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덕 교무)
 

8월의 첫 주말을 맞이한 서울시 동작구 원불교소태산기념관 공사현장은 서남풍의 영향인지 불볕 더위가 쉬어가는 듯합니다.

그늘막을 만들고 얼음물을 충분히 준비해 주지만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노동자들의 모습은 보는 이를 숙연하게 합니다. 저 땀을 흘려본 사람들은 말과 글이 겸손해지지 않을 수 없음을 체감합니다.

발로 뛴 인생 대학의 학점은 종이가 아닌 땀구멍에 새겨질 것입니다.

공사장 빈터에 심은 토마토, 참외, 고구마, 땅콩, 아주까리, 호박을 바라보니 생명의 신비와 넉넉함으로 시멘트 철근이 주는 무거움을 잊게 합니다.

그중에서도 제 눈길을 자꾸 잡아끄는 것은 사무실 담벼락을 따라 심긴 깻잎입니다.

▲ 어디에서든 자라 누구에게나 향기와 추억을 주는 깻잎을 심어 보세요, [사진-정상덕 교무]

돌과 시멘트 부스러기를 안고 자리 잡았지만 한 번은 뜨거운 태양 빛에 타죽고, 또 한번은 흙에 적응하지 못해 여러 번 모종을 다시 심은 끝에 겨우 뿌리를 내렸습니다.

저는 가끔 물을 주고 그늘을 만들고 바람을 살피며 고마운 마음을 전하곤 했습니다.

오늘 점심 후 생생한 깻잎을 조심조심 따서 씹어보았습니다.

깻잎의 향기는 부드러운 식감과 함께 입안을 오랫동안 상쾌하게 만들어 주네요.

그뿐만 아니라 식탁의 명약이라 불리는 깻잎은 철분이 풍부해 빈혈을 막아주고, 우리 밥상에서 빠지지 않는 깨소금의 부모이기도 합니다.

불볕더위에도 생명력을 발산하는 건축현장의 깻잎이 어릴 때 어머니께서 식은 보리밥에 대충 손으로 찢은 깻잎을 넣어 싹싹~ 맛있게 비벼주신 맛의 추억을 소환시킵니다.

원불교소태산기념관 옥상 정원에 만들어질 텃밭에 깻잎을 꼭 심고 싶습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전해줄 그 향기가 벌써 설레게 합니다.

심고 가꾼 만큼 자연의 힘을 보여줄 그 깻잎을 동반자로 생명의 신비를 체험하고 싶습니다.
 

2018년 8월 07일 원불교소태산기념관 건축현장에서 정 상 덕 합장
 

 

원불교 교무로서 30여년 가깝게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함께해 왔으며, 원불교백년성업회 사무총장으로 원불교 100주년을 뜻 깊게 치러냈다.

사회 교화 활동에 주력하여 평화, 통일, 인권, 정의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늘 천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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