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6월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든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지난달 3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 - 조천현]

“이번 지방선거에서 우리 국민들이 변화를 선택한다면, 적어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통한 변화를 이루어낸 사람, 87년 6월항쟁과 2016년 탄핵이라고 하는 30년 사이의 큰 두 개의 정치변화 주역이었던 내가 적임자가 아니냐.”

최근 화제를 모았던 영화 <1987>의 주역 가운데 한 명인 우상호(56)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시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맡았던 이른바 ‘386세대’(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 세대로, 이후 ‘86세대’로 통칭) 정치인 대표주자에 속하는 그와 지난달 31일 오후 4시 30분 국회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영화 <1987>에 대해서는 “30년 전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당시 동료들의 삶에 대해서 우리 아들 세대들이 재평가 해주는 게 너무 흐뭇하다”면서도 “집단으로서의 ‘86정치’는 실패했다고 보고, 이제 각자 뛰는 시대가 됐다”고 진단했다.

우 의원은 “수없이 많은 참모정치를 하다가 원내대표 때부터 내 정치를 시작한 거다”며 “내 보람은 원내대표 1년에 탄핵이라는 또 하나의 역사를 써서 정치권 86그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덜어낸 것에 기여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서울시장 도전에는 “이 시대의 변화의 정신은 뭔가? 나는 정치 세대교체라고 생각한다”며 “좀더 진보적인 블럭들이 이제는 정치 전면에 나서서 당과 서울시, 행정부에서 우리들이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애초의 꿈을 실현하는 것, 그것을 고백하고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원내대표 때는 진보가 무능하고 배타적이지 않고 당내 단합을 이루어서 탄핵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면, 이제는 서울시장이 돼서 ‘진보적 담론이 서울시에서 구현되니 서울시민의 삶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런 꿈을 한번 실현해보고 싶다”며 “나는 임금 노동자들이 안정적으로 주거하고, 서민들이 내집을 장만할 수 있는 희망을 갖게 하기 위한 주거안정 대책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으로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 활성화를 위해 남북교류협력법과 남북협력기금법의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던 우 의원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교류를 고안해서 추진할 생각”이라며 “지금은 유엔 제재국면이고, 남북 간에 대화가 풀리기 시작하는 초창기라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을 단계는 아니지만 내가 외통위하면서 갖고 있던 많은 구상들을 실현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것이 통일교육”이라며 “지방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시민사회교육에 통일 프로그램들을 재가동해야 한다”고 방점을 찍었다. 아울러 “교류협력 프로그램 관해서는 할 수 있는 것부터 한다. 대개 인도적 차원의 지원, 비정치적 분야에서의 문화‧종교 교류부터 하나씩 하나씩 해나가야 한다”고 구상을 밝혔다.

우 의원은 “사실은 평창올림픽의 북한 참가로 인해서 가장 큰 이득을 얻는 국가는 대한민국”이라며 “북한이라는 존재는 무시하고 살면 그냥 남이 될 수 있는 관계가 아니고 무시하고 배격하면 전쟁위기로 오는 그런 이웃이라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평창 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고 있는데 응원단을 10만 조직해야 그 다음에 통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저변이 생기는 거다”며 “촛불광장에 데려왔던 2,30대들과 함께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남북 간에 전쟁이 나면 가장 피해가 클 곳이 서울”이라며 “서울시민이야말로 평화주의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그런 절박함이 없이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우 의원은 사드 문제나 북핵 문제 등 복잡한 난제들에 대해서도 외통위와 국방위 경험 등을 토대로 막힘없이 비교적 차분하고 합리적인 접근법을 제시하는가 하면, 통일부장관 자리 제안을 거절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다음은 1월 31일 국회의원회관 우상호 의원실에서 진행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원내대표 때부터 내 정치를 시작한 거다”

▲ 우상호 의원은 '참모 정치'를 벗어나 '내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 조천현]

□ 통일뉴스 : 최근 영화 <1987>을 통해 이른바 ‘386세대’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우 의원이 집중 부각됐다. 이 영화를 어떻게 봤나?

■ 우상호 의원 : 영화 때문에 내가 부각되는 것보다도 30년 전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당시 동료들의 삶에 대해서 우리 아들 세대들이 재평가 해주는 게 너무 흐뭇하다.

