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화 / 종주대원

일시 : 2018년 7월 22일(토요무박 산행)
구간 : 하늘재~포암산~꼭두바위봉~부리기재~박마을
거리 : 15.43km
시간 : 12시간 36분(점심 및 휴식시간, 알바 30분 포함)
인원 : 11명

 

▲ 백두대간 31구간 산행 중에 만난 모습.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찜통더위가 일주일째 계속이다. 이화령 백화산 숲길을 걸으면서 맛본 짜릿한 산바람이 그립다. 이번 산행은 오랜만에 무박산행이다, 한낮 땡볕도 피하고 안전한 하산을 위해서.

지난 여름 무더위에 지쳐 힘들게 걸었던 덕유산의 기억이 떠올라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이번 구간은 초입 약간의 경사로가 힘들긴 하지만 나머지는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다는 산행정보를 보고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얼음물, 얼린수박, 파인애플 등 더위에 지치지 않도록 단단히 준비하고 집을 나선다.

포암산 - 쏟아지는 별과 은하수 물결

▲들머리 하늘재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사당역을 출발한 버스는 새벽 2시가 조금 넘어 하늘재에 도착했다. 각자 간단한 몸풀기를 하고 바로 산을 오른다. 2시 산행시작은 30회를 지나는 동안 가장 이른 시간이다. 또 하나의 기록이다.

포암산 정상까지는 1.6키로 오르막이다. 걷기 시작한지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숨이 턱 막히고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바람 한 점 없이 푹푹 찌는 무더위에 금세 지친다.

조금 더 오르니 하늘샘이 나타났다. 목이라도 축이려 보니 식수 부적합이란다. 아쉽지만 어쩌랴. 랜턴 불빛에 달려드는 날벌레와 사투를 벌이며 오르는데 뒤에서 “천천히 천천히”를 외친다. 더위에 취약한 대원들, 급경사에 돌길이라 힘에 부치는 듯 숨소리가 거칠다.

산행정보에 의하면 포암산까지 약간의 경사라 했는데 배신당했단다. 이지련 단장님께서 ‘보이는 건 없고 무더위에 지쳐서 급경사처럼 느끼는 것이지 사실 약간의 경사가 맞다’고 응수한다. 약간의 경사, 급경사니 티격태격하며 걷는다. 숨은 가빠왔지만 그 모습은 정겨워 보인다.

▲ 새벽산행 중 힘들게 올라온 포암산 정상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돌길을 지나고 계단을 오르니 곧 포암산 정상이다. 잠시 숨을 고르고 쳐다본 하늘. 쏟아지는 별과 은하수 물결.  황홀한 광경, 야간산행이 주는 행운이다.

포암산은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과 경북 문경시 문경읍에 걸쳐져 있는 산으로 높이는 962미터이다. 옛날에는 이 산을 베바우산이라 하였는데 이는 반듯한 암벽이 키대로 늘어서 있어 거대한 베조각을 베어 붙여놓은 듯 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무더운 날씨 탓에 대원들 누구도 정상에서 정상주를 찾지 않는다. 대신 얼린 황도, 얼음물로 기력을 보충한다.

별하나에 사랑과 / 별하나에 추억과......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을 읊조리며 더위를 잊으려 애쓰며 걷는다.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 산행에는 염분을 보충해야 탈진을 막을 수 있다며 유병창 대원이 정제염을 나누어준다. 그 동안 빈자리가 컸었는데 오랜만에 함께하는 산행, 역시 준비된 대원이다.

마골치까지 가는 길은 대체로 편안한 길이나 포암산을 힘들게 오르며 체력을 소진해서인지 대원들 연신 얼음물을 들이키며, 쉬다 걷다를 반복한다. 새벽 어둠을 뚫고 여명이 밝아온다. 밤사이 활개치던 날벌레도 자취를 감춰갔다. 1시간 20분 정도 가니 마골치 만수봉 갈림길이 나왔다.

잠시 쉬며 숨을 고르고 대오를 정비하여 부리기재를 향해 걷는다.

돌무지 삼거리에서 아침 그리고 잠깐의 단잠

2시부터 시작해 4시간여를 왔으니 허기질 만도 한데 오늘따라 밥먹자는 말 대신 물마시자는 말만 나온다. 그래도 때를 거를 수는 없다. 돌무덤이 있는 삼거리에 자리를 깔았다. 각자 도시락을 꺼낸다.

엄마의 아들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여현수 대원의 도시락이 맛깔스럽다. 시원한 막걸리도 한잔씩 돌린다. 입맛 대신 밥맛으로 아침을 먹고는 또 얼음물이다. 그리고 10분간의 단잠. 피로도 풀고 더위도 잠시 잊고.

