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주이 / 백두대간종주대 총무

일자: 2018년 5월 12일(일)
구간: 늘재~청화산~조항산~고모치~밀재~대야산~용추계곡 주차장
산행거리: 16.2Km(접속구간 4km 포함) / 13시간(식사 및 휴식시간 포함)
산행인원: 13명


□ 5월의 산

백두대간을 시작하고 사계절의 한 바퀴를 돌아 다시 5월을 맞는다.

이른 봄 생강꽃이 먼저 피기 시작해서 산수유 산벚꽃 진달래 복사꽃이 화려하게 봄의 시작을 알려준다면, 5월은 오르내리던 얄궃은 날씨가 완연하게 풀리고 산 속 생명들도 여린 살을 드러내며 밖으로 나오느라 바쁘다.

산은 연두 빛으로 물들고 그 사이로 오색의 꽃들이 어여쁜 얼굴을 내밀어 발길을 잡는다.

풀벌레며 새들도 추위를 잘 견디고 왔다며 나름대로 분주한 소리를 낸다.

그야말로 살기 좋은 계절로 들어선 것이다.

▲ 산에서 만난 꽃.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조한덕 효과’

좋은 계절이지만 두 달만의 무박산행에 출발부터 비가 내렸다.

일기예보에는 오전 9시까지 비가 내린다고 하니 6시간은 우중산행을 각오해야 한다.

전에 등산화 안으로 물이 새어들었던 걸 상기하며 우비, 우산, 등산발토시에 등산화를 덮을 비닐까지 단단히 채비를 했다.

들머리인 늘재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대장님이 누군가와 통화를 한다.

뒤늦게 산행에 합류하는 대원이 있는 모양이다.

늘재에 도착해서 뒤따라오는 대원이 조한덕 대원이라는 말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어젯밤 늦게 일을 마치고 삼겹살에 술 한 잔 한다며 사진을 올렸던 그이가?!

어안이 벙벙하여 있는데 트럭 한 대가 앞으로 왔다가 다시 되돌아간다.

조금 후에 어두운 도로 끝에서 누군가 손전등을 들고 뛰어온다.

헉! 조한덕 대원이다.

▲조한덕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늦어서 산행을 포기하고 있었는데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 그 길로 자전거의 전등을 뽑아들고 안전화를 신고 쉬지 않고 달려왔다고 한다.

면바지에 안전화 신고 물과 음료를 담은 검은 비닐을 들고 서있는 조한덕 대원을 보며 반가움과 경탄의 마음에 말을 잇지 못하던 찰나 내리던 빗줄기가 잦아드는 것이 아닌가.

평소 비를 물리는 재주가 있다던 조한덕 대원이었다.

실제로 산에서 비를 만났을 때 그이가 없었던 걸 비춰 생각해보면 ‘조한덕 효과’는 신봉할 수밖에 없겠다.

□ 새벽에 오른 청화산

들머리인 늘재는 경북 상주시 화북면 입석리의 완만한 고개로 한강과 낙동강의 분수령이자 경상과 충청의 경계이다.

커다란 백두대간 표지석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산행을 시작한다.

▲ 늘재에서 단체사진.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멍석이 깔린 부드러운 길로 시작해서 가파른 바위구간에 들어설 즈음 ‘정국기원단’에 도착했다.

‘정국기원단(靖國祈願壇)’은 청화산농원 회장이 나라가 태평하기를 기원해서 세운 것이라는데 맞은편으로 속리산이 잘 보이는 위치지만 새벽산행의 어둠 속에서 기념사진만 찍고 빠르게 지나간다.

▲ 정국기원단에서 오동진 후미대장.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비가 이제 막 가시고 안개가 자욱한 어둠 속에서 가파른 바윗길이 본격적으로 이어진다.
오르면서 입었던 우비를 벗었는데도 예상보다 따뜻한 기온과 높은 습기 때문에 땀이 많이 흐른다.

▲ 청화산 오르는 대원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어둠을 뚫고 부지런히 걸어 하늘이 어스름히 밝아오는 5시 즈음 청화산에 도착했다.