그동안 운동권 하면 ‘낡은 세력’, ‘한물 간 사람들’ 취급을 받다가 “역사를 위해서 희생했구나, 고생했다” 이런 격려를 받을 때, 나뿐 아니라 당시 함께했던 많은 6월항쟁 세대에 대해서 아들 세대나 젊은 사람들이 격려하는 댓글을 볼 때 뭉클하다.

80년대 학생운동권의 희생과 헌신에 대해서 평가해 주는 것이 너무 고맙고 이 영화가 거기에 기여한 것이 너무 감사하다.

□ 상대적으로 386세대가 우리 사회를 위해 헌신도 많이 했고, 혜택도 누리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특히 정치경력이나 화려한 사회적 조명에 비해 실제로는 정치적 영향력이 미미하고 우리 사회의 진보를 위해 크게 기여하지 못 했다는 비판도 있다.

■ 그 요인이 있다. 하나는 여당으로 정치를 시작해서 가능하면 대통령과 여당 내에 분란을 일으키면 안 된다는 기준으로 정치활동을 시작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두 번째는 워낙 20대 때부터 정치조직적으로 훈련된 사람들이니까 누가 당대표가 되든 다 당직으로 발탁해서 쓰는 거다. 나만 해도 대변인을 8번 했다. 당직을 맡으면 자기 정치를 못한다. 늘 선배를 도와서 그 사람이 잘 되게 하는 정치를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자기 목소리, 자기 색깔을 내는 데서 어려움이 있었다. 우리 집단에 대한 평가가 안 좋은 것은 그런 요인들이 작동을 한다.

나만 하더라도 수없이 많은 참모정치를 하다가 원내대표 때부터 내 정치를 시작한 거다. 늦었다. 그래서 집단으로서의 ‘86정치’는 실패했다고 보고, 이제 각자 뛰는 시대가 됐다.

내 보람은 원내대표 1년에 탄핵이라는 또 하나의 역사를 써서 정치권 86그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덜어낸 것에 기여한 것이다.

아쉬운 건, 이 세력이 정치권에 왔을 때 초기에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서 자기만의 색깔, 공동의 과제를 설정해서 뛰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진 것이다.

□ 이번에 서울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는데, 그같은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나?

■ 그렇다. 단체전이 안 되면 개인전이라도 잘 해야 되니까. 서울시장이 돼서 그 이전에 선배들이 했던 것과 차원이 다르게 서울시정을 이끌어가고 거기서 성과를 내면 또 다른 평가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정치 세대교체’의 아이콘, 주거문제 해결에 주력

▲ 87년 6월항쟁의 정점이 된 이한열 열사의 영정을 든 우상호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 [자료사진 - 통일뉴스]

□ 지금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선으로 행정관리 능력으로는 무난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새롭게 도전하는 입장에서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나?

■ 이재명 성남시장이 처음 출발할 때도 행정가가 아니었고, 박원순 시장이 처음 서울시장할 때도 행정가가 아니었다. 서울시장을 처음 출발할 때는 가장 뛰어난 행정가를 뽑는 것은 아니다. 그러려면 공무원을 뽑아야 한다.

변화의 아이콘이다. 이 시대의 변화의 정신은 뭔가? 나는 정치 세대교체라고 생각한다. 좀더 진보적인 블럭들이 이제는 정치 전면에 나서서 당과 서울시, 행정부에서 우리들이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애초의 꿈을 실현하는 것, 그것을 고백하고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본다.

구체적인 정책으로 들어가면 이어받을 것도 있고 새로 하고 싶은 것도 있지만 목표는 서울시민의 가장 큰 생활상의 고통을 덜어드리는 것이다. 진보가 사람의 삶을 바꾸는 가치를 갖고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다.

원내대표 때는 진보가 무능하고 배타적이지 않고 당내 단합을 이루어서 탄핵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면, 이제는 서울시장이 돼서 ‘진보적 담론이 서울시에서 구현되니 서울시민의 삶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런 꿈을 한번 실현해보고 싶다.

□ 서울시민의 삶을 바꿀 수 있는 대표적인 정책 한두 가지만 소개해 달라.

