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9일 북이 장거리미사일 ‘화성 15호’를 발사한 직후 몰아친 ‘한반도 전쟁론’은 2018년 1월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창올림픽 참가 천명과 한미합동군사훈련 연기로 인해 일단 잠잠해졌다.

북은 남북화해를 위해 올림픽 선수단 파견·아이스하키단일팀 구성·삼지연관현악단 및 응원단 파견·태권도시범단 파견·남북공동 마식령스키장 훈련·김영남과 김여정의 올림픽 개막식 참석 및 남북정상회담 제의·김영철 통전부장의 폐막식 참석 등 파격적인 행보를 하였다. 미국도 펜스 부통령 파견·남북대화 100% 지지·한미합동군사훈련 중지·탐색대화 표명·이방카의 폐막식 참석 등을 통해 한반도 평화분위기 조성에 일조하였다.

그러나 평창동계올림픽 및 평창동계패럴림픽이 끝나는 3월 18일이 되면 또 다시 ‘한반도 전쟁론’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벌써부터 고개를 들고 있다.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으로 치러졌더라도 그 자체가 한반도 평화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한반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나온다.

문제는 한반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누가 주도해서 만드느냐 하는 것이다. 사실 한반도 문제의 주 당사자는 남과 북이다. 남북이 전쟁을 반대하고 힘을 합쳐 통일을 이룬다면 전쟁 공포는 해결될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 통일이 남북만의 노력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데에 고민이 있다. 한반도 문제는 분단과정에서부터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깊이 개입되었기 때문에 한반도 통일도 그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어느 나라나 국가이익의 극대화를 최고의 국가목표로 설정한다. 우리의 국가목표는 당연히 평화통일이다. 너무 많은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하는 전쟁통일은 한민족 자체를 파멸시키는 것이기 때문이 단호히 배격된다. 그러나 주변국들 중 일부는 전쟁을 통해서라도 한반도를 통일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북을 제거하고 남의 주도로 통일해야 한다는 입장, 남을 제거하고 북의 주도로 통일해야 한다는 입장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두 가지 입장 모두를 반대한다.

한반도 평화 유지 및 평화 통일과 관련하여 외세를 배격하고 남북이 주도하기 위해서는 남북 모두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특히 국제제재를 받지 않고 있는 남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나 남이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은 많지 않다. 한반도 평화 유지를 위해서는 국내 통합, 남북관계 개선, 주변국들의 협조 등이 어우러져야 한다. 3가지 요인이 조화를 이루어야 전쟁 없는 통일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남에는 통일과 반통일, 대화통일과 흡수(붕괴)통일, 급진통일과 점진통일 등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남북관계는 대화와 대결이 반복되는 양상이 수십년동안 지속되고 있을 뿐 전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주변국들은 모두 동상이몽이고 한반도 통일에는 관심도 없으며 통일 반대 입장이 대세이다.

평창올림픽이 거의 종료되고 있는 상황에서 남이 당장 해야 할 일은 3월말이나 4월초에 시작될 한미합동군사훈련이 한반도 평화를 해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을 막는 것이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시작되면 북은 크게 반발하여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실시할 것이고 미국은 이에 대한 반발로 대북 군사공격 옵션을 들고 나올 것이다.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데 ‘한반도 전쟁론’의 재등장이다. 비록 전쟁으로까지 번지지는 않겠지만 전쟁 분위기 자체만으로도 남에게는 큰 피해가 된다. 경제적 피해는 물론 정치적으로도 남은 북, 미국, 중국, 일본 등에게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남은 미국을 설득하여 한미합동군사훈련의 규모 축소를 요구하고 북에게는 훈련에 대한 과민한 반응을 자제해 달라는 요구를 해야 한다. 그리고 하루속히 미국과 북이 대화를 실시하고 북의 비핵화와 미국의 북 인정을 맞교환하도록 남이 적극적인 중재를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남은 미국과 북에게 일정정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평화에는 공짜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북과는 남북경협을 재개해야 한다. 이의 실현을 위해 최소한 3월 말 이전에 미국과 북에 대한 특사 파견이 이루어 져야 한다. 필요하다면 남은 한미정상회담과 남북정상회담을 거의 ‘셔틀외교’에 가까울 정도로 자주 실시해야 한다.

이것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야당, 보수언론, 보수시민단체의 지지가 필수이기 때문에 모든 정부 기구들은 직접 거의 ‘맨투맨’으로 이들에 대한 설득에 나서야 한다. 이의 달성을 위해 정부는 일정 부문의 정치적 양보는 불가피하다. 한반도 평화유지와 평화통일은 그 어떤 가치나 이익보다 앞서기 때문이다. 이들 단체들도 대승적 차원에서 통일문제에 국한된 일이라면 정부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전쟁을 막는 일보다 더 중요한 정치적 행위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기적이고 일회성 외교로는 한반도의 영구평화를 이루기는 불가능하다. 장기적이고 다방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그것은 앞서 언급한 대로 3차원적인 대응책이다. 마치 3차 방정식을 푸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지만 남이 혼신의 노력을 다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같은 분단국이었던 독일은 그것을 해냈기 때문이다.