2시간에 걸쳐 오른 청화산은 970m의 높이로 경북 상주와 문경, 충북 괴산의 3개 시군이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소나무와 산죽군락이 많아 수 십리 밖에서 보아도 항상 푸르게 빛나고 있어 청화산이라 불렸다고 한다.

좁은 봉의 한켠에 정상석이 작지만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다.

▲ 청화산 정상석.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청화산 정상에서 조한덕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조항산

조항산 방향으로 조금 내려오면 시루봉 갈림길이 나온다.

▲ 시루봉 갈림길.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여기부터 조항산은 3.7km.

청화산에서 조항산으로 향하는 길은 괴산의 의상저수지와 견훤의 아버지 아자개의 고향인 문경 궁터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조망이 좋은 곳이라는데 사방이 안개구름에 쌓여 근방의 10m  남짓을 넘으면 하얀 세상이다.

▲ 전망바위에서 이종규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바위구간을 내려가는 대원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능선의 바위구간을 걸을 때는 옆으로 하얀 구름이 가득해서 벌러덩 뛰어들면 푹신할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이렇듯 아쉬운 조망에도 위로가 되는 것은 대간길을 따라 함께 걷듯 끊이지 않고 피어난 철쭉과 풀꽃이 친구가 되어준다는 것이다.

그렇게 갓바위재를 지나 너른 곳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 안개 속 아침식사.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다시 이어진 산행, 포탄처럼 생긴 멋진 바위에서 독사진 한 장씩 찍으며 지친 발걸음에 잠시 여유를 부려 본다.

▲ 능선 바위 위에서 장소영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바윗길을 여러 번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앞에 거무스레한 산그림자가 나타나면 거의 다 왔나 싶어서 더욱 힘을 내 걷다가 긴 내리막이 나타나면 산이 다시 저만치 도망을 간다.

이제 정말 조항산인가? 안개 너머로 다시 거뭇한 산그림자를 보았지만 다시 굽이굽이 뾰족뾰족 바위능선이 시작된다.

▲ 안개 속 내리막길을 걷는 대원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밧줄구간을 내려가는 심주이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위에서 내려다보면 아찔한 밧줄구간도 여러 번 만난다.

피해갈 수 없다면 즐겨야지.

지팡이는 후미대장님께 맡기고 호기롭게 밧줄을 타고 내려간다.

조망이 막힌 조항산으로 가는 길은 ‘줌 아웃’기법을 쓴 듯 목적지가 점점 멀어져 가는 듯한 묘한 기분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걷다보면 다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 철쭉 군락을 지나는 대원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정상을 목전에 두고 하얀 안개를 가르고 돌아서니 무릉도원도 울고 갈 멋진 철쭉 군락이 펼쳐져 있다.

대원들이 서 있는 그대로 모두가 그림이었다.

▲ 조항산 안내도.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조항산 정상에서 김성국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조항상 정상에서 여현수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오전 9시 드디어 951m 조항산에 도착했다.

어려운 인연을 겨우 만난 듯 작은 정상적이 유독 귀엽게 느껴진다.

이제 산행의 중간지점을 찍고 부지런히 출발한다.

□ 밀재를 향해

1km 남짓 내려가니 고모치다.

고갯길이 크지는 않고 우측으로 조금 아래에 석간수 고모샘이 있어 부족한 물을 채워갈 수 있는 곳이다.

샘에서 물을 보충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오름길이다.

▲고모치 안내판과 고모치샘.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고모치를 지나면서 구름이 걷히고 조망이 트이기 시작한다.

흙길과 바위능선을 오르다 소나무가 멋진 봉우리도 지나고, 다시 내리막이 이어지는데 하염없이 내려간다.

대야산까지 가려면 다시 올라가야할 텐데 타는 속도 모르고 길은 계속 내리막이다.

▲ 조망바위에서 전용정 대장과 이석화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조망바위에서 강남순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조망바위에서 박명한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조망바위에서 이계환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신발 바닥과 앞쪽에 철판이 들어있는 용접용 안전화를 신고 산길을 걷던 조한덕 대원이 긴 내리막길에 발끝 통증을 호소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잠도 못자고 불편하고 무거운 신으로 바위 많은 길을 11km나 오르내리면서 걸어왔으니 말이다.