■ 대표적인 것은 주거문제다. 나는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들이 가장 취약한 게 주거문제라 생각한다. 지금 1인가구들이 대부분 원룸이나 고시원에서 살고 있고, 전세값이 너무 오르니까 서울서 살던 임금 노동자들이 거의 다 경기도 일대로 쫓겨나고 있다.

나는 임금 노동자들이 안정적으로 주거하고, 서민들이 내집을 장만할 수 있는 희망을 갖게 하기 위한 주거안정 대책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전에 2,30년간 못한 것 아니냐. 서울시에서라도 그 한 가지라도 잘하면 된다. 4년 사이에 많은 걸 할 수는 없다.

□ 선거는 경쟁인데, 당내만 하더라도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존 시장의 프리미엄이 있고, 박영선 의원도 인지도가 높다. 우 의원은 무엇을 내세워 승리할 수 있나?

■ 기존에 해왔던 대로 나와 관련된 기존의 당원들, 온라인 당원들에게 나의 이런 취지와 진정성을 전달하는데 최선을 다하면 반응이 있을 거라고 본다.

실제로 박원순 시장이 그냥 3선 하면 크게 변화됐다는 느낌이 안 들지 않나. 그런데 우상호가 서울시장 후보가 되는 게 드라마 아니냐. 하위권 후보가 막 치고 올라가서. 나는 그것이 지방선거에서 서울시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도 상당히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 하겠다.

“일관된 정치적 모토가 민주와 통일

 

▲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와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해온 우상호 의원은 한반도와 남북문제에 대한 자신의 준비된 견해를 밝혔다. [사진 - 조천현]

□ <통일뉴스>의 눈으로 보면, 서울시 하면 ‘경평축구’가 떠오른다. 서울시장이 된다면 남북문제와 관련, 해보고 싶은 일이 있나?

■ 나는 외통위에서도 그랬고, 일관되게 정치적 모토가 민주와 통일이다. 내가 지방자치단체의 대북사업에 자율성을 주는 법안을 내서 통과시켜보려고 노력했던 사람이다. 중앙정부의 노력 만으로는 전면적인 교류로 가기가 좀 어렵다.

가령 송영길 인천시장이 그 엄혹한 정권 하에서도 유소년 축구 교류를 중국에서 하고 축구공 공장을 만들어서 북한에 제공하고 이런 노력을 했지 않느냐.

나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교류를 고안해서 추진할 생각이고, 다만 지금은 유엔 제재국면이고, 남북 간에 대화가 풀리기 시작하는 초창기라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을 단계는 아니지만 내가 외통위하면서 갖고 있던 많은 구상들을 실현해나갈 생각이다.

경평축구는 그 중의 하나의 이벤트고, 나는 1년에 한 번하는 이벤트보다 전 분야에서 안정적 교류를 담보하는 그런 정책이 더 유효한 게 아니냐 생각한다.

□ 그게 더 중요하고 어려운 것 같다. 일회적 이벤트가 아니라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일상적 통일 관련 활동을 전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 첫 번째로 지방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것이 통일교육이다. 지금 2,30대 세대에서 생기고 있는 반북 대결인식은 지난 10년간 통일교육, 민족화해교육이 사라지고, 북한은 북한대로 핵개발에 전념하다 보니 마음이 많이 멀어졌다.

그래서 “통일을 꼭 해야 되느냐”라고 하는 회의가 많이 퍼져있는데, 역시 이 문제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시민사회교육에 통일 프로그램들을 재가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류협력 프로그램 관해서는 할 수 있는 것부터 한다. 대개 인도적 차원의 지원, 비정치적 분야에서의 문화‧종교 교류부터 하나씩 하나씩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우리 만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 내부 사정 때문에도 전면적 교류가 쉽지 않은 조건이다. 서울시장이 되면 너무 처음부터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한걸음 한걸음 전진시킨다는 생각으로 해볼 생각이다.

□ 평창 동계올림픽이 다가오고 있고, 삼지연관현악단이 서울 공연을 하기도 한다. 공연을 관람할 예정인가?

■ 대상자가 정해져 있으니까 내가 대상자가 되면 가고, 대상자에서 누락되면 아쉽지만 참석 못 한다.

