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덕 교무)
출근 준비를 하며 세수 후 물기를 닦아내던 수건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오랜 벗이며 은혜만 받은 수건에 새삼스럽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가방을 챙기며 주머니에 담긴 손수건을 발견하곤 문득 제 일터의 풍경을 떠올립니다.
원불교소태산기념관 건축현장 지상층 공사현장은 1주일간의 장마가 지나가고 더위와 치열한 싸움 중입니다.
가림막 없는 현장의 따가운 햇빛으로부터 노동자들의 얼굴을 가려주는 베일과 목을 감싸주는 면수건, 그리고 머리를 보호하는 안전모 안의 두건까지 '수건'이라는 한 이름으로 모여듭니다.
새삼 고맙고 은혜로운 물건이구나 하는 데에 생각이 다 다릅니다.
보이는 땀과 얼룩뿐만 아니라 마음이 탐진치(貪瞋癡 탐내어 그칠 줄 모르는 욕심과 노여움과 어리석음)로 물들었을 때 ‘눈에 보이지 않는 수건'이 되어 어리석음을 닦아준 것들을 떠올립니다.
삶의 작은 웃음, 기쁨의 눈물, 인내, 성현의 말씀. 스승님과 벗님 등 마음의 수건들을 찬찬히 떠올리며 감사 명상을 올리는 밤입니다.
2018년 07월 12일 원불교소태산기념관 현장에서 정 상 덕 합장
원불교 교무로서 30여년 가깝게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함께해 왔으며, 원불교백년성업회 사무총장으로 원불교 100주년을 뜻 깊게 치러냈다.
사회 교화 활동에 주력하여 평화, 통일, 인권, 정의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늘 천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