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마국 이스턴켄터대 명예교수)

 

문재인 정부의 대북 특별사절단(수석특사 정의용 청와대안보실장 외 4인)이 1박2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하여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파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접견과 만찬에 걸쳐 4시간 12분 동안 심층적이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고 귀국하자마자 문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방북결과를 발표하였다.

역사적인 3.6남북합의 6개항

대북특사단이 평양에서 갖고 온 평화 보따리는 그 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관계 개선과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 노력의 결실이다. 3.6남북합의문은 6개항으로 전 세계에 발표되어 필자는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이번 남북합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역사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는 파격적이고, 동시에 전문가들도 놀라게 만든 김정은 위원장의 통 큰 결단으로 이뤄진 산물이기도 하다. 아래는 언론발표문의 6개항의 요지를 간략하게 정리한다.

첫째, 남과 북은 4월말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하였다. 둘째, 남과 북은 군사적 긴장완화와 긴밀한 협의를 위해 정상간 Hot Line을 설치하기로 하였다. 셋째,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 넷째, 북측은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하였다. 다섯째,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측은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하였다. 북측은 핵무기나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하였다. 여섯째, 북측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간 화해와 협력 분위기를 이어 나가기 위해 남측 태권도 시범단과 예술단의 평양 방문을 초청하였다.

본 남북합의 6개항은 향후 한반도 위기를 해소하고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선 순환적으로 작용하여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초석이 될 것으로 높이 평가하고자 한다. 특히 4월말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한 것은 향후 남북관계의 복원과 평화공존의 단초가 될 것이다.

그 동안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력히 주장하던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였고 미국이 요구한 북미간 대화의 비핵화 의지 전제조건을 김 위원장이 수용함으로써 남북관계와 북미대화 두 축이 선순환적으로 빠르게 전개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 동안 평창올림픽으로 지연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재개해도 김정은 위원장이 이해한다고 밝힌 것은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위한 북미대화가 곧 시작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향후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재조정이 불가피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프로세스의 중대변수가 될 전망이다. 더욱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반응은 긍정적이고 향후 그의 정치적 입지가 유리한 방향으로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도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시작되기 전에 많은 변수들이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이 비핵화 대화와 협상 시에 핵군축 협상이나 세계 비핵화 등은 제기할 수 있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를 어렵게 몰고 갈 가능성도 전혀 배제 못한다. 그러므로 필자가 3단계 비핵화 로드맵을 정책대안으로 제시하고자 하니 한미 양측은 재검토를 바란다.

필자의 3단계 비핵화 로드맵 재검토

문재인 대통령이 김영철 부위원장과의 비공개 접견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2단계 해법을 제시했다고 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문 정부의 2단계 비핵화 방안은 첫 단계가 핵.미사일 동결이며, 두 번째 단계가 핵 폐기로 알려졌는데 구체적으로 중간단계가 보이지 않고 정부가 구체적으로 로드맵을 발표한 적이 없어 2단계 해법의 내용이 무엇인지 알려져 있지 않아 궁금하다.

앞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문 정부의 가교역할로 북미대화가 조만간 이루어지게 된다. 이제 문 정부는 북미 양측이 받아들일 수 있는 북핵 해법의 창의적인 로드맵을 만들어 내는 것이 관건이다. 3.6남북합의에서 북한은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 이러한 환경조성을 위해 한미 양국은 노력해야 한다.

한미 양측은 이제 북한 스스로가 비핵화 의지를 가지도록 핵무기의 필요성이 없는 국제환경 조성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래서 필자의 3단계 로드맵은 그런 가정 하에서 북한이 핵무력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위한 국제환경 조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므로 입구론과 출구론이 분명히 존재한다. 북한이 피포위 강박증(siege mentality)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북한 스스로 핵을 포기하게 하는 지름길이다.

필자는 아직도 6자회담의 유용성(utility)을 주장한다. 6자회담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해 6자가 이미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유일한 다자 협의체이다. 6자회담 틀에서 북미‧북일 관계의 정상화 회담이 개최되어야 할 것이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4자회담도 6자회담 틀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지난 9년 이상 고사(枯死)상태인 6자회담이 재개되면 북핵문제를 논의하고 미.중.남북 4자가 가칭 ‘한반도평화조약(a Korean Peninsula Peace Treaty) 체결을 병행 추진해 동시에 일괄타결 하는 것을 상정하여야 한다.

그러면 필자의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의 3단계 구상을 재검토 해보자.

제1단계: 북미대화가 시작되면 미.남북 3자회담을 개최할 것을 제의한다. 이 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의 초등단계에서 2015년 1월 9일과 2016년 초에도 북한이 제안한 바 있는 한미연합 군사훈련 축소.중단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동결을 맞교환하는 문제를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 3단계 출구전략인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첫 단계이기 때문에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는 것이 관건이다. 먼저 핵 동결과 핵 비확산을 목표로 북한이 핵을 보유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조치와 조건들을 조성하는 첫 단계임을 이해해야 한다.