이런 문화 공연 같은 스포츠‧문화 교류는 사실 비정치적 교류다. 지금은 다들 걱정하고 “왜 오느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막상 와서 공연하고, 그들을 사람으로 보기 시작하면 북한 정권은 밉지만 “아, 우리가 한민족이로구나” 민족 동질성이 또다시 조금 더 높아질 거라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지금 일부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정권이 용기있게 북한과 대화를 통해서 평창 동계올림픽의 문화공연, 여러 스포츠 교류를 성사시킨 것을 나는 높이 평가한다.

북핵, “남한의 역할이 필요한 거다”

▲ 우상호 의원 역시 북핵문제를 가장 어려운 문제로 꼽았다. [사진 - 조천현]

□ 서울시장은 일반 지자체 단체장보다 정치적 비중이 크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가장 골치아팠던 문제가 사드 문제였다. 일단 봉합을 했지만 여진은 남아있는 것 같다. 어떻게 평가하나?

■ 지금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있어서 주변국과의 갈등관리 기본정책은 ‘일단 현안을 바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다른 문제부터 풀어서 양국 간의 외교관계는 복원한다. 그리고 현안이 돼 있는 사드 문제나 위안부 문제 같은 일들은 천천히 더 깊은 대화를 통해서 상호신뢰가 회복될 때 풀어간다’ 이게 기본원칙이다.

그래서 진보진영이 볼 때는 대통령이 바뀌면 확 풀릴 줄 알았는데 그게 잘 안 된 것처럼 보이고, 보수진영이 볼 때는 결국은 언젠가 저거 해치우려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그 가운데 끼어있는 거다.

그런 여론을 잘 의식해서 외교문제는 일단 복잡하고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양국 간의 엄청난 외교마찰이었던 문제는 그대로 봉합해 놓고, 다른 문제에서 전진을 시켜서 신뢰관계를 회복한 다음에 다시 해결해 가야 한다고 본다.

□ 특히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상당히 개성이 독특한 대통령이 있다. 방위비분담 협상이나 한‧미 FTA 재협상 과정에서 강력한 요구를 해올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보나?

■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초기에 대미관계 회복에 굉장히 주안점을 두고 외교관계를 복원했는데, 상당히 효과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도 자주하고, 또 외교부장관들 사이에 상당한 대화채널도 복원했고,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수시로 전화를 할 정도다.

그렇게 해서 미국이 갖고 있는 오해나 편견을 불식시키는 노력을 했다. 그게 지금의 평창올림픽 성사에도 상당히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한다. 그런 면에서 초기대응은 잘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랑 워낙 성격이 다른 행정부고 예측 가능하지 않아서 사실 어디서 어떤 돌발요인이 생길지 모르는 그런 외교적 어려움이 있다.

미국 쪽에서 FTA 문제와 국방비 분담액 증액 문제를 이야기했지만, 지난 번에 트럼프 대통령 방문했을 때 우리가 무기 구입 등 상당히 선물을 많이 줬지 않나. 내가 국방위 소속이라서 아는데, 사실 그 무기들은 원래 구입해야 하는 무기들이고 일부 무기는 머뭇거리고 있었는데, 트럼프 온 김에 선물을 확 줘버린 거다. 그 문제로 상당 부분이 풀렸다고 본다.

그 이후로 트럼프 대통령 입에서 분담금 증액 문제나 FTA 이야기가 거의 안 나온다. FTA 협상 담당 책임자와도 만나 봤는데, 이 분이 FTA 체결할 때 책임자였기 때문에 상당히 지혜롭게 잘 풀어갈 것으로 본다. 이 상태에서 계속 대화국면이 유지되면서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 통일외교안보 문제에서는 아무래도 북핵문제가 가장 핵심 문제인 것 같다. 모든 문제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느냐”로 귀결된다. 이미 상당한 수준의 핵무력을 완성시킨 북한을 어떻게 대해야 하나?

