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 대북 특사단이 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남과 북은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남북 정상회담 개최 이전 개소 등에 합의를 하고,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이들 합의나 재확인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올해 초부터 진행된 한반도 정세, 특히 북미관계에 대한 김 위원장의 심경입니다. 때로 심경 토로는 주의·주장보다 더 절실하고 호소력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마침 김 위원장은 남측 특사단과 100여분간 면담한 자리에서 현안과 관련해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심경을 털어놓았습니다. 정치인이나 지도자는 통상 자신의 심경을 공개적으로 토로하지 않기에 다소 놀랍기도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김정은 위원장과 면담하고 돌아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 실장의 6일 방북 결과 브리핑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관련 비핵화 의지를 여러 차례 분명하게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가 의문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는 것입니다.

즉, 북측이 비핵화에 필요한 선제적 조치들로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해체 등을 자발적으로 했지만, 이러한 조치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가 좀 인색한 데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심경 토로는 곧바로 6.12북미공동성명을 지탱하는 두 가지 원칙, 즉 북미간 신뢰구축과 동시행동에 이상이 생겼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훼손된(?) 이 두 가지 원칙을 부정적으로 노출하기보다는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김 위원장의 집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먼저, 김 위원장은 신뢰구축 문제와 관련 역설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신뢰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아울러 “자신의 참모는 물론이고 그 누구에게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는 것입니다. 즉, “최근 북미 간 협상에 다소 어려움은 있지만 그럴 때일수록 자신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또한, 김 위원장은 동시행동 문제와 관련 “북한은 동시행동 원칙이 준수된다면 좀 더 적극적인 비핵화 조치들을 취할 용의와 의지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합니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따른 상응 조치를 취해 동시행동 원칙이 준수될 경우 북한의 비핵화도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김 위원장의 심경 토로의 메시지는 이제까지 북한의 선제적인 비핵화 조치에 미국이 발맞춰 동시행동을 하지 않았기에 양국간 신뢰구축이 형성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여전히 강하기에 지금이라도 미국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달라는 것입니다. 흔히 쓰는 표현으로 공을 미국 측에 넘긴 것입니다. 분명 그 공은 종전선언일 것입니다.

남북 정상회담 개최 일정 합의로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2박3일간 평양을 방문하게 됩니다. 어쨌든 남북관계는 돌아갈 것입니다. 문제는 북미관계입니다. 마침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넘긴 공을 받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신뢰 발언에 대해 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에게 감사하다”면서 “우리는 (비핵화를) 함께 해낼 것이다!”라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무산으로 덜커덕거렸던 북미관계가 정상화될지 주목됩니다. 신뢰구축에도 굴곡이 있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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