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30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에 도착했습니다. 김 부위원장의 방미는 클린턴 전 미 대통령 시절인 2000년 10월 조명록 북한군 차수가 워싱턴을 방문한 이후 18년 만에 미국을 찾은 북한의 최고위급 인사입니다.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을 예정해 놓았기에 김 부위원장의 방미 행보에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김 부위원장의 방미 목적은 당연하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입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부위원장과 만나기 전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과의 잠재적인 정상회담을 논의하기 위해 뉴욕에서 김영철과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트럼프 간 ‘세기의 담판’에 앞선 탐색전이라는 것이겠지요.

김 부위원장은 이날 뉴욕 도착 후 저녁때 폼페이오 장관과 만찬 회동을 가졌습니다. 31일에는 양자 간 ‘뉴욕 회담’이 예정돼 있습니다. 여기에는 지난 27일부터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진행되고 있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이 이끄는 북한 협상팀과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이끄는 미국 협상팀과의 북미 실무회담 결과가 반영될 것입니다.

그런데 김 부위원장의 방미 행보가 뉴욕에만 한정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마 백악관으로 향할 것입니다. 김 부위원장이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폼페이오 장관이 두 번이나 방북해서 김정은 위원장을 면담했습니다. 횟수를 맞추지는 못해도 정상회담에 앞서 최측근이 상대방의 수장을 미리 만나는 것은 필수입니다.

김여정 특사가 남측에 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데 이어 정의용 특사단이 방북해 김 위원장을 만나고 나서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고 성과적으로 진행됐습니다. 폼페이오 장관도 두 번이나 김 위원장을 만났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만족을 표했습니다. 김 부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후 귀국해서 김 위원장에게 트럼프의 면면을 보고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김 부위원장이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야 하는 더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다름 아닌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는 일입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4일 ‘6.12 북미정상회담 취소’라는 취지의 전격적인 공개서한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낸 것에 대한 답신이기도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 말미에서 “이 가장 중요한 정상회담과 관련해 당신이 마음을 바꾼다면, 망설이지 말고 전화를 하거나 편지를 쓰세요”라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의외로 섬세한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그는 29일 김 부위원장의 미국행과 관련 트위터를 통해 “김영철 부위원장이 지금 뉴욕으로 오고 있다”면서 “나의 서한에 대한 확실한 응답”이라고 반색할 정도였으니까요. 김 부위원장이 ‘김정은 친서’를 갖고 올 것으로 철석같이 믿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김 부위원장이 트럼프를 만날 수 있는 전제조건은 김영철-폼페이오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돼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온 경우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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