▲ 맛난 아침식사.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아침식사 후 잠깐 눈을 붙이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배낭을 챙겨 메고 다음 봉우리를 향해 간다. 피하고 싶은 해가 숲속 나뭇가지 사이로 떠오르고 있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걷는다. 밧줄을 통과하고, 짧은 내리막, 다시 지루한 오르막을 오른다. 산등성이를 지나도 골짜기를 지나도 바람은 없고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다. 얼마를 더 가야 하나. 이제는 기진맥진해서 돌멩이와 나무뿌리에 발이 걸리기를 반복한다.

▲ 밧줄 타고 내려오기.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너덜에서 월악 영봉을 보며 꿀 같은 휴식을 취하다.

등로를 벗어나 왼쪽으로 들어가니 산등성이 너덜이다. 서늘한 너덜에 앉아 얼음수박, 황도, 오이, 스포츠음료를 마시니 서서히 땀이 식는다. 멀리 월악 영봉이 우뚝 솟아 있다. 너덜쉼터, 더위에 지친 자들에게 내주는 자연의 배려가 경이롭고 놀랍다.

▲ 산행길에 만난 원추리꽃.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잠깐의 휴식이 아쉽지만 12시 전에 하산하려면 갈길이 바쁘다. 오늘 산행의 최고봉 1063봉까지는 약간의 오르내림이 있지만 대체로 평탄하다. 등로 옆 샛노란 원추리꽃이 지루함을 달래준다.

삼각점 도착. 여기가 오늘 산행에서 가장 높은 1063봉이다. 우측으로 멀리 포암산과 오늘 걸어온 능선들이 보인다. 남은 초콜릿. 사탕으로 당을 보충한다. 이제 대부분 내리막이다.

부리기재

1시간여 걸으니 삼거리가 나왔다. 부리기재다. 이제 박마을로 내려가기만 하면 오늘 산행은 끝난다. 여기서 먹을 걸 모두 처리하고 가자며 둘러앉았다. 얼음맥주, 파인애플이 나온다. 산행 중 마지막 만찬에 대원들 표정도 밝아졌다.
 
나뭇가지에 달린 리본이 우측이 하산길임을 알린다. 후미대장과 이지련 대원이 미심쩍은 듯 고개를 꺄우뚱한다. 대장이 출발한다. 대원들 하나둘 따라 내려간다. 항상 선두그룹에 속해 걷는 편인 나도 돌무더기, 조릿대를 헤치고 내려간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알바다.

다시 돌아간다. 내려올 때보다 더 빠르게 치고 올라간다. 더위도 잊은 채. 다시 삼거리 원위치다. 몇몇 대원이 앉아있다. 선두에서 후미로 위치가 바뀌었다. 힘이 쭉 빠진다. 아껴두었던 얼음물을 꺼내 나눠 마신다.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물이다.

▲ 알바 후 다시 오른 부리기재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산등성이 한 구비를 더 돌아가니 진짜 부리기재가 나왔다. 나무에 비닐표지를 달아놓았으니 틀림없는 부리기재다. 단체사진을 찍고 하산이다.

부리기재는 짐을 지고 넘어가던 사람들이 짐을 부리고 쉬는 고갯마루여서 붙여진 이름이다.

1801년(순조1년) 신유사옥과 1839년(헌종35년) 기해사옥 때 충청도 지방 천주교 신자들이 박해를 피해 대미산 자락의 여옥목 마을에 숨어들어 그들이 충청도에서 문경 쪽으로 넘어오던 고개의 하나라고 한다.

하산 후 더위를 잊게 한 짜릿한 막걸리 한잔

▲ 날머리 박마을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박마을로 가는 길은 울창한 숲속, 경사가 급한 흙길이다. 무더위에 지쳤지만 곧 끝이 보인다는 생각에 힘든 줄 모르고 내려간다. 계곡 물소리가 더위를 식혀준다...

40여분 내려오니 마을이 보인다. 담배, 고추밭, 과수원을 지나 무사히 날머리 박마을 버스정류장에 도착. 정겨운 시골마을 배경으로 이름 없는 가게에서의 시원한 막걸리 한잔... 목구멍이 짜릿짜릿. 이 맛에 산을 타나보다.

▲ 박마을 버스정류장 가게에서 막걸리 한잔.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오늘도 내일도 백두대간 인연은 이어진다.

산행기를 쓰는 날, 111년 만의 무더위라는 뉴스가 뜬다. 무더위 잘 넘기고 다음 산행 32구간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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