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으로 확인됐습니다. 25일부터 특별열차를 타고 북한에서 중국으로 건너간 후 베이징에 도착해 인민대회당과 조어대(댜오위타이·釣魚臺) 등을 방문한 일행이 누군지 27일 하루 종일 세상을 들끓게 만들었는데 결국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임이 판명됐습니다. 북한과 중국이 28일 오전 김 위원장의 방중과 양국 정상회담 결과를 동시에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특별열차 일행에 대한 중국 측의 높은 수준의 경호와 의전에서 볼 때 김 위원장임이 거의 확실했지만, 그래도 당사국에서 공식발표를 하지 않았기에 그 사이에 많은 추측과 오보가 있었습니다. 김 위원장의 이번 전격적인 방중도 관례대로 ‘당 대 당’ 방문이기에 비공식 방문이 돼서 사전 공개를 하지 않은 듯싶습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의 방중에 부인 리설주가 동행했기에, 최근 북한을 두고 나온 ‘정상국가’ 과정은 가속화되고 있다고 보입니다.

김 위원장의 이번 중국 방문은 지난 2011년 등장 이후 첫 해외 방문이자 첫 정상회담입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의 방중은 그리 놀랄 일은 아닙니다. 김 위원장 등장 이래 양국 관계가 새롭게 정립이 안 됐기에 상호간에 필히 만나야 하는 수요가 있어왔고, 특히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꼭 만나야 할 절호의 기회가 된 셈입니다. 중국 측으로서는 한반도와 동북아 문제에 일정 개입할 필요가 있으며, 북한 측은 미국과의 건곤일척의 회담을 앞두고 우방과의 관계 설정이 필요했겠지요.

이는 200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행보를 보면 납득이 갑니다. 그해 6월에 남북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었고, 10월에는 ‘조명록-울브라이트’ 간 교차 방문 후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이 예상되던 시기였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북‧북미 정상회담이라는 대사를 앞두고 5월 말경 특별열차 편으로 중국을 처음으로 방문했으며, 이어 남북 정상회담이 끝난 1달 후인 7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평양으로 부릅니다. 2000년 한해에만 북한은 남한을 비롯해 중국-러시아-미국과 (정상)회담을 진행한 것입니다.

‘김정은-시진핑’ 만남에선 무슨 대화가 오갔을까요?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8일 “조중(북중) 친선관계 발전과 조선반도(한반도) 정세관리 문제들을 비롯하여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보도했듯이, 두 정상이 양국관계 문제와 현안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궁금합니다. 물론 양국 관계상 문서로 된 ‘성명’이나 ‘선언’ 같은 것은 채택하지 않았을 겁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중국동지들과 자주 만나 우의를 더욱 두터이 하고 전략적 의사소통, 전략 전술적 협동을 강화하여 조중 두 나라의 단결과 협력을 굳건히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이에 시 총서기는 김 위원장에게 첫 외국 방문으로 중국을 찾은 것을 열렬히 환영한다며 “중조 친선을 중시하고 끊임없이 계승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중국 당과 정부의 전략적 선택이며 확고부동한 의지”라고 화답했습니다.

특히 현안과 관련해서는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총서기의 유훈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해 힘쓰는 것이 우리의 변함없는 입장”이라면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거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시 총서기는 “올해 들어 한반도 정세에 적극적(긍정적)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이를 위해 중요한 노력을 했고, 우리는 이를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습니다.

더 화끈한 언술도 많지만 이 정도의 언사라도 ‘김정은 시대’ 이후 7년간의 공백을 메우고 북중관계가 상당 부분 복원되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게다가 김 위원장의 공식 방북 초청에 시 총서기가 수락했기에, 양국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여전히 있습니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 정상회담이 열렸기에 이제 한반도 정세가 제대로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느낌입니다. 물론 조만간에 북은 러시아를 만나고, 일본도 미국을 만나겠지요. 그럴수록 한반도 판세가 한편으로 정리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커지겠지요.

이제 한반도 운명의 분수령이 될 5월 북미 정상회담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번 북중 정상회담은 한반도 세력권을 안정화시켰기에 북미 정상회담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제 북미 정상회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4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두 최고지도자의 역할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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