북미회담이 3자회담 이전에 먼저 개최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미국은 비핵화 의지를 보여줄 것을 요청하고 있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현실에서 북미대화를 한다는 자체가 어려운 회담이 될 수 있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도록 설득하는 일이 가장 어려운 작업인데 북한에게 어떤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오는 것이 장기적인 국익임을 설득해 이해한다면 북한이 비핵화를 지향할 것이며 NPT(비확산 조약) 재가입 등을 고려할 것이다. 이 단계에서 북한과 미국은 2012년의 2.29북미합의를 재확인하고 실천 및 이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2.29합의의 핵심은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를 유예하고 미국이 인도주의적 지원-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필자가 제안하는 3단계 방안은 출구전략이 명시되어 있어 핵 동결만 북한과 합의하는 것이 아니라 비핵화‧평화조약 체결을 동시에 합의해야 한다.

제2단계: 미.중.남북 4자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조약 논의와 오랫동안 고사 상태에 빠진 6자회담 재개, 동시에 북미/북일 외교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대화도 진행될 것이다. 6자회담이 재개되면 9.19공동성명(2005)과 2.13합의(2007), 10.3합의(2007) 등을 준수하고 활성화해야 한다. 그러므로 2008년 12월 초 마지막 6자회담에서 북한 핵시설의 검증조치와 관련해 합의를 이루지 못한 핵심사안을 북한과 다시 협상해야 한다. 동시에 9.19공동성명에 합의한 북미 및 북일 관계의 정상화 회담을 통해 북미‧북일 외교관계를 수립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 4강과 남북한 간에 교차승인이 이뤄지게 된다.

제3단계: 한반도 비핵화 실현단계와 동시에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단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북한이 피포위 강박증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한 출구 전략에서는 국제환경이 조성되어야 하고 한반도 평화조약이 체결되어야 한다. 필자는 미.중.남북 4자간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이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면, 6자가 한반도 비핵화에 서명한 9.19공동성명에 따라 6자회담 틀 속에서 4자가 한반도 평화회담을 개최해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과 한반도 비핵화를 병행 추진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회담에서 4자가 4개 부속 합의문에 합의하고, 한반도 평화조약 속에 4개 부속합의문(남북 평화합의문, 북미 평화합의문, 한중 평화합의문, 미중 평화합의문)을 포함해야 한다. 주한미군의 위상을 다자 국제평화유지군으로 전환하고 한반도 중립화 통일방안을 논의하고 합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시 정리하면, 북한은 한반도 평화조약의 체결로 피포위 강박증에서 벗어나고 동북아에서 포괄적 안보체제가 구축되어 핵을 소유할 필요성이 없어지면 북한 스스로 핵을 포기하게 될 것이다. 동시에 모든 유엔의 대북제재가 해제되고 6자 간 동북아 안보협의체 구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원하는 북미간 평화협정보다 한반도 평화조약이 보다 강력한 구속력을 가진 다자 국제조약이 될 것이다. 4개국 정상이 서명하는 한반도 평화조약을 유엔 안보리가 추인하고 유엔 사무국에 등록하는 절차가 끝나면 한반도 평화체제의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것이다.

이러한 절차를 거쳐 종전선언을 하면,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은 궁극적으로 북한체제의 생존을 보장하는 것이 되어 북한으로 하여금 핵 보유국 지위를 포기하게 하는 유일한 해법이 될 것이다. 한반도 평화조약은 다른 평화조약과 성격이 다르다. 이것은 유엔이 보장하는 집단안보체제의 성격을 띠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이 북핵 문제 해결의 열쇠이다. 필자의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 구상이 북한 지도부의 피포위 강박증을 치유하는 필요충분조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구상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동북아 역내 국가들 간의 대화와 소통이 전제되어야 한다. 먼저 관련국들이 대화와 협상을 하려는 의지가 필요하고 북한도 핵을 포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관련국들이 양보와 타협으로 북한이 핵포기를 할 수 있도록 유리한 조건들을 조성해야 궁극적으로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될 것이다. 미.남북 3국이 필자의 제안을 재고려하고 창의적인 북핵 해법을 모색하길 기대한다.

그러므로 한미당국은 이제 비핵화 협상을 현실적이고 철저하게 윈윈(win-win)하는 비핵화 로드맵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인 단계적 행동 프로그램을 담은 구속력 있는 비핵화 청사진을 만들어 북한이 국제적 합의를 임의로 위반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예비해야 한다. 말하자면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가칭)한반도 평화조약(미.중.남북 4자 정상이 서명) 체결로 이어지는 입구론과 출구론에 남북.미 3국이 합의부터 시작해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의 통 큰 결단으로 향후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함께 항구적인 평화체제가 구축되길 기대한다.

향후 남북관계의 정상화와 한반도 비핵화/평화조약 체결로 한반도에서 다시는 전쟁 없는 항구적인 평화를 기대하면서 남북.미 3정상이 노벨평화상을 나란히 받게 될 날을 기대해 본다.

 
한국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원 석사, 미국 Claremont Graduate University 국제관계학 박사. 미국 Eastern Kentucky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전 통일연구원 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켄터키대 명예교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등, 글로벌평화재단이 수여하는 혁신학술연구분야 평화상 수상(2012). 31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250편 이상 출판; 주요저서: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공저: 『한반도 평화체제의 모색』 등; 영문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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