통일환경이나 과정이 우리와 다르기는 하지만 독일통일은 한반도통일보다 훨씬 어려울 것으로 치부되었지만 게르만 민족은 그것을 달성했다. “우리는 한 민족이다”라는 구호아래 서독의 적극적인 외교가 성공했기 때문이다.

3개 차원에서 남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첫째, 내부 통합 문제이다. 평창올림픽 과정에서 목도한 것이지만 최근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다. ‘반북 및 반통일’ 분위기가 만만치 않다. 그동안 남측이 국민들에게 통일이익을 알리는 데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가에 대해 반성해 보아야 한다. 북과의 통일은 통일비용만 들어갈 뿐 우리에게 이익을 주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인식이 남북대화나 남북교류를 어렵게 만든다.

통일이 되면 국토가 두 배가 되고 1경원에 가까운 북의 자연자원이 민족공동의 자산이 되고 인구는 8천만이 되어 ‘준강대국’이 된다는 사실은 간과되고 있다. 그리고 통일이 되면 우리가 걱정하는 핵문제도 해결되고 전쟁위협으로부터도 해방된다.

일시적으로 통일비용이 들어가겠지만 천문학적인 분단유지비용보다는 적게 든다. 분단비용은 영구적이지만 통일비용은 일시적이다. 더구나 통일비용은 국민이 직접 부담하는 것이 아니고 국제금융기구 지원이나 대기업의 투자, 국채발행 등을 통해 해결될 것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 비용은 대부분 투자가 될 것이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 등 남의 경제에 큰 보탬이 된다.

이러한 내용은 거의 국민들에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유야 어떻든 통일문제를 두고 ‘남남갈등’이 심한 것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 그 주체는 정부, 언론, 학교, 시민단체 등이 되어야 한다. 이들은 협치적 차원에서 ‘통일국민협약’을 체결하고 그 협약 하에서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대통령의 리더십과 정부의 노력은 아무리 강조되어도 지나치지 않는다.

둘째, 남북관계 개선이다. UN제재의 결과이기는 하지만 북은 아직까지는 남북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북이 올림픽 개막식에 김영남·김여정 참석 및 정상회담 제의, 폐막식에 김영철 참석 등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겠지만 어떤 이유이건 남은 대승적 차원에서 남북대화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

남북관계가 개선이 되지 않는다면 북미 관계가 불가능할 것이고 남측 내 분열도 끊없이 지속될 것이며 주변국들은 남북 간 갈등을 자국의 이익 극대화 수단으로 철저히 이용할 것이다. 기우이겠지만 남측 내 정치권은 ‘북 변수’를 정치적으로 절대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북 변수’를 선거에 이용하려 한 세력은 반드시 패하였다.

셋째, 국제사회의 협조이다. 평창올림픽 북 참가는 남의 적극적인 노력, 북측 최고 지도부의 결단, IOC의 숨은 노력, 2017년 11월 UN의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 대회 휴전결의안 등이 어우러진 결과였다. 만일 북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지 않았다면 현재 어떤 상황이 전개되고 있을까를 상상하면 끔찍하다.

미국, 중국 등 주변국을 한반도 통일 지지자로 만드는 것은 쉽지 않지만 평창올림픽처럼 대의명분이 분명하면 주변국들도 적극 도움을 줄 것이다. 한반도 평화통일도 충분히 대의명분이 된다. 주변국들도 한반도 분단을 이용할지는 몰라도 화약고가 되는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평화통일을 위해서는 북미 대화가 필수이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평창올림픽 때처럼 외교 역량을 총 동원하여 ‘통일외교’를 펼쳐야 한다.
 

 

1953년생으로서 전남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북한문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통일연구원에서 22년간 재직한 북한전문가이다.

2006년 북한연구학회장 재직 시 북한연구의 총결산서인 ‘북한학총서’ 10권을 발간하여 호평을 받았다.

그 동안 통일부 자문위원, NSC자문위원, 민주평통 상임위원 등을 역임하였고, 고려대학교, 동국대학교 등에서 강의하였으며 민화협, 경실련 등 시민단체에서도 활동하였다.
현재는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는 「김정일 리더쉽 연구」, 「김정일 정권의 통치엘리트」, 「북한 체제의 내구력 평가」, 『북한이해의 길잡이』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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