▲ 밀재 안내도.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밀재에 도착해서 안내도를 보니 대야산까지 남은거리는 1km, 대야산에서 하산하는 길과 밀재에서 하산하는 길은 비슷한 길이로 같은 월영대로 이어진다.

가장 연장자이신 강남순 대원과 조한덕 대원은 밀재에서 바로 하산하기로 했다.

장소영 대원도 매우 힘들어 보였는데 완주해 보겠다며 함께 대야산을 향해 출발했다.

□ 잘 정비된 대야산

국립공원에 속한다는 대야산으로 오르는 길은 흙길에는 나무계단이 놓였고 바위능선에는 철계단을 놓은 잘 정비된 길이다.

주로 거대한 바위로 이루어진 능선인데 오르지 못하는 바위구간은 흙길로 돌아서 이어졌다.

철계단을 오르며 보이는 바위들은 저마다 각양각색의 모양을 하고 있다.

계단 중간 풍광이 좋은 곳에 서서 즐겁게 단체사진을 찍어본다.

모두 웃어요~

▲ 대문바위를 들어 올리는 오동진 후미대장.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대야산 오르는 철계단에서 단체사진.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산의 상부에는 바위능선을 따라 철계단이 있고, 골이 깊은 바위 사이를 하늘다리가 이어주고 있다. 다리를 건너 다시 한 번 바위를 내려섰다 오르면 대야산의 정상이다.

정비 된 길이 없었다면 줄을 잡고 타고 넘어야 할 텐데, 큰 수고를 덜은 샘이다.

▲ 대야산을 향해 계단을 오르는 전용정 대장.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대야산 정상으로 가는 길.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대야산 정상석에서 이지련 단장.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대야산 정상석에서 단체사진.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오후가 되면서 하늘이 맑게 개이고 해도 비춘 덕에 대야산 정상에서는 사방으로 트인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산림청에서 선정한 100대 명산답게 바위능선의 형세와 조망이 빼어난 곳이다.

▲ 대야산에서 내려다 본 풍경.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대야산부터 버리미기재까지 4.55km는 비법정탐방로, 즉 출입금지구간이다.

대야산 정상너머 80m의 위험한 직벽 구간이 있다더니 움직임을 감지하고 경고방송을 하는 카메라가 설치되어있다.

□ 발길을 잡는 용추계곡

단체사진을 찍고 용추계곡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

초반 급경사의 바위 구간을 또 철계단의 도움을 받아 내려간다.

계단이 많은 것도 힘들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거친 바위를 타고 내리는 것에 비하면 비단길이라 할 수 있다.

▲ 철계단이 있는 급경사의 하산길.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작은 물길을 만나 간단히 땀을 씻어내고 내려가는 길은 편안했다.

제법 많아진 수량의 계곡이 굽이치다 너른 바위 위를 지난다. 월영대다.

조금 더 내려오면 암수 두 마리의 용이 하늘로 오른 곳이라는 전설이 있는 용추계곡이다.

하트모양으로 깊게 파인 바위를 따라 흐르는 물이 장관을 이룬다.

월영대부터 이어지는 너른 바위와 가뭄에도 물 마르는 일이 없을 정도로 수량이 많은 용추계곡은 꼭 한번쯤은 가족들과 물놀이를 와보고 싶은 곳이다.

▲ 용추계곡.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아름다운 대간길

예상시간보다 2시간 이상 늦어진 긴 산행이었다.

“백두대간다운 산길”이었다는 평이 있는데 오르내리는 길이 적당히 있는 된길이라는 뜻일 게다.

어떠한 어려움도 하산하고 나면 자랑스러운 과거가 되고, 그 이야기는 아름답다.

절경과 꽃과 사람이 함께 한 오늘의 산행도 아름다웠다 말하고 싶다.

백두산까지 끊이지 않고 갈 수 있는 날이 오면 우리 민족의 역사도 찬란하게 눈비시리라!

▲ 날머리 용추계곡 입구에서 단체사진.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