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이 다가왔습니다. 이어 5월 말-6월 초 북미 정상회담 개최도 예정돼 있습니다. 어떤 일의 성패 여부는 사전 분위기를 엿보면 대강 감지할 수 있습니다. 두 개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미 3국에서 회담 성사와 성공을 위한 분위기 조성이 한창입니다.

정상회담의 사전 분위기를 이끄는 것은 아무래도 북한입니다. 북측은 남측 및 미국과 상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두 개의 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 북한의 분위기 조성 노력이 주효했습니다.

북한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선수단과 응원단을 파견해 성공적 평화올림픽 개최에 결정적 역할을 했으며, 아울러 특사를 파견해 남북 정상회담을 제의하면서 판문점 남측 지역 개최 및 남측과의 한반도 평화문제 논의 등을 수용하면서 회담 성사의 물꼬를 텄습니다. 미국에도 일찌감치 ‘비핵화’ 언질을 줌으로써 북미 정상회담 성사의 걸림돌을 제거했습니다.

특히 김정은 북한 위원장은 지난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핵무력건설 경제건설 병진노선’을 ‘경제발전 전략적 노선’으로 수정했으며, 동시에 핵무력건설 폐기 입장에 따라 ‘Δ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지 Δ북부 핵실험장 폐기 Δ핵무기, 핵기술 이전 않을 것’ 등을 선언함으로써, 두 개 정상회담 성공을 위한 극적인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이에 열성적으로 박자를 맞추는 건 트럼프 미국 대통령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창올림픽 이후 전개된 북한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연일 쌍수를 들고 흥분과 기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공동회견에서 “우리는 북미 정상회담을 세계적 성공으로 만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20일 북한의 핵과 ICBM 시험발사 중지 선언에 “북한과 세계에 아주 좋은 뉴스이고 큰 진전!”이라고 반색하면서 “우리의 정상회담을 기대하라”고 장담했습니다.

또한 24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과정에서는 “김정은은 정말로 매우 열려 있고 나는 우리가 보고 있는 모든 일이 아주 명예롭다고 생각한다”며 김정은 위원장을 치켜세우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들떠있는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문재인 대통령은 착 가라앉아 있는 편입니다. 문 대통령은 23일 “북한의 핵 동결 조치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중대한 결정이자 남북·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청신호”라면서 “북한이 핵 동결로부터 출발해 완전한 핵 폐기의 길로 간다면 북한의 밝은 미래를 보장할 것”이라며 일반론을 펼치지만 격한 감정을 억누르는 행간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렇듯 남북.미 지도자들이 회담의 성사와 성공을 위해 적공을 들임에도 불구하고 다된 밥에 재를 뿌리는 망동도 나타납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5일 “문재인 정권의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북핵 제재위기로 붕괴위기에 처한 북한을 살려주려고 하는 것이고 속아선 안 된다”라고 비판한 것은 당랑거철(螳螂拒轍)의 행위 정도로 치부할 수 있지만, 미국 주류의 분위기는 치밀한 것 같으면서도 가관입니다.

미국에서는 북한은 정권 붕괴가 일어나지 않는 한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핵무기 불포기론’, 북한의 핵무기는 단순히 체제 보장 목적이 아니기에 북미 회담을 통해 비핵화를 이뤄낼 가능성이 없다는 ‘비핵화 불가론’과 ‘정상회담 무용론’, 제대로 준비를 못한 회담일수록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에 연기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는 ‘정상회담 연기론’ 그리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실현되기 전까지 대북 제재가 계속되어야 하고 단계별 비핵화 조치에 보상을 해선 안 된다는 ‘재뿌리기 형’ 등 다양하고 요란합니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은 민족통일과 한반도 평화, 나아가 동북아 정세에 분수령이 될 중요한 사건입니다. 이들 회담의 성공을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판에 사전부터 분위기를 흐리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이들 비관론자와 회의론자는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지만 도를 넘는 것 같아 씁쓸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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