■ 이게 가장 어려운 문제다. 우리의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인데 북한이 사실상 핵을 보유하고 있고, 사거리나 성능은 아직 검증된 것은 없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을 보면 상당히 진전시켜 놓은 것으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비핵화인데 비핵화를 추진하는 방법이 무력을 동원해서 핵 자체를 파괴하는 방법도 있고, 대화를 통해서 북한 스스로 핵을 폐기하게 만드는 방법도 있다. 크게 보면 두 가지인데, 우리는 군사적 방식이 주는 피해가 워낙 크기 때문에 대화를 통한 해결 방식을 기본 방향으로 잡고 있는 거다.

문제는 북쪽이 그동안 대화해 온 과정에서 과연 진정성 있게 핵을 폐기하는 노력을 했느냐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심과 불신이 있는 거다. 미국 조야 관계자들 만나면 전부 이 이야기만 한다.

여기서 남한의 역할이 필요한 거다. 남한 정부가 북한과의 신뢰관계를 회복하고 교류협력 프로그램을 진행시키면서 핵을 폐기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얻을 것과 잃을 것을 정확하게 짚어서 설득해서 북한이 핵을 폐기하는 방향으로 가야 된다. 그것이 북한에게도 도움이 되고 한반도 평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된다.

나는 이 문제는 빨리 해결될 수 없다는 전제하에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핵을 폐기하지 않는 한 어떤 교류도, 어떤 지원도 없다’ 이건 그 자체로 모순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핵폐기를 위한 프로세스, 남북 간에 대화하고 주변국 간의 동의를 얻어내는 지난한 과정이 바로 문재인 대통령의 과제라고 본다. 그런 프로세스가 진행되면서 남한 국민들이 동의해준다면 북한과의 교류의 전면화, 유엔제재가 해제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경제협력 정책을 하나하나 꺼내놔야 한다고 본다.

사실 과거의 대화국면과 다른 것은 지금 유엔 제재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남북 간에 합의한다고 해서 합의한 내용들이 그대로 실천되기 어려운 조건들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장기전이라고 본다. 어쩌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 안에 다 해결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할 수 있는 만큼만 진전시켜야 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남북경협, “쇠사슬이 하나 채워져 있는 거다”

□ 남북경제협력, 북방경제협력이 시대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현 정부도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만들어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막혀 있어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남북경협, 북방경제에 대해 어떤 비전을 갖고 있나?

■ 유엔제재라고 하는 큰 틀 때문에 과거 우리가 6.15, 10.4 남북공동선언을 통해서 진전시킬 수 있었던 경제협력조치 자체가 좀 불가능하다.

결국 이 문제는 북미대화가 시작돼서 미국과 북한과의 협상이 시작되고, 협상의 진전 단계에 따라서 유엔제재가 완화되면 유엔제재가 완화되는 수위에 맞춰서 경제협력을 추진할 수 밖에 없다. 일종의 쇠사슬이 하나 채워져 있는 거다.

준비는 다 해놓고 이 국면이 진전되는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어서 하나씩 하나씩 해나갈 수 밖에 없다. 과거에는 북한을 설득하는 게 주 임무였는데, 지금은 북한의 태도변화를 견인해 내서 북‧미대화 테이블을 가동시키고 북‧미대화 테이블의 성과를 기초로 유엔제재를 완화시키고 그 이후에 경제협력이 들어가는 상당히 어려운 게임을 풀어야 되는 입장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마음은 굴뚝 같지만 굉장히 어려운 조건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 여당 원내대표도 했는데, 현 정부의 통일외교안보 정책, 인선 이런데 깊숙이 관여하고 있나?

■ 아니다. 내가 유일하게 한 것은 통일부장관 안 한다고 전달한 일밖에 없다.

□ 왜 안 받았나?

■ 북핵문제가 현실화 돼 있는 상황에서 남북문제를 풀어갈 때 제일 중요한 게 남남갈등인데, 비서실장을 전대협 출신 임종석이 하고 있는데 통일부장관을 전대협 출신 우상호가 하면 보수세력이 “다 종북이다. 북한에 갖다 바친다”고 난리를 칠 텐데, 그런 남남갈등을 불을 보듯 뻔히 예상하면서 내가 통일부장관을 할 수 있었겠나.

