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폭탄을 쐈습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한 핵탄두가 아니라 평화의 핵폭탄 말입니다. 변화무쌍하게 전진하던 한반도 정세에 극점이 찍혔습니다. 남측 대북특사단을 매개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대담한 회동 제안을 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흔쾌히 수락한 것입니다. 지난해 두 정상 간의 험한 ‘말전쟁’을 상기한다면, 분위기를 일신하는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최초로 성사된 지금, 우리의 관심은 하나입니다. 세계사적으로 1990년대에 이미 종식된 냉전체제가, 유일하게 남아있는 냉전의 섬 한반도에서도 해체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 성사는 문재인-김정은-트럼프 세 정상들의 합작품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대담한 제안, 트럼프 대통령의 흔쾌한 수락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의 치밀한 중재가 어울린 하나의 작품입니다. 중국 측은 불만이 있고 일본 측도 불안하겠지만 이게 정상적인 일입니다. 북한은 필생의 천적 미국과 어차피 만나야 하고, 이때 중국의 힘이 아니라 남한의 도움을 받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입니다. 민족공조인 것이지요. 김 위원장의 파격적 제안은 지난해 ‘국가핵무력 완성’에 기초해 2000년 실패의 사례를 참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중도에 파탄나기 쉬운 기존의 북미 ‘고위급 회담’에서의 살라미 전술이 아니라, ‘최고위급 회담’에서 통째로 그리고 단박에 일괄타결 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로 보입니다.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를 들었다 놓을 정도로 파괴력이 있는 사안입니다. 국제사회가 북미 정상회담을 환영하면서 한반도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70년 된 북미간 적대관계가 끝날 수 있을 것인가? 1950년 한국전쟁을 종식할 수 있을까? 북미 평화협정을 맺을까? 북미가 수교를 맺어 관계정상화로 갈까? 북미 수교는 종국적으로 남북통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동안 평화통일 활동가들의 실천, 남북관계 학자들과 전문가들이 이론과 저서에서 주장한 내용들이 현실화될 순간에 있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게 순조롭게만 진행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반도 정세에서 변화의 단초, 그것도 근본적 변화의 출발점에 선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역사적으로 2018년 봄은 한반도에서 평화와 통일의 기지개를 켜는 봄이 될 것입니다. 4월말 남북 정상회담이, 5월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한반도 정세와 우리 민족의 명운이 걸린 것입니다. 역사상 이런 적이 없었습니다. 아니 한 차례 비슷한 경우가 있긴 했습니다. 2000년입니다. 그해 6월 남북 정상회담이 열려 6.15공동선언에 합의했습니다. 10월엔 북미 간에 공동코뮤니케가 나왔지만 양 정상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해 말 미국 측에서 클린턴-부시로 정권교체가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그때와 다릅니다. 북한은 화끈하고 미국도 적극적입니다. 무엇보다도 중재 역할을 하는 남한이 침착합니다. 4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최고조의 민족공조를 이뤄 5월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정착의 단초를 여는 역사적인 과업이 진행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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