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덕 교무)


저에게 있어 가장 더웠던 여름은 2005년 인도양 쓰나미 피해 현장 봉사활동을 할 때였습니다.

국제긴급구호활동 NGO인 (사)평화의 친구들이 구호기금을 준비하여 도착한 인도 남부 나가파티남(Nagapattinam) 지역은 섭씨 48도였습니다.

쓰러진 학교와 집을 복구하고 도로를 정비하고 그 지역 시장에서 구입한 구호품을 나누어주는 활동을 했습니다. 지금도 떠올리기만 해도 그때의 더위가 다시 밀려오는 듯합니다.

올 여름 한반도의 불볕더위는 인도네시아, 미얀마, 인도 등 남부 아시아지역의 더위와 맞먹는 것 같습니다.

2018년 7월 21일 토요일, 원불교소태산기념관 건축현장은 이른 아침부터 37도를 넘나듭니다.

폭염으로 최근 공사현장의 노동자들이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들을 언론을 통해 접하며 폭염대책에 더욱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기념관 작업현장의 폭염 대책은 30분 일찍 시작하고 점심시간 30분 더 확보, 식염수와 얼음물을 충분히 제공하며, 그늘막 배치, 안전요원을 추가 배치하는 것 등입니다.

▲ 용접은 같은 종류 또는 다른 금속재료에 열과 압력을 가하여 고체 사이에 직접 결합이 되도록 접합시키는 일입니다. 한 여름 기념관 건축현장에서 ‘용접(鎔接)’의 의미가 더 뜨겁게 제 마음에 들어옵니다. [사진제공-정상덕 교무]

오전 공사현장을 둘러보며 만난 노동자들의 모습은 심장이 시큰거려 차마 마주 보기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현장의 용접 노동자를 며칠 동안 바라보며 든 생각이 있습니다.

콘크리트 타설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버팀이 되어준 대규모 철골을 제거하는 일, 원불교 서울교구청의 각종 철골과 빔을 붙여주는 용접 노동자들의 복장은 그야말로 불길로 뛰어들어 생명을 구하는 소방관을 떠올리게 합니다.

온몸을 감싸는 상하 가죽옷과 용접용 안전모, 가죽 신발에 용접봉을 들고 불꽃을 당깁니다.

현장 노동자에게 안전을 방해하는 어떤 불필요한 행동도 해서는 안 된다는 안전전문가의 조언을 유념하며, 점심 시간에 용접 노동자에게 말을 건네봅니다. 

“너무 덥지요. 수분이라도 충분히 섭취하십시오!”

돌아오는 용접 노동자의 말씀에 삶의 통찰이 깊게 배어있습니다. 그 말씀에 제 코끝이 더 싸해지고 맙니다. 

“교무님 여름옷은 뒤쪽이 열려있어서 그나마 괜찮습니다” 하며 땀범벅의 얼굴로 빙그레 웃으십니다.

용접공이라는 공식 자격증을 갖춘 전문 노동자이지만 용접 흄에서 나오는 니켈 등의 영향으로 폐암 발생률이 높아 산업재해로 인정받는 실정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무더위가 연일 계속되는 각종 공사현장에서 용접에 임하고 있는 모든 용접 노동자들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용접(鎔接)이란 같은 종류 또는 다른 금속재료에 열과 압력을 가하여 고체 사이에 직접 결합이 되도록 접합시키는 것을 뜻합니다. 한 여름 기념관 건축현장에서 ‘용접(鎔接)’의 의미가 더 뜨겁게 제 마음에 들어옵니다.

내 마음에 진리와 스승과 은혜에 마음을 잇고 때로는 경계에 따라 붙는 요란한 마음들은 기능이 끝난 철골들을 열로 녹여 툭~ 떼어내듯이 참회와 정진의 마음공부로 다시 37도의 일요일을 맞이합니다.

 
2018년 7월 22일 원불교소태산기념관 건축현장에서 정 상 덕 합장

 

 

원불교 교무로서 30여년 가깝게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함께해 왔으며, 원불교백년성업회 사무총장으로 원불교 100주년을 뜻 깊게 치러냈다.

사회 교화 활동에 주력하여 평화, 통일, 인권, 정의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늘 천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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