음으로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 동행하는 것도 의미 있습니다. 17명이나 되는 경제계 인사들에 따른 구색 맞추기가 아니라, 소수이지만 ‘1000만 노동자’ 대표로서의 책무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남북관계가 단절되었을 때 경제계는 손 놓고 있었지만 노동계가 나서 물꼬를 튼 선도적 역할을 상기한다면 오히려 이번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서의 평양행은 늦은 감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특별수행원 면면을 보면 대개가 이 나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시민사회 등 각계각층에서 주옥같은 인사들입니다. 주마가편이라고, 순항하는 남북관계가 더 속도를 내게끔 소임을 다해, 특별수행원 모두가 평화와 통일의 전령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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