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미국 이스턴 켄터키 대 명예교수)
 

국방부 최현수 대변인은 3월 20일 한미 연합훈련 일정을 공식 발표했다. 금년도 연습은 4월 1일부터 시작할 예정이며 예년과 유사한 규모로 진행될 것이라고 한다. 독수리훈련은 4월 1일부터 한 달간, 지휘소 훈련(CPX)인 키 리졸브는 4월 중순부터 2주 일정이다. 과거 두 달씩 했던 훈련을 이번에는 한 달로 줄여 4월 중에 끝낸다는 것이다. 아마도 4월말에 남북 정상회담에 연합훈련이 걸림돌이 안 되게 문재인 정부가 배려한 것 같다. 이는 다행스럽고 적극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미국의 발표내용이 우리 국방부 발표와 차이가 있어 걱정이 앞선다. 미 국방부 발표의 연합훈련이 4월 1일 시작하여, 우리 정부는 한 달간 진행된다고 했고, 미국정부는 예년처럼 두 달이라고 발표해서 어떻게 된 일인지, 5월에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연합훈련을 계속한다는 말인데 북한이 어떻게 대응할지 염려스럽고 불안하다.

미 국방부는 연합훈련 규모뿐 아니라 기간도 "이번 연합훈련 기간은 4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두 달간"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통상 연합훈련의 일부로 치렀던 한미 공군의 맥스썬더 훈련이 5월 11일부터 2주간 열리는 것으로 확인했다. 육군과 해군도 5월에 연합훈련 일정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한미 국방당국이 훈련기간과 규모에 이런 차이를 보인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문제는 4월말에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이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개최하기로 되어 5월에는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 중에 있는데 미 국방부의 발표로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 궁금하고 불안하다. 불안한 이유는 북미 정상회담이 지연되거나 취소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정부가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의식해 한미 연합훈련 규모와 기간을 축소 발표한 것으로 보이는데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습을 금년에는 북한에 통보하면서 방어적 훈련의 성격을 강조한 것이다.

지난 수년간 한미 군사훈련연습은 북한지도부 참수작전을 포함하여 대북 공세적 훈련을 실시해왔고 북한당국이 대북 군사 공격 훈련이라고 비난하였다. 그러나 금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에서 통 큰 결단으로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함으로서 한반도 화해협력,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그 결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습이 지연되어 4월1일부터 재개하게 되었다.

이번 4월 1일부터 실시하는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습은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연합훈련이기에 이미 김정은 위원장의 이해와 양해를 얻어 실시하게 되었고 몇 가지 특징을 가진다. 첫째로, 한미 독수리(FE) 훈련을 먼저 하고 키 리졸브(KR) 연습은 후에 2주가량 실시한다. 한미 군당국은 독수리훈련 일정은 공개했지만 키 리졸브 일정은 비공개로 실시한다. 이번 독수리훈련은 예년보다 한 달가량 훈련 기간이 축소되었지만 국방부는 "예년과 유사한 규모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한미 국방장관은 올림픽 정신에 기초해 일정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둘째로, 미 국방부 크리스토퍼 로건 대변인은 이번 연합훈련과 관련 "방어에 중점을 둔 훈련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쌍용 훈련에서는 국가 중요시설 및 주요 병참기지 방호, 해상 지뢰제거, 연합 해병훈련(4월 1일부터 8일까지)을 강습 상륙함 와스프함(LHD-1)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셋째로, 이번 한미 연합훈련 연습에 미국의 전략무기와 우리 군의 핵심무기를 동원해 북한의 중요시설 및 전략무기 시설을 가상 정밀타격 하는 연습은 계획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핵추진 항공모함과 B-1B 전략폭격기 등 미국 전략무기는 공개적으로 동원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넷째로, 과거 한미 연합훈련은 한미연합사 ‘작전계획 5015’ 등이 적용되어 시행됐으나 이번 훈련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훈련은 작년과는 달리 공세적 훈련이 아닌 방어훈련으로 진행될 것이라 한다. 그러나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되는 키 리졸브 연습에서는 북한의 전면전에 대비한 작전계획 5015 등을 점검하는 토의는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다섯째, 이번 훈련에 아군이 동원하는 병력과 장비 규모를 자세히 밝히지 않은 것도 특징이다. 미군 측은 독수리훈련에는 11,500여명을, 키 리졸브연습에는 12,200여명이 참가한다고 알려졌다. 작년과 비교하면 독수리훈련 참가 미군 병력 규모는 비슷하지만, 키 리졸브연습에 참가하는 병력은 약간 축소됐다. 지난해 독수리훈련에는 주한미군과 해외 증원군을 포함해 모두 1만여 명의 미군 병력이 투입됐다. 당시 우리 군 병력은 30여만 명이 훈련에 참가했다. 전쟁 시나리오별 시뮬레이션 위주로 이뤄지는 지휘소훈련인 키리졸브 연습에도 외국에서 들어온 증원전력을 포함해 약 13,000명의 미군이 참가한 바 있다.