속마음은 정말 하고 싶었는데 문재인 대통령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나를 거론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87년 6월항쟁과 2016년 탄핵, “정치변화 주역이었던 내가 적임자”

▲ 우상호 의원은 2016년 연말,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만 치르다 큰 선거에 처음으로 나서는데, 대중 정치인으로서 자신을 내세운다면? “나는 이런 사람이다. 나를 선택해 달라”고 할 만한 것은?

■ (웃음) 어쨌든 지금 각 후보들 사이에 정책 차별화는 쉽지 않다. 같은 당을 오래 하면서 노선과 가치가 거의 일치됐기 때문에 박 시장과 내가 무슨 큰 차이가 있겠느냐. 선거에서 차별화 해보려고 몇 가지 정책을 건드려 본 거다.

다만 살아온 삶은 다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우리 국민들이 변화를 선택한다면, 적어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통한 변화를 이루어낸 사람, 87년 6월항쟁과 2016년 탄핵이라고 하는 30년 사이의 큰 두 개의 정치변화 주역이었던 내가 적임자가 아니냐.

이번 시대정신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에 한국정치를 좀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의 전면적 교체를 표방한 나 같은 사람이 실제로 의미있는 선택이 되지 않겠나. 내가 서울시장이 된다는 것은 대한민국 여당, 더불어민주당이 바뀐다는 거다. 그런 측면에서 서울시민들이 변화를 선택한다면, 대한민국의 정치변화를 바란다면 우상호 아니냐.

□ 우리 사회는 어쨌든 남남갈등이 아직도 잠복돼 있고, 우 의원이 선택을 받는다면 상당한 진전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남남갈등 극복에 대한 해석이나 제시점이 있다면?

■ 잘 알겠지만 나는 탄핵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의 원내대표임에도 불구하고 중도보수진영에서 나를 제일 좋아한다. 그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아, 저 사람은 합리적이고 저 사람하고는 얘기가 된다”고 하는 판단이 보수에 있는 것 같다. 내가 진보진영인 것은 다들 잘 안다. 그러면서도 그런 판단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장이 된다면 통일문제에 있어서도 서울시에 있는 오피니언 리더들과 대화하면서 하나하나 합리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좋은 역량을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

나는 늘 통합주의자다. 계파갈등 있을 때 어느 계파에도 속하지 않고 조정하고 타협시키고, 그런 식이기 때문에 아마 내가 서울시장이 되면 나와 진영을 달리 했던 분들도 꽤 깊숙한 대화가 가능할 것이다.

결국 나는 통일의 문제가 어느 진영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이걸 진영의 문제로 풀어왔던 데서 우리의 굴레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통일은 국내정치와 연동시키지 않고 정말 민족적 과제라는 측면에서 설득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통일이 진보의 전유물로 전락하는 한 남북화해조차 어렵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진정성 있게 보수층도 설득해나갈 의지와 결의가 있다.

▲ 우상호 의원의 페이스북. 경쟁 후보들에 비해 시작단계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요즘은 SNS 시대다. 우 의원은 어떻게 이용하고 있나?

■ 원내대표 하는 동안은 아예 안했다. 왜냐하면 원내대표 하면서 SNS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뭔가 실수할 수도 있어서 극도로 절제했다. 이제 서울시장 나오려니까 소통을 해야 한다. 그래서 뒤늦게 페이스북도 활성화시키고 있는데, 아무래도 오랫동안 소통의 창구를 활용한 분들에 비해서 부족하다.

중요한 건 컨텐츠의 진정성 아닐까 생각하고 계속 서울시민들과 접촉을 늘려나가도록 하겠다.

□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를 켜놓고 보다가 트윗을 날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 그게 그의 정치전략이다. 그가 미디어를 이용하다가 SNS를 통해 대통령이 되는 과정을 보면 철저히 전략적으로 SNS를 활용하는데, 그게 철저한 편가르기다. 정치적으로 보면 성공의 요인이 그것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미국을 단합시키는 데는 실패할 것이다. 자기 열성적 지지자만을 기반으로 가겠다는 철학인데, 세상은 시끄러워지고 미국의 위상은 떨어졌다고 평가한다.

“분단국가에서 민족주의 내세우지 않을 수 없다”

□ 우리는 남북으로 분단돼 있고, 동북아는 미‧중 권력교체기를 맞아 팽팽히 맞서 있다. 한반도 비전, 통일 비전을 어떻게 보나?

