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권도이기 때문에 남북교류가 될 수 있다”고 소감을 밝힌 송미라 세계태권도연맹(WT) 시범단 품새코치를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효자로 세계태권도연맹 사무실에서 <통일뉴스>가 만났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태권도이기에 남북관계가 유지된다. 태권도가 곧 남북 소통이다.”

지난 2일 오후 4시(평양시각) 평양 중구역 평양대극장. ‘남측 태권도시범단의 평양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전광판에 등장했다. 남북 태권도시범단이 사상 처음으로 평양에서 합동공연을 펼치는 순간이었다.

남북 시범단은 각각 자신들의 공연을 선보인 뒤, 마지막 약 2분여 동안 한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품새를 펼쳤다. 서로 다른 형태였지만, 처음과 끝은 같았다. 짧은 준비 기간이 무색하게 남북 선수들의 호흡은 하나였다. 역시 태권도였다.

“태권도이기 때문에 남북교류가 될 수 있다”고 소감을 밝힌 송미라 세계태권도연맹(WT) 시범단 품새코치를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효자로 세계태권도연맹 사무실에서 <통일뉴스>가 만났다.

평양에서 첫 공연을 한 송미라 코치는 “북한이라는 곳에 가서 북측 시범단과 공연을 같이 한다는 게 색달랐다. 쉽지 않은 경험이었다”며 “같은 태권도라는 이름으로 공연하지만 서로 다른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을 서로 보고 배우며 알아가는 게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 남북 태권도시범단이 지난 2일 오후 평양 평양대극장에서 첫 평양 합동공연을 펼쳤다. [자료사진-통일뉴스]

남북 태권도는 한민족의 무도.무술이지만, 분단과 함께 70년 가까이 서로의 길을 걸어왔다. 정치체제의 경쟁에서 남북 태권도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기에 적통문제는 항상 논란거리였다.

하지만 남북 태권도는 언제나 하나의 핏줄임을 확인해왔다. 그리고 그 결실로 역사적인 첫 평양 합동공연을 성사시킨 것.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에 묻혔지만, 사실, 남북 태권도는 이미 ‘봄’의 전령사였다.

송 코치는 “두 단체가 다른 품새를 하지만, 합동공연을 위해 서로 호흡을 나눴다”며 “북측 태권도는 움직임이 위아래 중심이고, 우리는 직선 중심이다. 동작을 맞추기가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공연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속도를 조절하고 호흡을 같이 맞췄다. 말할 수 없이 뭉클했다”고 회고했다.

▲ 송미라 품새코치.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북측 태권도시범단에서 인상 깊던 이는 누구였을까. 송 코치는 이름을 정확히 떠올리지 못했지만, 한 여성 선수를 꼽았다. “평소 대화하면 목소리가 얇고 친절하고 상냥한데 막상 공연에 들어가면 목소리며 행동이 달라졌다. 기가 날카롭다. 공연 전과 후를 보니 더 인상이 깊었다.”

“북측 태권도시범단은 호흡이 잘 맞는 것 같다. 활동하는 시간이 많다고 한다. 호흡 면에서는 우리보다 월등했다”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태권도인으로서 송 코치는 북측의 태권도 관련 시설에 본받을 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태권도 전당은 “태권도를 위한 곳인데도 불구하고 건물이 크고, 내용이나 구성된 장소들이 좋았다. 운동하기에는 여건이 더 좋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는 것.

북측 태권도를 집약한 ‘태권도성지관’을 둘러본 송 코치는 “놀랐다”며 “국내에서 찾아보면 솔직히 그 정도로 준비가 된 곳은 없지 않으냐. 국내에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그 정도로 태권도에 대한 북한의 인지도는 높은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태권도시범단에서 맹활약하는 송 코치는 더욱 활성화된, 적극적인 남북 태권도 교류를 희망했다. “합동공연의 모습을 더 갖췄으면 좋겠다. 구색을 잘 갖춰서 남북 상관없이 다 섞여서 하나의 공연을 만들고 싶다. 한 팀으로 구성해 같은 무대에 서보고 싶다.”

▲ 평양을 방문한 남측 태권도시범단은 3일 오전 평양 태권도성지관을 참관했다. [자료사진-통일뉴스]

3박 4일 동안 평양에서 “대화가 통하고 정서가 맞아, 낯설지 않고 친근하다”던 느낌을 받은 송미라 코치는 남북교류의 핵심은 태권도라고 강조했다.

“태권도를 통해서 남북이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점이다. 태권도이기 때문에 큰 문제 없이 서로 의견을 조율하면서 남북 간 교류가 될 수 있다. 태권도를 통해서 교류했기 때문에 평양도 가고, 앞으로 관계도 유지되는 것 아닌가. 태권도가 곧 남북 소통이다.”

오는 27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 뒤이어 북.미 정상도 만난다. 한 핏줄 태권도의 기백이 한반도에 봄을 불러오고 있다. 그리고 가을, 태권도의 결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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