끝으로 미 국방부는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조성된 한반도 평화의 불꽃을 살리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금년도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습계획을 존중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주시기를 촉구한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순환적으로 성사시켜 한반도에서 화해.협력.평화 프로세스가 지속되길 바란다.

이번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향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한반도 비핵화 공약(commitment)에 걸림돌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김정은 위원장의 3.6 남북합의 6개항중 제3항에서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고 조선(한)반도의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임을 강조하면서 핵무기를 가질 필요성이 없는 조건에서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그가 제시한 조건은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이런 조건을 충족할 것인가를 심층적으로 연구해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위한 로드맵을 짜야 할 것이다.

북한이 2009년 4월과 6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에 “다시는 절대로 참가하지 않을 것”이며 “이제 와서 핵포기란 절대로, 철두철미 있을 수 없는 일로 되었다”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한 이후, 지속적으로 ‘국가 핵 무력’을 강화시켜왔던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를 약속한 이런 통 큰 결단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였다.

2012년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핵개발 의지를 더욱 공개적으로 드러내며 핵무력을 급속도로 고도화 해왔다. 김정일 집권 기간인 약 17년 동안 북한은 단 두 차례 핵실험을 했지만, 김정은 집권 이후 지난 6년 동안 네 차례나 핵실험을 했으며 2017년 9월에는 수소폭탄 실험을 성공하기에 이르렀다. 북한은 또한 지난 해 7월 두 차례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도 강행했다.

그 결과 북한은 향후 1~4년 내에 수소폭탄과 소형 핵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잠수함탄도발사미사일까지 실전배치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욱이 다수의 미국 핵전문가들은 2020년에 북한이 50개~100개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에서 더욱 멀어지고 있는 상황 하에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신년사를 통해 정책전환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3.6 남북합의 6개항은 전 세계에 발표되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역사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으며, 이 같은 파격성은 전문가들도 놀라게 만든 남북합의로, 김정은 위원장의 통 큰 결단의 산물이기도 하다. 6개항 중 핵심인 3항의 요지는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한미 양정부는 김정은 위원장이 주장하는 한반도 비핵화의 두 조건을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가 관건이다.

최근 언론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그 동안 전력을 다해 핵보유국이 되었는데 “국가 핵 무력”을 과연 포기 할까?에 많은 의문점을 제기하였다. 필자는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밝힌 조건: (1)대북 군사적 위협해소;( 2)북한의 체제안전 보장이며 이 두 조건이 충족되면 조선(한)반도 비핵화를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면 한국과 미국이 어떻게 이런 조건을 충족시킬 것인가? 길고 고통스러운 북핵 협상을 예고하고 있다. 필자는 김정은 위원장의 두 조건의 의미가 무엇인지부터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과연 4월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 핵심이슈임이 틀림없을 것인데 쉽게 정상회담에서 만족스러운 합의를 도출해낼 수 있을까?

현시점에서 한국과 미국이 비핵화의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과연 어떤 인센티브(incentives)를 주는가, 가 핵심이다. 비핵화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북한이 “국가 핵 무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약속을 꼭 지키고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적극적인 협력을 해야 한다. 곧 개최하는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북 3국이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포괄적이고 현실적인 로드맵에 합의하고 실행되길 기원한다.

 

한국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원 석사, 미국 Claremont Graduate University 국제관계학 박사. 미국 Eastern Kentucky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전 통일연구원 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켄터키대 명예교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등, 글로벌평화재단이 수여하는 혁신학술연구분야 평화상 수상(2012). 31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250편 이상 출판; 주요저서: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공저: 『한반도 평화체제의 모색』 등; 영문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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