■ 과거에는 “우리는 한민족이니까 당연히 같이 한 집에 살아야 된다” 이런 감성적 접근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철저히 남과 북이 협력해서 서로에게 공동 번영의 길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또한 세계평화와 동북아평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하는 원대한 구상과 가치가 아니고서는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 없고 북한을 설득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 남한의 국민들이 우리가 양보한 것만 보고 우리가 얻은 것을 평가하지 않는 태도는 좀 아쉽다. 사실은 평창올림픽의 북한 참가로 인해서 가장 큰 이득을 얻는 국가는 대한민국이다. 올림픽을 성사해놓고 전쟁위기에서 치르면 성공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북한의 일정한 의도가 당연히 없을 수 없지만, 일부 그들의 성과가 있다 하더라도 평창 올림픽의 성공, 평화 올림픽의 성공으로 인해서 대한민국이 얻을 이득은 무한하다. 이 문제를 공동의 이익이라는 측면에서 해석해야 풀린다.

사실 몇 개월 전 전쟁위기에 들어가서 ‘비상물자를 사야 되느냐, 말아야 되느냐’ 고민하던 시기를 생각해 보라. 북한이라는 존재는 무시하고 살면 그냥 남이 될 수 있는 관계가 아니고 무시하고 배격하면 전쟁위기로 오는 그런 이웃이라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남북 간에 전쟁이 나면 가장 피해가 클 곳이 서울이다. 그러니까 서울시민이야말로 평화주의자가 돼야 한다. 내 고향이 강원도 철원이라서 전쟁나면 내 친구들이 제일 먼저 죽는다. 그런 절박함이 없이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 우상호 의원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입지나 민족주의 문제 등 까다로운 문제들에 대해서도 뚜렷한 소신을 피력했다. [사진 - 조천현]

□ 미‧중 간 권력교체기 속에 끼어있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숙명에 대해서는 어떤 대안이 있나?

■ 이게 참 무슨 이런 운명인지 모르겠다.(한숨) 한 번도 미국의 민주당과 한국의 민주당이 같이 정권을 잡아본 적이 없다. 일본도 갈수록 극우적인 사람이 지도자가 되지 않나. 북한의 지도자도 과거 지도자에 비해서 그렇게 유연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지금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외교문제, 안보문제를 푼다는 게 정말 보통일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왕도는 없다. 그러나 꾸준히 노력하고 꾸준히 이 길을 포기하면 안 된다. 그 생각만 늘 하고 산다.

□ 통일 문제를 생각하면 우선 민족주의가 떠오르지만 민족주의는 요즘 인기가 없다.

■ 서구적 관점에서는 내셔널리즘은 나쁜 거다. 곧 이웃 국가의 침략으로 가니까. 그러나 분단국가에서는 민족주의를 내세우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통일의 모멘텀이 사라져버린다. 지금 2,30대가 그러고 있는 거다.

우리만 해도 월남한 아버지 어머니가 꽤 있었고, 우리가 80년대의 세례를 받으면서 어떤 이념의 영향을 받았든 간에 통일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살아왔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 세대로 가면 이들에게 북한은 다른 나라다.

특히 우리만 해도 집단주의적 지성이 남아있는데, 2,30대는 개인주의다. 개인주의는 “제가 나한테 도움 안 주는데 왜 내가 제하고 같이 해?” 이런 게 너무 강하다.

여기에 가뜩이나 10년간 통일교육 없이 반북 대결의식만 고취시켜놨고, 생활은 힘들지 희망은 없지, 북한까지 고민할 여유가 없다.

우리 사회가 5,60대에서 갇혔다고 생각한다. 통일 관련 토론회를 하려면 전부 5,60대가 토론자를 맡는다. 새로운 3,40대에서 전문가를 자꾸 키워야 한다. 서울시장이 되면 과감하게 3,40대를 기용하려 한다.

평창 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고 있는데 응원단을 10만 조직해야 그 다음에 통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저변이 생기는 거다. 몇 천 석 밖에 안 되는 데서 몇 표 얻으려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10만이 밖에서 모이면 된다. 그리고 촛불광장에 데려왔던 2,30대들과 함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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